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사법제도 개혁 관련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2005.5.3)
등록 2013.08.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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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은 '갈등부추기기'가 몸에 밴 습성인가

 

 


진정 일부 신문들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장이 될 수 없는 것인가.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추진하고 있는 사법제도 개선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등 '검찰'이 관련된 제도개혁에 대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의 보도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앞장서 방해하고 있다. 사개추위가 제시한 '공판중심주의'나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갑자기 던져진 의제가 아니다. 인권 보호, 효율적인 수사, 공정한 재판 등 사법 서비스의 질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문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선 방안이 검찰의 권한 분산 또는 권한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그동안 검찰에게 수사와 기소 등 행형에 관한 모든 권한이 집중되었고 '자백'에 의존한 검찰 수사 관행 등의 개선이 필요했다는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사개추위의 안이나 '검경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 내에서 제기되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 주장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해 관계에 있는 집단뿐 아니라 사법 서비스의 소비자인 시민들이 제도 개선의 취지를 이해하도록 하고, 차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사법제도 개선과 검경 수사권 조정이 어떤 맥락에서 제기되었는지, 바람직한 제도 개선 방향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차분하고 합리적인 접근을 하지못하고 있다. 대신 '검찰'이라는 특정 집단을 사고의 중심에 놓고 집단과 집단 사이의 갈등 구도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 신문의 기본 시각은 한마디로 '검사들의 시련'이다. 이들은 일련의 제도 개혁 논의를 검찰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나 갑작스러운 '정치공세' 쯤으로 규정하고, 검찰의 반발을 집중 부각하는 등 검찰의 대변지 노릇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향은 사개추위의 개선 방안이 나온 이후 보도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 사개추위(청와대)와 검찰의 대립구도 중심 검찰의 시각에서 반발 부각 제도 개혁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혹 부각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법제도 개선에 대한 사개추위의 안이 알려지자 4월 28일 주요신문들은 이를 1면 등에서 크게 다뤘다. <"법정서 조서 인정 않고 피고인 신문까지 막다니…" / 검찰, 수사권 제한에 정면 반발>(조선/1면 톱), <사개위-검찰 형사소송법 마찰>(동아/1면), <사개추위, 신문조서 증거능력 불인정 추진에 검찰 "수사권 위축될라" 긴급회의>(중앙/6면), <사법개혁위 추진 '공판중심 개편' / 검찰 수뇌부 강력반발>(경향/1면)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들 신문의 보도는 '사개추위 안과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라는 대립구도로부터 출발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28일 '검찰 수사권 제한'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해 계속되는 사법제도 개혁 관련 보도에서 일관되게 이 표현을 썼다. 사법제도 개혁을 검찰을 겨냥한 수사권 '제한'이라는 협애한 틀로 묶어두는 의제설정의 왜곡인 셈이다. 또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 <사면초가 검찰>이라는 표를 함께 실어 '노무현', '경찰', '법원', '열린우리당', '사개추위'가 추진하거나 주장하고 있는 제도 개혁 요구로부터 검찰이 포위당하고 있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29일에도 조선일보는 4면 톱기사에서 <밀어붙이는 청와대-긴박한 검찰>이라는 구도로 이 문제를 접근했다. '사개추위-검찰'이라는 대립구도에서 나아가 '청와대-검찰'의 대립구도로 몰아간 것이다.


