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노 대통령 '프랑스 연설' 관련 조선, 중앙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2.7)
등록 2013.08.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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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북한문제만 나오면 더 이성을 잃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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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프랑스를 방문한 노 대통령은 동포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을 겪었고 그로 인해 겪은 많은 고통과 손실을 생각하면 다시는 한반도에서 평화가 깨지는 어떤 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한국국민의 평화와 안전, 미래까지 내다보면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북한체제의) 붕괴를 원치 않는 중국, 한국과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해야 된다는 일부 나라와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는 손발이 안 맞게 돼 있다"며 "그러면 북핵문제가 안 풀리기 때문에 어떻게 손발을 맞추느냐가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체제붕괴'를 노리는 네오콘 등의 대북 강경책 주장과 그로 인해 초래될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응해 '평화적 원칙'을 거듭 천명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해 국내 일부 신문들이 '6자회담 분열' 운운하며 거세게 비난하고 나섰다. 7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北붕괴 불가' 드러내놓고 할 말 아니다>, <대통령 6자회담 분열시킬 발언 삼가야>라는 제하의 사설을 싣고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했다.
조선과 중앙은 노 대통령 발언 가운데 가장 '자극적'인 대목, 즉 "얼굴을 붉힌다"는 부분을 부각시키면서 발언의 전체 취지를 흐리고, 미국과의 갈등 또는 분열을 조장하는 것인 양 몰았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은 5일 프랑스에서 '(북한 체제가 무너져야 한다는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붉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대목을 사설의 첫 문장으로 뽑았다.중앙일보 역시 "유럽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연일 북핵문제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한반도 평화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로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는 교묘하게 대통령의 발언을 왜곡 인용했다. '(북한 체제가 무너져야 한다는 데 대해) 한국 정부는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붉히지 않을 수 없다'는 조선일보의 인용은 교묘한 왜곡이다. 5일 노 대통령의 긴 발언을 굳이 요약하자면 중앙일보의 인용, 즉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에 가깝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괄호를 악용해 노 대통령이 '북한의 체제 옹호를 위해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라도 한 것인 양 '짜집기' 능력을 발휘했다.
한편 두 신문은 약속이나 한 듯 노 대통령의 '독자적인' 발언이 6자 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대립구도를 만들었다'며 비판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교묘하게 발언을 왜곡했다.
중앙일보는 "북핵 해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미·중을 갈라 놓고, 더구나 동맹국인 미국은 제치고 우리는 중국과 같은 편이라는 발언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하니 혼란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우리와 중국이 '같은 편'이고 미국은 그렇지 않다는 식의 노골적인 편가르기 발언을 한 것이 아니다. 북한 체제의 붕괴를 주변국들은 원하지 않으며, 그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에 관련 나라들 사이에 "손 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취지였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의 미국과 다른 시각 자체를 문제 삼아 "미국을 제쳤다"는 식으로 호도했다.
나아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하기 위해 자의적인 예단, 억지 주장을 동원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이 북한 체제문제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나서는 것은 북핵전략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내는 한편, 중국이 미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필요로 할 경우 "한국은 미·중 양쪽으로부터 소외당하기 십상"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향후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급속한 붕괴를 원치않을 뿐 아니라, 6자회담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가 "중국이 미국과 손잡음으로써 한국이 모두로부터 소외당할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주장하는 남한 정부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은 도대체 조선일보가 어느나라 신문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중앙일보도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북한 입장에선 당혹스러움을 넘어 분노마저 느낄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북한체제에선 '붕괴'라는 용어 자체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중앙일보의 주장대로면 전후 맥락에 관계없이 '붕괴'라는 용어 자체를 북한이 싫어한다는 얘기다.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를 놓고 '붕괴 가능성'을 따지는 데 대해 '분노'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붕괴를 노리는 강경책이 옳지 않다"는 주장을 단지 '붕괴'라는 용어가 들어갔다고 해서 분노한다는 중앙일보의 주장은 한마디로 '궤변'이다.
지난 11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노 대통령의 이른바 'LA발언'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조선일보는 국무부를 직접 취재해 '침소봉대'하는 수법으로 한-미 갈등을 부각하려 했으나, '기획오보'로 끝나고 말았다.
노 대통령의 '프랑스 발언'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힌 '평화적 해결 원칙'이라는 입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가 걸린 문제를 놓고 당사자인 한국 정부의 대통령이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두 신문이 "북핵 전략 혼선", "6자회담 분열" 운운하면서 앞장서 호들갑을 떨고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는 태도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에게 "나라 전체의 목소리를 대표하는 목소리"를 내라고 주문했는데,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과 다른 '나라 전체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념을 떠나 '한반도 평화'라는 측면에서 국내 신문들이 최소한의 합리적인 사고와 진지한 접근을 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북핵문제를 놓고 보이는 보도태도는 '미국만이 선(善)'이라는 시각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다. 자국의 평화를 위협하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능력'을 상실한 자칭 '비판신문'들의 행태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끝>

 


2004년 12월 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