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방송사 연말 '가요·연기' 시상식에 대한 민언련 성명(2004.12.3)
등록 2013.08.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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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가요대상과 연기대상을 전면 개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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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을 마감하면서 올해에도 각 방송사들이 '2004년 가요대상'과 '연기대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행사 소식을 접하며 우리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선다. 본회는 지난 1월 3일 2003년 가요대상과 연기대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도 본회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방송사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간 방송3사의 가요대상은 수상자 선정, 시상 내역 등을 놓고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가요대상'을 받을만한 자격을 가졌다고 보기 힘든 가수가 '대상'을 받는가하면, 시상내역도 애매해 상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나눠주기'라는 비판이 거셌다.
방송3사는 기존 가요시상식이 주로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 중심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성인가수 부문'(KBS), '트롯 부문'(MBC)에 대한 시상을 도입했다. 그렇다보니 '연령'과 '세대'를 기준으로 시상 내역이 나뉘는 현상이 나타나고, 방송사가 가요계를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와 트롯가수로 양분하는데 앞장선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SBS는 음악장르를 댄스, 발라드, 힙합, 락, 트롯으로 나눠 시상하긴 했지만, 따로 본상(15명)과 '올해의 트롯상'을 두어 시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호했다.
SBS는 신인상과 대상 외에도 본상 15명, 각 부문상 6명(장르별 시상), SBS 프로듀서 상 1명, 올해의 트롯상 1명, 심사위원상, 네티즌 인기상 등 무려 30여명 가까운 가수들을 시상했고, KBS도 프로그램에 초대된 30여명의 가수들에게 트로피를 주었으며 이와는 별도로 특별상, 공로상, PD가 뽑은 인기가수상, 성인·청소년 부문 최고 가수상, 대상을 시상했다.
또 다양한 음악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실력 있는 음악인들은 아예 시상식에서 제외되고 대형 연예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상을 휩쓸어 방송3사의 가요 시상식이 몇몇 연예기획사만의 '잔치'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았다. 그 밖에 진행이나 시상 방식에서도 문제가 드러났고, 시상식 프로그램의 선정성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본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몇 년째 가요대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왔다. 명확한 시상기준, 장르별 시상, 방송3사 공동 주최 등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에는 가요대상을 앞두고 연예제작자들까지 "연말 시상식 제도의 '발전적 해체'를 요청"하고 나섰다. 비록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가 애초 "축제 형식은 가능하되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상제도만은 없애는 게 좋겠다"는 '분명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가요시상식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선정을 둘러싼 잡음(부정부패와 의혹의 근간)', '회원사간의 반목과 불신 조장', '의미없는 경쟁심 유발' 등 시상식 제도가 '발전적 해체'되어야한다고 밝힌데 대해 방송사들은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각 방송사의 연말 '연기상 시상식'도 문제다.
방송3사의 연기상은 자사 출연 연기자들에 대한 '상 나눠주기', '자사 홍보', '스타급 연기자 관리' 등 '방송사와 연기자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해 SBS는 모두 45명(중복 수상 포함)의 연기자에게 상을 줬으며, MBC의 경우 무려 4명에게 '신인상'을 주었다. 또 연기자와 작가뿐 아니라 아나운서·리포터·성우 등 무려 13명에게 '특별상'을 줬다. KBS는 '최우수연기상' 4명, '우수연기상' 4명, '조연상' 4명, '신인상' 5명, '인기상' 4명 등 상마다 공동수상자를 선정해 상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또한 지난 해 각 방송사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미명 아래 네티즌이 투표하는 상을 만들었지만 시청자들의 여론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아 공정성 논란을 빚었다.
그밖에 시상식 내내 보였던 방송사들의 '자사 홍보'나 연기자들 개인기에 의존하는 어설픈 '축하무대', 시상자나 수상자로 나선 여성 연기자들의 지나치게 선정적인 옷차림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더 이상 방송사와 수상자만을 위한 가요·연기상 시상식이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본회는 방송3사가 시민사회단체 등이 제안해온 대안들을 전향적인 자세로 수용해 줄 것을 촉구한다.
우선 가요시상식을 방송3사가 공동주최하고, 시상기준과 내역 등을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올해 당장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시상식'이 아니라 연말 '가요축제'로 그 성격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연기상 역시 '상 나눠주기', '스타급 연기자 관리'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엄정하고 객관적인 시상으로 상의 권위를 회복하고 제작자와 연기자는 물론 시청자들까지 함께 '축제'처럼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방송사들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올해에는 각종 '시상식'을 공중파를 통해 방송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조용히 치르라.(끝)

 


2004년 12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