사법제도 개혁을 '사개추위와 검찰의 대립 구도'로 접근하기 시작한 신문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신문들이 29일부터는 검찰의 반발을 주요하게 다뤘다. 특히 조선, 중앙, 동아는 <"부패수사 못할수도">(조선/ 29일 1면), <"사실상 무장해제" 평검사들도 들썩>(동아/29일 3면), <"수사권 없는 검사는 존재 의미 없어">(중앙/29일 3면) 등 검찰 측의 일방적인 주장, 극단적인 주장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으면서 이들의 반발을 부각시켰다. 5월 2일 서울 중앙지검의 검사들이 평검사 회의를 열자 3일 조선, 중앙, 동아는 일제히 1면 기사와 관련기사로 다루면서 검사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전국 평검사회의 곧 소집 '수사권 제한' 파문 확산>(조선/1면 톱), <"사개추위안은 검증없는 변혁" 심야마라톤 회의 끝 초강수>(조선/6면), <"사개추위 개정안은 국적불명 제도">(중앙/1면), <한밤까지 이어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 "수사 말라는 얘기" 격앙>(중앙/12면), <서울 평검사 90여명 어젯밤 긴급회동 "사개추 형소법개정 일방추진 반대">(동아/1면), <"검찰수뇌부가 정치권 눈치만" 성토>(동아/3면) 제목에서부터 '사개추위가 일방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수사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며, 정치논리가 개입되어있다'는 검사들의 주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검사들의 주장을 부각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국 평검사 회의가 곧 소집될 것'이라고 단정적인 제목을 달아 반발이 격화되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마저 드러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9면과 8면에 <서울지검 평검사들 '수뇌부 비판'>, <평검사들도 꿈틀>이라는 제목으로 검사들의 회의 소식을 짧게 처리 조선, 중앙, 동아와 대조를 보였다.


