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뉴스서비스 신강균의 사실은」관련 주요 신문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1)
매체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정치공세'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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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지배주주 '태영'의 변탁 부회장이 MBC 강성주 보도국장을 통해 매체비평 프로그램 <뉴스서비스 신강균의 사실은>의 일부 제작진과 '부적절한 만남'을 갖고 고가의 명품 핸드백을 선물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 10일 각 신문들은 일제히 관련 기사를 싣고 기자 윤리를 어긴 <사실은> 일부 제작진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언론계의 도덕성 제고를 촉구했다. 그런데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은 이 사건을 계기로 방송사의 매체 비평 프로그램을 싸잡아 매도하고 위축시키려는 듯한 논조를 드러내고 있다.
10일 조선일보는 사설 <명품 핸드백 속의 '신강균의 사실은…'>에서 "'신강균의…'는 현정권의 비판 신문 흠집내기 의도를 충실하게 반영해 온 프로그램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신강균 차장은 언론의 도덕성과 공정성을 전세 낸 것처럼 떠들어 온 인물"이라고 소개하면서 "한편으론 자신들의 취재 대상인 업체로부터 고가의 선물과 향응을 받고 있었다"며 일부 제작진의 '이중성'을 성토했다. 더불어 "세 사람이 선물을 받은 시점은 작년 말 방송위의 SBS 재허가 추천을 앞두고 대주주인 태영건설을 이례적으로 3주씩이나 연속해서 비판한 지 얼마 후"였다면서 <사실은>의 태영건설 비판에 '의도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는 <'신강균과 구찌 핸드백' 미스터리>란 관련 기사에서 "그런데 애초 이 사건의 단초를 드러냈던 '신강균…'팀 이상호 기자가 9일 새벽 홈페이지에 문제의 글을 다시 띄웠다가 오후에 또 지웠다"면서 "그가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닌지 의문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불어 "사건 관계자들이 ㈜태영측에 가방을 돌려줬다는 시점은 크리스마스로 휴일이기에 의문", "간부인 국장과 차장은 함께 돌려주면서 이 기자에게는 왜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라며 잇따라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같은날 사설 <MBC '사실은' 파문과 기자윤리>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비리를 고발해야 할 언론인의 본분을 망각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라고 평하고 "이번 일탈행위로 미뤄보아 진행자가 언론인으로서 철저한 윤리의식이 부족했음이 드러난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만큼 공정했는지 묻고 싶다"며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문제삼았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사실은' 일부 제작진에 접근,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며 '로비'를 벌이려 한 (주) 태영측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았다. SBS 노조가 대주주인 태영에 대해 "언론사와 관계된 기업의 고위 임원이 자사를 비판해온 언론사 담당 기자와 간부를 만난 것은 '자본'으로 진실을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노조는 이번 사태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면서 태영의 뼈를 깎는 반성을 촉구하겠다"고 강하게 비판한 성명 '㈜태영의 구시대적 작태를 규탄한다' 역시 제대로 소개하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MBC 관련자들의 잘못은 물론 '로비'를 시도한 태영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비판했으며 MBC의 총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같은날 사설 <태영과 문화방송의 잘못된 만남>에서 한겨레는 "이번 일은 비판 대상이 호화판 접대를 벌이고 비판자인 방송사 쪽 핵심 인사들이 언론의 '감시자' 사명을 잊고 담당기자까지 그 자리에 부른 것이 본질"이라고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다. 그러면서 "태영 쪽은 진상을 고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 MBC에 대해서도 "문화방송 쪽은 문화방송 기자회 성명처럼 '참담함에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라며 "이번 일이 문화방송의 자정 개혁에 기폭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사 <MBC '사실은…' 명품가방 파문>에서 "문화방송의 철저한 반성과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MBC 개혁 요구 확산 움직임을 소개한 뒤, "(MBC의) 매체비평 프로그램 폐지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다뤘다. 더불어 "구치 가방을 건네준 변탁 부회장 쪽은 사과는커녕 해명조차 않고 있다"면서 7일 SBS 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태영의 구시대적 작태를 규탄한다'를 소개했다.
경향신문도 10일 사설 <'명품가방' 파문과 언론의 도덕성>에서 "그동안 <사실은>의 용기있는 고발과 탐사보도에 박수를 보냈던 시청자들이 (일부 제작진이) 부적절한 취재원이 베푸는 향응에 금품까지 받았다는 사실에 배신감마저 느낄 만도 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태영이 자사를 고발해온 방송사 간부 기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은 SBS 노조가 비판한 바대로 구시대적 작태이자 자본으로 사실과 진실을 막으려는 불순한 의도"라면서 "이번 파문은 부패한 취재원의 유혹이라는 존재가 언론 종사자의 도덕성 의무를 면제해 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또 "비평 탐사보도가 유혹에 휘말리기 쉽다고 해서 이런 프로그램의 존재의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이번 파문에도 불구하고 '신강균…'의 기본 정신을 살리되 도덕성과 질의 양 측면에서 한층 향상된 새 프로그램이 출현하길 기대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일보 역시 10일 사설 <방송 고발프로의 도덕성>에서 "'신강균의…'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용기 있는 고발보도 등으로 지난해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민주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다"며 "해당 언론인 3명 모두 파문이 확대되기 전 100만원 상당의 명품 핸드백을 돌려주었고 그 후 보직을 사퇴했더라도, MBC는 보다 근본적인 반성을 바탕으로 자기개혁을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금품 향응을 제공한 (주) 태영 측에 대해서도 "SBS의 대주주 회사가 비판적 보도를 한 언론인에게 향응을 제공한 구시대적 태도도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신강균의…' 프로가 추구해온 보도가치와 정당한 목표까지 이번 파문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더 섬세하고 성숙한 프로그램의 제작 방영이야말로 뼈아픈 반성이 가져오는 열매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본회는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사실은>의 일부 제작진이 취재 대상인 SBS 지배기업 (주) 태영 측 인사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것은 기자 윤리에 어긋나는 잘못임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는 다른 매체들이 <사실은> 일부 제작진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고 언론계의 도덕성 제고를 강조하는 것은 매체 상호비평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이 이번 사건에서 <사실은> 일부 제작진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방송사의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문제삼고, '명품핸드백'을 둘러싼 '의혹부풀리기'를 계속하면서 프로그램 폐지를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 태도는 참으로 유감스럽다. 혹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매체 상호비평 위축을 통한 언론계 '침묵의 카르텔' 부활을 고대하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금품과 향응을 미끼로 자사에 불리한 보도를 막으려 든 (주) 태영 측에 대한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의 '감싸주기'를 보노라면 이들이 정녕 '할 말은 하는 비판언론'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에게 있어 자본은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된 '성역'이란 말인가.
진정으로 '언론윤리'를 걱정하는 신문이라면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취재 대상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매체 상호간의 감시와 건강한 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들이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편파 왜곡보도를 비판해온 방송사 매체비평프로그램을 위축시키는 기회로 여기고 언론계의 '침묵의 카르텔'이 형성되기를 기대한다면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공신력의 실추를 맞게 될 것이다. <끝>
2005년 1월 1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