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른바 '학교폭력 연합서클 서울연합' 관련 방송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5.5.10)
학교폭력, 진지한 접근으로 대책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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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방송3사는 경찰청이 서울 최대 규모의 학교 폭력 연합서클 '서울연합'을 적발했다는 사실과 함께 폭행 당사자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서클 가입 신고식 장면을 인용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들은 학교폭력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그간 문제로 지적되었던 학교폭력 관련 보도행태를 답습했다.
SBS는 <끔찍한 신고식>에서 1분 20초 동안의 보도시간 중 50초를 학생들의 폭행장면이 담긴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채웠다. 화면을 흐리게 처리하기는 했으나 가까운 지인이라면 학생들의 신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성의하게 편집했으며 자극적인 현장음까지 그대로 노출시켰다.
MBC <최대규모 폭력서클>은 SBS에 비해 컴퓨터 처리가 꼼꼼하게 됐으나 보도시작과 함께 약 20초간 휴대전화 동영상 화면을 인용했으며 이미 예전 뉴스에서 수 차례 등장한 바 있는 학교폭력 관련 폭행 영상도 20여초 동안 인용하는 등 자극적인 화면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KBS는 <'신고식' 촬영까지>에서 약 16초 동안 영상을 매우 흐리게 처리해 MBC, SBS와 다소 차이를 보였다.
폭행장면 외에도 경찰청 발표 내용을 순화되지 않은 용어로 인용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KBS <'신고식' 촬영까지>는 수사결과 발표를 맡은 서울경찰청 청소년계장의 브리핑 내용 중 "옷을 벗으면서 춤을 추는 섹시머신과 돈으로 사람을 경매낙찰하여 노예가 되게 하는 노예팅 등의 게임을 즐기면서…"라는 표현을 그대로 인용했고, MBC도 기자멘트에서 "돈으로 사람을 경매하는 이른바 노예팅과 집단 음란행위도 벌였다"며 발표 내용을 옮겼다. 그나마 SBS는 단신으로 보도한 <일진회 최대조직 적발>에서 "'야한 춤 경연대회' 등을 열어왔다"며 순화된 용어를 사용했다.
아무리 경찰의 발표라 하더라도 학생들 사이에 사용되는 자극적인 표현을 방송이 그대로 옮겨서 보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편 이번 경찰의 발표를 계기로 SBS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일진회, 우리 아이들이 맞고 있다'는 큰 제목 아래 4건을 연속으로 묶어 보도했는데 이 역시 매우 선정적이다. <최대조직 적발>에 뒤이어 <끔찍한 신고식>에서 폭력 동영상 장면을 보도했으며, <어이없는 죽음>에서 "빼앗아간 시계를 돌려달라는 중학생 후배를 때려서 숨지게 한 고등학생들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재연그림까지 사용해가며 보도했다. 또 <여고생 집단 성폭행 9명 구속>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고생을 집단 성폭행 한 혐의로 17살 이 모군 등 9명이 경찰에 구속됐다"는 소식을 단신으로 다뤘다.
선정적으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나열한 이와 같은 보도태도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방송 뉴스에서 충격적인 폭행장면은 항상 '유혹'의 대상이 된다. 심각한 학교폭력의 실상을 담은 폭행 장면은 '일진회' 논란이 불거지기 전부터 방송에서 자주 다뤄졌다. 방송3사는 이제 선정적인 폭행 장면을 노출하는데 있어 보다 심사숙고하고, 학교폭력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2005년 5월 10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