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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은 또 대통령 말씀 받아썼고, TV조선은 ‘펑펑 울었다’ 카더라2016년 11월 4~6일
4~6일 방송 저녁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어떻게 보도했고 평가했을까요. 박 대통령은 특별검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최순실 씨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선의’로 포장했습니다. 책임총리를 내정하고도 2선 후퇴를 언급하기는커녕 여야 영수 회담을 제안해 오히려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의지까지 내비쳤습니다. 성난 여론에 부채질을 한 셈입니다. 이 때문인지 5일 있었던 2차 범국민 대회에는 전국적으로 30만 명의 시민이 모여 분노의 민심을 드러냈습니다. 방송사들은 ‘2차 대국민 사과’를 제대로 보도했을까요?
1. ‘받아쓰기 고질병’ 노출한 공영방송
KBS와 MBC는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에서도 대통령의 말을 받아쓰기만 하는 고질병을 노출했습니다. KBS는 대통령 담화를 6건 보도했는데 이중 여야의 반응을 전한 2건을 뺀 4건이 모두 받아쓰기 보도입니다. MBC도 담화 보도 5건 중 여야 반응 2건을 제외한 3건이 받아쓰기 보도입니다. 그 어떤 비판도 공영방송 보도에는 없었고, 오히려 국정 속개를 강조한 대통령 입장을 적극 대변했습니다.
MBC <“국정 공백 막아야”…영수회담 제의>(11/4 https://bit.ly/2f49FEN)는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만큼은 꺼트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라는 대통령 발언을 전하면서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KBS <“국정 중단 안 돼…여야 대표와 자주 소통”>(11/4https://bit.ly/2euZXuH)도 똑같은 내용의 보도입니다. 양사 모두 국정농단의 주인공이 국정 주도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해석은 외면했습니다. KBS가 MBC와 다른 점은 “어느 때보다 무거운 표정” “자책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거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등 대통령의 ‘침통함’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또한 KBS 앵커는 “담화를 끝낸 뒤엔 연단에서 내려와 기자들에게도 걱정을 많이 끼쳐 미안하다며 이만 물러가겠다는 말을 남겼”다는 사실도 언급했습니다. 두 번째 사과까지도 기자와 질의응답을 하지 않는 대통령의 ‘불통’과 질문하지 않는 기자들의 ‘직무유기’가 비판을 받았지만, KBS는 대통령의 ‘반성’에만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
△ ‘불통’ 지적 대신 ‘대통령의 반성’만 부각한 KBS(11/4)
2. TV조선 “대통령이 펑펑 울었다”…비판 대신 ‘감성 호소’ 대변
TV조선과 채널A도 대통령의 담화를 그대로 받아쓰기만 했다는 점에서는 KBS, MBC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TV조선은 8건의 담화 보도 중 6건이, 채널A는 8건 중 5건이 받아쓰기 보도입니다. 특히 TV조선은 대통령의 담화 발표 전날 ‘근황’까지 동원해 대통령의 ‘감성 호소’를 포장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 톱보도 <“모든 책임 지겠다…특검도 수용”>(11/4, https://bit.ly/2fnC21h)에서 윤정호 앵커는 “박 대통령 얼굴이 평소보다 많이 부어 보이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라고 물었고 홍혜영 기자는 “박 대통령은 평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거의 보이지 않는 스타일인데, 어제는 정말 펑펑 울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박 대통령 왜 얼굴 부어 보였나”라는 자막까지 떴습니다.
△ 대통령의 '펑펑 울어 부은 얼굴' 조명한 TV조선(11/4)
△ 대통령의 '스트레스로 부은 발' 조명한 TV조선(11/4)
TV조선 <“사이비종교‧굿판 사실 아냐” 침통>(11/4, https://bit.ly/2fpx6Hf)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는 시작부터 가늘게 떨렸습니다. 눈시울도 붉어졌습니다” “시종일관 침통한 표정” 등 ‘동정적 묘사’에 열을 올렸고 보도 말미에는 “박 대통령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발이 부어 신발도 신기 어려웠던 것”까지 전했습니다.
3. 언제까지 SBS와 JTBC만 봐야하나
SBS와 JTBC는 대통령 담화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었습니다. 담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보도가 SBS는 4건, JTBC는 무려 6건입니다. SBS <“특정 개인이 이권 챙긴 사건”>(11/4, https://bit.ly/2fnDlgE)은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긴 사건”이라는 대통령 발언에 “자신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말을 이렇게 한 셈이어서, 이게 또 역시 검찰 수사에 지침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달았습니다.
