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MBC 연속기획보도 '반환 미군기지 허와 실'」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5.5.20)
'반환 미군기지 허와 실', 오랜만의 MBC다운 보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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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한미 양국이 합의한 용산기지이전협정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개정협정에 따라 주한미군기지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용산기지이전협정안은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굴종적인 태도와 불평등한 내용으로 협상 당시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었으나 문제제기가 제대로 수용되지 않은 채 협정이 체결되었다.
MBC는 5월 4일부터 12일까지 '반환 미군기지 허와 실'이라는 제목의 연속기획보도(총 5차례)를 통해 주한미군 기지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다각도로 제시하여 주목을 받았다. MBC는 이 기획보도에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 반환부지 처리문제, 기지이전에 따른 해당주민들의 생계보장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MBC는 5월 4일 <만신창이 반환>에서 기지반환 후 미군이 남기고 간 오염물질로 고통을 겪고 있는 필리핀의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 해군기지를 소개했다. 해당 지역은 미군이 남기고 간 각종 폐유와 독극물로 인해 중추신경 마비, 선천적 심장병, 언어장애, 백혈구 과다증세 등이 발생하여 이미 수백 명이 사망하였고, 그 피해가 세대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협상과정에서 반환 이후의 환경문제가 언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잘못은 반환 협상에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는 필리핀 미군기지 정화운동본부 관계자의 발언은 기지반환을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다음 날 이어진 연속기획보도 <오염피해 무방비>는 우리의 사정도 필리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MBC는 '1990년 대청호 기름유출', '94년 상수원 보호구역 폐유방출', '2003년 한강 포르말린불법방류' 등 그 동안 발생했던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사례를 보도했다. MBC는 "미군측은 변명이나 함구로 일관했고 간간이 미군기지 종사자들의 증언만으로 그 원인을 짐작"하고 있다며, 그 동안 환경오염 처리과정에서 미군측이 보여준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이어 MBC는 현재 기지반환과 함께 실시하고 있는 한미합동 환경조사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반환일정이 잡히면서 미군기지에 대한 환경조사가 진행중이지만 보안을 이유로 모든 것이 철저히 배일에 가려진 채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미합동조사라고는 하지만 미군이 보안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해당시설에 대한 오염조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5월 한미 양국은 반환된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파합동위에서 '미군 반환/공여지 환경조사와 오염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 합의만으로는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합의서는 한미 당국이 오염치유에 관한 모든 사항을 '협의'하게끔 되어 있어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 사례를 발견한다해도 복구나 배상에 나서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아무런 구속력이 없으며 복구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 오염치유가 지지부진해질 경우에 대해서도 대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또한 '양측간 이전조건에 합의시 시설 및 구역의 오염치유조치 종료 전 이전 가능' 이라는 조항도 있어 경우에 따라 오염피해가 복구되지 않았음에도 미군이 기지를 이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짧은 기간에 모든 것이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형식적인 합동조사로 결국 미군에게 면죄부만 주는 게 아니냐"는 MBC의 지적은 타당하다.
5월 6일 <줄줄이 문닫을 판>에서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 기지이전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동두천의 상황을 보도했다. 동두천은 "6.25 직후 들어선 미군기지를 제외하고는 공단이나 상권도 없어 기지가 반환되면 당장 500여개 상점이 문을 닫게 되고 1만 5000명이 생업을 잃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에 대비해 "동두천시가 외국인 특구나 관광특구를 계획"하고 있지만, 정부가 반환부지를 지자체에 팔아 미군기지 이전비용을 조달하기로 결정해 동두천시는 당장 돈을 주고 반환부지까지 매입해야하는 상황이다. MBC는 "반세기 동안 미군범죄와 기지촌 오명에 시달려 왔던 동두천 주민들은 기지반환을 앞두고 정부의 무관심 속에 또 한 번 소외되고 있다"며 협정이행에만 급급한 정부의 무책임성을 꼬집었다.
반환부지 매입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도시는 동두천만이 아니다. 5월 10일 <땅값마련 고민>에서는 '반환 부지를 돈주고 사가라'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서울, 부산 등 기지반환을 앞두고 있는 지자체들의 고민과 기지이전 비용분담 문제를 보도했다.
마지막 보도 <엇갈린 희비>(5/12)에서는 미군기지가 이전되는 평택의 상황을 보도했다. 해당 지역주민들은 '수십 년 간 일궈온 농토를 미군의 전쟁발전기지로 바칠 수는 없다'며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250일 넘게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4년제 대학과 영어마을 유치를 약속"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보상'이 아닌 '기지이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평택주민들은 정부의 보상계획이 일부 토호세력과 개발주체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것이며 지역사회의 토론과 동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극성 투기꾼들이 미 의회 보고서까지 입수해 이 땅(평택)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일부 토지 소유주들도 보상을 노리고 기지이전 찬성에 가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들은 미군기지 확장에 대한 주민의견을 단순한 '찬-반 양론'으로 보도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MBC는 <엇갈린 희비>에서 일부 토지소유주와 극성 투기꾼들이 기지이전 찬성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긴 했으나, 엥커멘트에서 "주민들 의견이 갈렸다"는 식의 접근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미군기지이전문제는 주한미군의 역할, 주민생존권, 지역경제, 미군범죄, 환경오염 문제 등을 치밀하게 검토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언론은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갈등만을 단순히 전달하기에 앞서 각 사안별로 신중하게 원인을 분석해 차분하게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용산기지이전 협상 과정에서 일부 수구언론들은 미군이 기지를 옮기면 한반도 안보에 큰 문제라도 생길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되레 미군을 두둔하기까지해 비판을 받았다. 방송 역시 심층보도 없이 협상과정의 갈등만을 부각하거나 단순사실전달에 그쳤다.
5회에 걸쳐 방송된 MBC 연속기획보도 <반환 미군기지 허와 실>은 기지이전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분석적으로 접근해 다른 언론보도들과 차별성을 보였다. 우리는 앞으로도 MBC가 주한미군 재배치와 기지이전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해 줄 것을 요구한다. 아울러 이번 기획보도가 '겉핥기', '연성화' 논란에 휩싸였던 MBC뉴스의 '질적변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끝)
2005년 5월 2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