검찰측의 주장을 부각하는 것에서 나아가 조선, 중앙, 동아는 사개추위 안을 비롯해 검경 수사권 조정,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추진, 대통령의 검찰 관련 발언 등을 연결시켜 검찰이 '집중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몰았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부각시켰다. 이들 신문은 '일부 법조인', 익명의 '검사' 등의 입을 빌어 사개추위의 움직임이 '정치권의 검찰 무력화 의도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거나 '검사장 회의가 연기된 데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9일 각각 <검찰의 잇따른 반발…왜? "검찰권 약화 배후는 청와대" 의심>(중앙/3면), <사법개혁, 청와대 시각 반영?>(동아/3면) 이라는 제목으로 청와대의 '의중'과 개입 여부를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를 싣기도 했다. 정치권의 '의도'에 초점을 맞춘 보도경향은 29일과 30일 사설에서 요약되어 나타난다. 29일 조선 사설 <어떤 검찰을 원하는가>는 사법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도'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조선은 사개추위가 내놓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오히려 사설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관해서는 "수사인력과 장비 등 과학수사의 기반을 대폭 강화하면서 전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은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경찰의 '수사권 독립', 정부 여당의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움직임, "검찰이 제도 이상의 권한을 내놔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한국검찰의 모습을 바꾸게 할 검찰의 구조적 변화시도"로 함께 엮어 정부를 향해 "한국 검찰을 어떻게 바꿔가기 위해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느냐"고 추궁했다. 반면 검찰의 반발은 "외부의 검찰 개편 제안에 대한 방어적 움직임"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조선은 "검찰을 인사권으로 흔들어 정치의 시녀로 만들었던 장본인이 바로 정치권력"인데 "그런 정치권력이 검찰을 개혁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사법개혁의 정당성 자체를 흔들었다. 나아가 조선은 "국민들로서는 정치권력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방안의 외적 목표와 내적 의도를 보다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사법개혁에 저의(底意)를 파악하라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조선의 이같은 주장은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만들었던 권위주의 정권과 현재의 정부를 동일시함으로써 사법개혁의 '자격'을 문제삼는 악의적인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도 29일과 30일에 걸쳐 <사법개혁이 '검찰 때리기'인가>, <검찰 무력화도, 기득권 지키기도 안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는데, 29일 사설이 검찰의 주장을 대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30일 사설은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는 조선일보의 29일 사설을 쫓아가는 경향을 보였다. 29일 사설은 사개추위의 공판중심주의가 고비용의 제도며, 검찰의 수사를 위축시키고 부정부패 척결에 장애가 된다는 검찰측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현실을 무시한 채 급격히 사법체계를 바꾼다면 커다란 혼란을 불러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개추위가 불과 1주일만에 초안을 마련했다"며 '검찰이 제도 이상의 권한을 내놔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과 사개추위의 안을 연결시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30일 사설은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 정부 여당의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움직임,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검찰의 반발을 거론하며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러한 움직입들이 정치적 의도에서 정치권력이 검찰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인지, 아니면 검찰이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표현이 조금 바뀌었을 뿐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함께 문제삼는 등 조선일보 29일 사설의 틀을 빼닮았다. 아울러 중앙은 "정치권력이 검찰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시도로 이러한 변혁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경계한다"고 못박고, "검찰도 필요한 개혁을 검찰 박해로 몰고가 기득권을 지키려 해서는 안된다"는 립서비스성의 당부를 덧붙였다. 사회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사법개혁을 '검찰 박해'로 몰아가는 것이 누구인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동아일보도 30일 <투명·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목표다>라는 사설을 통해 검찰이 '검란'식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나치다고 하면서도 사개추위와 청와대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았다. 특히 동아일보는 사개추위가 "공청회 한번 없이 시한을 정해 몰아붙이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사실이 아닌 주장을 펴는가 하면 "정권출범 초기부터 검찰과 껄끄러웠던 대통령이 앞장서서 '검찰개혁'을 말하니 투명성이 반감되고 설득력이 떨어지고 만 것"이라며 '정황논리'로 사법개혁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삼았다. 반면 경향은 29일 사설 <사법절차 개편은 시대의 대세다>라는 사설을 통해 공판중심주의의 근본 취지와 함께 '수사권 자체를 약화시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사개추위의 사법제도 개편안의 골격이 대부분 지난해 짜여진 것이라는 점을 밝혀 사개추위의 안이 '급조'되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는 식의 주장이 근거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겨레도 같은날 <사법제도 개혁, 국민 편에서 봐야>라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사개추위의 안이 어떠한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그 취지가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설명하는 한편 검찰쪽의 주장을 고려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검찰이 사법제도 개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우리는 검찰의 권한이 일정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제도개혁을 검찰이 선선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개추위의 개선안이 완벽하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법제도 개혁의 근본 취지가 인권 보호와 사법서비스 향상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존재해온 '검찰 권한의 집중'과 진술 조서에 의존하는 수사 관행 등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검찰이 우려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 여기서 핵심은 특정 집단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제도의 개선 또는 개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하게 토론하고 합의해나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성숙한 토론의 문화, 합의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개혁을 추진하는 쪽이나 개혁 '대상'들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언론은 사회적인 논란이 전개되고 해결되어 가는데 누구보다 차분하고 냉정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사법제도 개선과 관련된 일부 신문들의 태도는 이같은 태도와 거리가 멀다. 이들은 사법제도 개혁이 몇몇 집단만의 문제인 양 이들 사이의 대립구도를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 그러다보니 큰 틀의 사법개혁의 방향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하지 못한 채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의중'과 같은 정치적 의도를 쫓는 데 급급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검찰을 '궁지에 몰린 집단'처럼 전제하고 검찰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부각하는 태도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개추위 안이 '수사권의 박탈'이라도 되는양 여기는 격앙된 반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문제 해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사개추위안이 졸속이라는 주장을 펴기 위해 '1주일만에 안을 냈다'거나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다'는 식의 사실 왜곡 역시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제기될 때마다 조선, 중앙, 동아가 한목소리를 내면서 사실왜곡과 편향보도를 반복하는 데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사법제도를 개선하는 데 인권 보호와 사법 서비스 개선 외에 무슨 특별한 이해관계라도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제도 개선의 방안을 놓고 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하지 못하는 것인가? '신문의 위기'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사회 현안을 놓고 합리적인 공론장 역할도 못하고, 대안제시도 못하는 신문 스스로의 한계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냉정하게 보기 바란다. <끝>
 

 

2005년 5월 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