JTBC는 6건의 보도에서 대통령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그중 <인사강행→수사자청…시나리오 따랐나?>(11/4, https://bit.ly/2fbkgvw)는 지난주부터 4일 대국민담화까지 이어진 청와대의 움직임이 “누군가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서 지휘를 하기라도 하듯이 일사불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8일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박 대통령 독대 후 수석비서관 전원 사표, 최순실 씨 돌연 입국 및 검찰 출석, 김병준 총리 내정, 안종범 전 수석 ‘대통령 지시’ 진술 등 일련의 사태가 하루마다 일사천리로 이뤄졌고, 4일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하는 데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JTBC는 이 상황을 “지난 3년여 동안 고위 공무원들의 비호 아래 소리 없이 진행된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은 이처럼 불과 일주일 만에,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정리가 돼버렸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보도, 7개 방송사 중 SBS와 JTBC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4. 이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검찰, SBS, JTBC, MBN만 비판
대통령을 지우고 최순실 씨의 ‘개인 일탈’로 마무리 지으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감지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했으니 검찰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대통령 발언과 청와대 신호에 따라 움직이면서 ‘늑장 수사’ ‘압수수색 빈 상자 쇼’ 등 오명을 썼습니다. 이 부분에도 SBS와 JTBC만이 천착하고 있습니다.
4일에는 MBN도 가담했습니다. SBS <또 ‘뒷북’…불신 자초한 검찰>(11/4, https://bit.ly/2fbiw5g)는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직후 김수남 검찰총장의 검사 총동원령을 전한 후 “대통령의 신호에 보조를 맞춘 듯한 검찰의 이런 뒷북 대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난 9월 29일 최순실 씨 고발 당시에는 수사 검사가 3명에 불과했으나 20일 대통령의 첫 언급, 25일 대통령의 첫 사과가 나올 때마다 인력 충원과 압수수색이 이뤄졌고 이번 대국민 담화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MBN도 <뉴스초점/‘검찰’ 신뢰 회복의 갈림길>(11/4, https://bit.ly/2fNXME6)에서 “뒷북 압수수색, 형식적인 청와대 압수수색”을 질타했습니다. JTBC <현직 대통령 수사, 제대로 될까>(11/4, https://bit.ly/2eozsna)는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앞으로도 계속 인사권을 쥐고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들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타사는 여전히 검찰의 수사 상황을 받아 적고만 있습니다.
5. 국정마비의 책임은 야당에 있다? TV조선의 수상한 ‘스탠스’
논란의 ‘대통령 2차 사과’ 다음날인 5일, 범국민 대회가 열리면서 민심은 들끓었습니다. 모든 방송사가 집회를 톱보도로 타전했는데요. TV조선은 집회만 12건을 보도하며 성난 민심을 조명하면서도 4건의 보도에서 ‘국정마비’의 책임을 야당에 전가했습니다. 대통령의 총리 지명 철회를 조건으로 달아 여야 영수회담을 거부하는 야권이 ‘국정마비’를 야기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2건의 대담보도에서 TV조선의 속내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TV조선 <기로에 선 정국…해법은?>(11/5,https://bit.ly/2fHsVdc)에서 배성규 기자는 “대통령도 김병준 후보자 내정자를 끝까지 가겠다는 고집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지명한 사람 바로 철회하기도 어려워서 영수회담 하자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두둔하더니 “전쟁 중에도 아군과 적군이 만나서 대화한다. 지금 적군도 아니고 같은 나라의 국정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야당이 조건 4개 걸어서 대화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야당을 비판했습니다.
6. ‘야권 주도 정국’은 무조건 말이 안 된다? TV조선의 ‘주객전도’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초대한 TV조선 <정국 ‘혼돈’…돌파구 없나?>(11/5, https://bit.ly/2eqODwa)에서 이상목 앵커와 TV조선 배성규 기자와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난색을 보였습니다. 정 고문이 “대통령이 최소한 사임 선언 했어야 한다. 정치와 통치에서 손 떼고 내각제 하 대통령 정도로 물러나야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세 사람은 일제히 ‘야권 주도 정국’은 안 된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생각 다르다. 그렇다면 거국내각 만든다고 해서 제대로 잘 총리를 만들고 이끌어 나갈 수 있나?”(이상목), “현행 헌정체계에서 국회에서 총리 뽑는 건 헌정 체계에 대한 부정 아닌가?”(최병묵), “민주당이 조건을 다 내걸고 영수회담을 걷어찼다. 과연 대화가 될까?”(배성규) 등 정 고문에게 같은 취지의 질문을 쉼 없이 던진 것입니다.
이에 정 고문은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깨어나서 판단을 제대로 하면 영수회담 받아야 한다” “거국내각은 하야 정국을 피하기 위한 중간절차를 해보자는 것인데 대통령이 정신 차리셔서 하면 된다”며 대통령의 일차적 책임을 강변했습니다. 그러자 최 전 편집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탄핵 정국의 여론은 달랐다”며 야당이 ‘하야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했고 정 고문은 “하야로 안 몰고 가려고 이러는 것”이라며 맞받아쳤습니다. 최 전 편집장은 끝까지 “각 당의 지금까지 태도, 조건 보면 합의된 총리가 나올 수 있을까 저는 부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정도면 TV조선의 속내를 알 만 합니다. 대통령이 최악의 국정농단을 저질렀지만 그래도 국정을 야당에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박근혜 게이트’의 진상조사와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별 이유도 없이 ‘말이 안 되는 것’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렇다면 현 사태의 책임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져야 한다는 것일까요? 또 책임지는 사람 없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권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