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3월 16일 MBC뉴스데스크 <북한 공개처형>’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
MBC 대북관계 보도 신중치 못했다
.................................................................................................................................................
3월 16일 MBC 뉴스데스크는 <북한 공개처형>에서 “북한의 공개총살 현장을 담은 충격적인 사진이 공개됐다”며 “이번 사진 공개로 국제적인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충격적인 사진’이 과연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물론,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에 공개되었는지 출처조차 밝히지 않은 채 북한의 ‘공개총살’을 기정사실화 했다. 특히 MBC기자의 리포트 내용은 인터넷매체 ‘데일리NK’가 <세계최초! 北 공개총살 현장공개>에서 보도한 사진과 사진캡션을 거의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었다(<표>참조). 더욱이 ‘데일리NK’의 기사는 자체 취재한 것이 아니라 일본 민영방송인 N-TV(니혼방송)가 입수했다는 동영상에서 사진을 캡쳐한 것으로, 사실확인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정체불명의 동영상제작자→NTV입수→데일리NK보도→MBC보도’로 이어지면서 ‘기정사실화’ 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표> MBC뉴스데스크와 데일리NK 보도내용 비교
MBC 보도내용 |
인터넷매체 ‘데일리NK’ 보도내용 |
지난 3월 1일 함경북도 회령시. 공개처형이 시작되기 전 주민 수천명이 동원됩니다 |
2005년 3월 1일. 장소는 회령시. 공개처형을 실시하기 위해 동원된 북한 주민들의 모습. N-TV는 이곳에 모인 숫자를 수천 명으로 보도함 |
이 가운데에는 어린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
어린이를 포함한 수천 명이 운집한 가운데 공개재판과 총살 집행 |
어떤 이들은 처형장면을 보기 위해 자전거 위에 올라갑니다 |
공개처형 장소에 모여든 군중들이 자전거 위에 올라가 처형장면을 구경하는 모습 |
재판과정을 중계하려는 듯 방송차량도 현장에서 대기중입니다 |
공개재판 내용을 방송하는 방송차가 보임 |
재판정으로 가는 죄수 11명의 모습에는 죽음을 앞둔 체념과 공포가 담겨 있습니다 |
공개재판장으로 끌려가는 11명의 사람들 |
재판정에서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면 즉시 사형집행이 진행됩니다 |
공개재판이 진행되어 판사가 사형을 선고한 후 “즉시 집행하라”는 목소리가 들려 |
사형집행 직전 두 명이 말뚝에 묶여 있습니다. 북한 탈출을 도왔다는 죄명으로 공개처형되는 두 사람은 공장 노동자 최재권 씨와 박명길 씨로 알려졌습니다 |
공개처형을 위해 말뚝에 두 명을 묶어둔 모습 (1.17 공장 노동자 최재곤, 박명길로 확인됨. 죄명은 북한 탈출을 도운 죄) |
말뚝에 묶여있는 사람이 총을 맞고 고개를 떨구고 이어 몸이 앞으로 거꾸러집니다 |
1명이 총을 맞고 고개를 떨구는 모습, 총소리와 함께 말뚝에 묶여 있던 시체가 앞으로 거꾸러지는 모습 |
공개총살 사진이 공개되면서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한 국제적인 지탄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동영상의 공개로 명백한 물증이 생겨남으로써 북한의 인권실태에 대한 국제적 지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MBC의 보도태도는 다른 두 방송사의 보도태도와도 비교되었다. SBS와 KBS는 ‘공개처형’ 영상과 관련한 소식을 단신으로 다루었다. SBS와 KBS는 각각 “일본 NTV가 입수한 동영상을 방송했다”, “북한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데일리 NK는 동영상이 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며 동영상과 사진의 출처를 정확히 밝혔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국제사회에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의 동영상을 확인해 봤으나 총살 장면인지의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 MBC 보도와 차이를 보였다.
본회는 차례에 걸쳐 출처와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북한관련 소식은 신중하게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킨데 이어 ‘민주주의증진법’을 추진하는 등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워 북한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는 ‘북핵문제’와 함께 미국이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첨예한 사안이다. 따라서 책임있는 공영방송이라면 ‘한반도 평화’라는 큰 틀에서 북한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외신 등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북한 관련 소식들은 그 신빙성 자체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월 18일 ‘피랍탈북인권연대’는 “북한 내에 반체제단체가 활동하고 있다”며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비난하는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각 매체들이 이를 앞다퉈 보도했지만 이 동영상은 공개 당시부터 진위여부에 의문이 제기되었으며, 최근에는 ‘조작’되었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또 탈북자나 북한 내부 문제와 관련된 동영상의 제작?배포가 ‘기획’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시민의 신문’ 3월 14일자는 일본 민영방송들이 “탈북자의 한국행을 말하는 소위 ‘기획입국’에 깊이 관여”하고 있으며 “동영상을 확보해 일본 내에서 특종 방영하면 돈도 벌고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기도 한다”는 증언이 소개됐다. 그 동안 익숙하게 봐왔던 탈북자들의 대사관 진입 등 ‘기획입국’ 영상의 제작에 일본 민영방송이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MBC가 진위여부조차 불분명한 북한 관련 동영상을 단정적으로 전달한 것은 한반도 평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본회는 얼마 전 ‘MBC보도 기획모니터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민족문제에 대해 신중하고 깊이있는 접근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북한 관련 보도도 더 이상 차별성을 발견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 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북한 공개처형>과 같은 섣부른 보도가 나온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새사장 취임 등 내부변화에 따라 ‘보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MBC의 의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MBC의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05년 3월 18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