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국면전환용 개각’부터 ‘대통령 수사 물밑작업’까지, 본질 외면한 방송사들2016년 11월 2~3일
2~3일 방송사 저녁뉴스는 박근혜 대통령의 김병준 총리 내정 등 ‘기습 개각’과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여부를 톱보도로 타전했습니다. 2일, 여당 지도부도 몰랐던 대통령의 일방적 ‘기습 개각’에 야권 인사를 내세운 ‘여론 수습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3일에는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여당이 갑작스레 일제히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대통령 수사’마저 청와대 측 물밑작업의 결과가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4일 오전 10시 30분, 박근혜 대통령은 세간의 예상대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수사 수용’ 의지를 밝혔습니다. 2일과 3일, 방송사 저녁뉴스는 쏟아지는 이슈들 사이에서 국민들이 알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잘 짚어줬을까요?
1. ‘일방적 기습 개각’ 비판하는 대신, ‘김병준은 반문재인’ 보도한 TV조선
△ 기습내각 비판 대신 ‘반문재인 총리’ 강조한 TV조선(11/2)
비판이 쏟아진 대통령의 일방적인 ‘기습 개각’에서도 TV조선은 ‘반문재인 총리’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습니다. TV조선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들입니다. 먼저 TV조선 <친노와 악연 우병우측 인연>(11/2, https://bit.ly/2fBA7HP)은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원조 친노”이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문재인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내 왔”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화면에는 “문재인에 쓴소리…지난 대선 때 김두관 지지”라는 자막이 나갔고 “한쪽은 친박 운운 한쪽은 친노 운운 서로 가는 데까지 막 갔습니다”라는 김병준 내정자의 과거 발언 장면도 보여줬습니다.
다음날 <민주당 “자진철회” 국민의당 캐스팅보트>(11/3, https://bit.ly/2fixqHC)에서는 ‘기습 개각’에 반대하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미묘한 차이”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자는 “친노와 껄끄러운 반면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던 김병준 내정자가 총리가 되면 내년 대선가도에서 국민의당에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 채널A와 MBN도 개각은 비판, KBS, MBC, TV조선은 ‘야권의 주장’으로 처리
박근혜 대통령은 3일 비서실장에도 김대중 정부 출신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내정하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는데요. 이런 일방적인 ‘국면전환용 개각’에 채널A와 MBN도 비판적 보도를 1건씩 냈고 SBS와 JTBC는 3건의 비판 보도를 냈습니다. 채널A와 MBN은 박 대통령의 “고질적인 불통 인사”를 지적했고 SBS는 “국정이 엉망”인데도 대통령이 “권한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더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JTBC는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와 함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 출두한 날이어서 그 시점”까지 논란으로 짚었습니다. 반면 KBS, MBC, TV조선은 개각에 야권이 반발하고 있다는 보도만 이틀에 걸쳐 2~3건 냈을 뿐입니다.
3. 너무 쉽게 풀린 ‘대통령 수사’, ‘합리적 의심’도 못하는 방송사들
3일 MBN이 다음날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해 검찰 수사 수용 의사를 밝힐 수 있다고 단독 보도를 내는 등 ‘대통령 수사’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실제로 4일 오전 대통령은 수사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검찰과 법무부장관이 주저함을 보이던 ‘대통령 수사’에 갑자기 기류 변화가 감지된 배경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보이지 않는 국면’을 짚어준 방송사는 JTBC뿐입니다. JTBC는 3일 무려 5건의 보도에서 대통령 수사 기저에 깔린 ‘큰 그림’에 주목했습니다. JTBC <대통령 수사로 기류변화, 왜>(11/3, https://bit.ly/2f10GnO)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 수사 쪽으로 기류”가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게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안종범 전 수석은 2일 검찰 조사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재단 관련 일을 한 것”이라고 진술했죠. 조택수 기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 역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안 전 수석에게 일을 시켰다,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겠지만 최순실 씨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결국 안 전 수석의 진술로 인해 대통령을 수사해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아 지는” 상황이 됐고, 이에 맞춰 법무부와 여당, 청와대가 일제히 ‘대통령 수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것입니다. JTBC는 이를 청와대가그린 ‘큰 그림’으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4. ‘국정농단’의 죄명이 고작 ‘직권남용의 공범’? 논란 외면한 방송사들
3일 방송사들이 외면한 논란은 ‘대통령 수사 카드’ 뿐만이 아닙니다. 검찰은 최순실 씨 구속영장에 주된 혐의로 ‘직권남용’을 명시하면서 안종범 전 수석의 ‘공범’인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뇌물죄(제3자 뇌물)는 기업들의 모금에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국기문란 사범’ 치고는 너무 가벼운 혐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런 논란을 다룬 방송사는 SBS와 JTBC뿐입니다. SBS는 <‘죄보다 가벼운 혐의’ 논란>(11/3, https://bit.ly/2fiZw7S)은 “고발장이 접수된 지 3주 만에야 참고인 조사에 들어갔고, 첫 압수수색은 거의 한 달 만에 이뤄”지는 등 늑장 수사를 벌인 검찰이 시간에 쫓겨 영장을 청구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JTBC는 좀 더 구체적입니다. JTBC <변양균 사례로 본 ‘직권남용’>(11/3, https://bit.ly/2e83SPB)은 최순실 씨의 ‘직권남용’ 혐의가 무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 씨의 죄가 대통령과 연결되어 있음을 재차 주지했습니다. “기업들도 최순실만 보고 돈을 낼 수는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고 이를 위해 직접 안종범 전 수석이 뛰었”고 “대통령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한 축”인 ‘독특한 구조’라는 것입니다. 두 방송사를 제외한 5개사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전달했을 뿐 특별한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