논평_
한나라당 ‘신문법개정 추진’ 발언 및 조선,동아,중앙의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6.16)
'조한동맹' 부활로 헌재 길들이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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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법 위헌 소송을 놓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들과 한나라당이 '수구동맹'의 부활을 통해 헌재 압박에 나섰다.
동아, 조선이 연이어 신문법 위헌 소송을 내고 지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신문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더니 마침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신문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15일 박 대표는 당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신문법에 굉장히 많은 독소조항이 곳곳에 있다"며 신문법 개정안을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국제적인 기준과 자유시장 경제에 맞지 않는 것은 이번에 신문법 개정안에서 싹 걸러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맹형규 정책위의장도 "6월 임시국회 중에 개정안을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이 시행조차 되기도 전에 '독소조항' 운운하면서 법의 취지를 훼손하려드는 한나라당은 도대체 제1야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의식이 있는 집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이 입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키고 나선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입장을 뒤집었다. 제1야당이 중요 법안을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편의적으로 통과시켰다가 조선일보 등이 시키면 언제든 뒤집기를 시도해도 좋은 것인가?
박 대표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근거로 들었다는 신문법의 '독소조항'은 그동안 수구신문들이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끊임없이 음해해왔던 바로 그 조항들이며, 조항의 '위헌성'은 이달 초 창경궁을 유흥장으로 사용하는 특혜를 누린 신문사주들의 '친목모임'인 세계신문협회 관계자들이 되풀이해 주었던 바로 그 내용이다.
"한나라당은 당론으로 신문법에 반대했다"거나, "역사에 책임져야 할 법이고 비록 숫자가 모자라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국회에 모두 남아 있다"는 박 대표의 주장은 그야말로 황당하다.
신문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신문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이를 상임위에서 합의했고,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나머지 개혁입법을 저지하는 대가로 이 법의 통과를 '암묵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임을 박 대표 스스로가 모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신문법에 대한 박 대표의 표결 행태는 박 대표가 사실상 신문법 통과를 방조했음을 보여준다. 박대표는 '신문법'으로 통칭되는 두 법안 '정기간행물의등록에관한법률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투표를 하지 않았고,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안에대한수정안'에는 '기권'표를 던졌다.
지난 연말 한나라당은 의회주의의 기본을 유린하면서 이른바 '4대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될 수 없도록 가로막았다. 그러나 정기국회 마지막 날 한나라당은 의원들에게 신문법에 대한 반대 당론을 '권고'하는 선에서 본회의 표결에 참여했으며 신문법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통과됐다.
당시 한나당 의원 9명이 당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정기간행물의등록에관한법률개정법률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 의원이 244명이고 찬성의원이 133명이었던 점,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의원 다수가 '누더기신문법'에 반대표를 던졌던 점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이 '반대당론'을 적극 관철시키고자 했다면 신문법이 통과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박 대표가 "숫자가 모자라서 막지 못했다"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이 통과되고 시행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정안을 내겠다고 생떼를 쓰니, 우리는 한나라당의 독단과 독선에 아연할 따름이다. 이러고도 입만 열면 '상생'을 말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는가?
박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조선, 중앙, 동아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신문법 흔들기'에 적극 활용했다.
16일 세 신문은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 추진 방침을 1면 또는 2면에 비중있게 실었다. 조선일보는 <한나라, 신문법 개정 추진 - 박대표 "국제기준과 시장경제 안맞는 부분 걸러내야">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1면에서 다뤘다.
동아일보는 <野,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 개정키로>라는 제목으로 2면에서 다뤘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제목은 문제가 있다. 신문법 개정을 언급한 것은 한나라당 박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다. 제2야당인 민주노동당은 '신문법에 독소조항이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털끝만큼도 동의한 바가 없다. 한나라당의 주장을 '한나라당'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野'라는 표현으로 확장시키는 것은 부당하며 교묘한 사실의 호도다.
중앙일보는 2면 <한나라, 신문법 개정 추진/ "3사 점유율 60% 규정 등 시장경쟁 침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 대표 등의 주장을 표까지 만들어 가장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일보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빌어 사실까지 왜곡했다. 중앙일보는 "한나라당이 지적하는 대표적인 신문법의 독소조항"이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거나 3개사의 점유율이 60% 이상일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토록 한 신문법 17조라며 "이 조항에 따라 해당 신문사에 공정거래법에 의한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지는 등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는 자체만으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교묘한 왜곡이 거듭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의무사항이 아닌 '편집위원회 구성'을 두고 "신문의 편집인과 발행인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거나 신문발전기금을 "특정 성향의 신문에 대한 재정지원"으로 호도한 주장도 사실인 양 보도됐다.
우리는 한나라당과 박 대표에게 묻고 싶다.
언제까지 조선일보 등의 의제설정을 쫓아 제1야당이 손바닥 뒤집듯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뒤집고, 수구보수신문들의 여론 호도에 소스를 제공해주는 '핑퐁식 여론왜곡의 틀' 안에 갇혀 있을 것인가?
박 대표는 신문법을 "국제 기준"에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국제 기준"이란 게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우리 신문시장이 '국제 기준'은커녕 시장의 상식적인 경쟁 룰을 파괴하는 수구족벌신문들의 탈법 행태로 유린되었음을 박 대표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야말로 한국의 신문시장이 '국제 기준'에 맞도록 신문법이 보완되기를 바란다. 세계 어느 나라의 신문사들이 탈법적인 경품으로 신문 부수를 확장하면서 여론 다양성을 가로막는단 말인가? 신문사들이 공정한 시장경쟁의 룰을 지키도록 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며, 신문사 내의 편집권 독립을 확실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국제기준'에 맞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박 대표는 조선일보 등이 내세우는 왜곡된 주장을 쫓아 '누더기 신문법'조차 위헌 소송으로 무력화시키겠다며 헌재를 압박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헌법 기관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언론정상화를 가로 막은 데 대해 "역사에 책임져야 할" 일이다.
우리는 헌재가 '누더기 신문법'을 위헌으로 판결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작금의 '신문법 흔들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 정당성을 훼손하겠다는 저급한 정치공세이자, 향후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 정책 수립과 실행을 방해함으로써 거대족벌 신문들의 기득권을 연장시켜 보겠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의 반증이다.
한나라당,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동맹' 세력들에게 경고한다. 정상적으로 변화해가는 신문시장에서 비정상적인 방식의 정치공세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행태를 중단하라. 아울러 저급한 정치공세에 헌법기관을 끌어들여 '시험에 들게하는' 비겁한 행태도 중단하라.
'제1야당'과 '메이저신문'의 치졸한 행태에 국민들의 신뢰만 떨어질 뿐이다.
2005년 6월 1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