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원회의 SBS '조건부 재허가 추천' 관련 조선·중앙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2.7)
실질적인 재허가 추천 심사의 '첫 발'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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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6일 방송위원회는 SBS에 대한 재허가 추천 심사 결과 '조건부 재허가 추천' 결정을 내렸다. 그 동안 방송위원회의 재허가 추천 심사를 '방송 길들이기'라거나 '방송탈취'라는 극언까지 써가며 흔들어왔던 일부 언론은 '재허가 추천 결정'에 대해서까지 '정치적 의도' 운운하며 흠집내기에 급급했다.
12월 7일자 조선일보는 사설 <방송위가 SBS를 압박해 얻은 정치적 효과>에서 SBS에 대한 심사가 끝난 지금까지도 "심사과정의 정치적 배경에 대한 의구심과 논란은 여전하다"며 그 이유가 "한차례 심사로 모든 방송사의 재허가를 추천했던 전례와 달리 올해 5개월 넘게 심사를 진행"했고 "유독 SBS에 대해서만 재허가 추천을 세 차례나 보류"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동안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심사가 '형식적 요식절차에 불과했다'는 비판은 누차 제기된 바 있다.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빌려 '공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재허가 추천 심사가 보다 엄격하게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방송계는 물론 학계와 시민사회 공통의 주장이었다.
따라서 방송위가 올해 재허가 추천 심사에서 겨우 '실질적인 재허가 추천 심사'의 첫발을 내딛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조선일보가 이를 외면하고 '정치적 의도' 운운하는 것은 방송위원회가 '한 차례 심사'로 '모든 방송사의 재허가를 추천'했던 그 전례가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방송위가 '직무유기'를 하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한편 SBS를 무조건 '두둔'하는 편향된 보도태도도 여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 14일 방송위가 SBS를 1차 의견청취 대상으로 선정하자 사설에서 "3대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유독 SBS만을 걸고 넘어진 1차 심사의 표적은 누가 봐도 분명하다"며 "SBS를 제외하면 모두 지역 채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SBS가 지역방송임을 숨기고 억지주장을 폈던 조선일보는 이번 사설에서도 "3대 지상파 방송 가운데 유독 SBS만 재허가 추천을 세 차례 보류했다"고 SBS에 대한 부당한 조치인양 몰았다. 그러나 SBS와 같은 지역민방인 GTB와 iTV는 재허가 추천 거부 절차에 해당하는 '청문' 과정을 거치고 있다. SBS보다 더욱 엄격한 재허가 추천 심사를 받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SBS 편들기' 백미는 방송법 17조의 재허가 조건 중 "그 어디를 봐도 소유·경영 분리 조항은 없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는 '수익의 사회환원'이 재허가 조건에 없다며 SBS를 일방적으로 편들었다. 차라리 조선일보는 1990년 SBS가 민영방송 허가를 받을 당시 공보처 장관에게 약속하고, 국회에서 증언했던 '세전이익 15% 사회환원'이라는 약속이 '방송사업자 허가를 받기 위한 술수로써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편이 솔직한 태도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 <'손보기' SBS 심사 결론은 돈인가>에서 "5개월여를 끈 재허가 심사가 겨우 돈싸움을 하자는 것이었는가라는 회의가 든다"며 "결과만 놓고 보면 심사가 공익재단에 돈을 얼마나 내놓을 것인가를 두고 방송사와 기싸움을 벌인 것에 불과했다"고 주장해 SBS가 스스로 내건 '허가조건'과 '수익 사회환원' 약속을 두고 방송위가 '흥정'이라도 벌인 듯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심사'의 의미를 훼손했다.
중앙일보는 또 방송위의 SBS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SBS 손보기'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며 "방송위가 권력 측의 정치적 판단을 쫓아 심사를 끼워맞추기한다는 모습으로 비친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해 조선일보의 '방송 길들이기' 주장과 맥을 같이 했다.
본회는 방송위가 SBS의 허가조건 위반 등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해줄 것을 촉구해온만큼 이번 방송위의 '조건부 재허가 추천 결정'이 미흡하다고 판단한다. 특히 1990년 당시 SBS가 '수익 사회환원약속'에 대해 방송위가 "법적 측면을 충분히 검토한 결과 이 약속은 효력이 다소 약한 암묵적 부관"이라고 밝힌 점은 쉽게 이해가질 않는다. SBS가 민영방송 허가를 받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사회환원약속'이고, 이 약속이 국회에서 증언되었음에도 어떻게 '효력이 다소 약하다'고 할 수 있는가. 재허가 추천 조건도 마찬가지다. SBS의 사회미납액이 690억원이라고 판단했던 방송위가 300억원 납부 등 SBS의 요구를 받아준 부분에서 "추상같이 재허가 추천 심사에 임하겠다"던 방송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본회는 이번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심사가 '실질적인 재허가 추천 심사'가 되는 첫 발을 내딛었다는 점을 평가한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사에 대한 관리감독에 더욱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다음 심사에서는 보다 철저하고 면밀한 재허가 추천 심사가 되도록 기준을 다듬고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흔들기'에 초연해야 함은 물론이다.<끝>
2004년 12월 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