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회파행' 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1.8)
오랜만에 동아일보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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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등원거부'로 인한 국회파행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로인해 내년도 예산 심의를 비롯한 각종 입법안 처리가 모두 정지상태다.
한나라당은 이해찬 총리가 유럽에서 했던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는 발언과 국회에서 "차떼기한 정당을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나"는 발언을 두고 이 총리가 사과할 때까지 '국회등원'을 거부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다.
이 총리의 발언은 불필요한 정쟁을 부를 소지가 있는 적절치 못한 발언이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를 빌미로 국회등원을 거부하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 총리의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대응했어야 할 사안이다. 행정부 소속인 이 총리의 발언을 두고 입법활동을 거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이 총리 개인의 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국회파행의 책임을 모두 이 총리에게 돌리며 이 총리의 사과를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8일 사설 <이총리는 사과 한마디가 그렇게 힘든가>에서 "이총리가 사과하고 국회를 정상화하면 되는 일"이라며 "사태를 이렇게 만든 당사자로서의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난했다. 조선은 '단독국회'를 주장한 열린우리당의 태도와 이 총리의 발언에 대해 '유감표명'을 하지 않은 청와대를 비판하며 "청와대와 총리, 집권당이 하나 되어 오기를 부릴 때가 아니다"라고 국회파행의 책임을 엉뚱하게 청와대와 총리, 집권당에게만 전가했다.
중앙일보는 8일 사설 <청와대와 여당이 총리 사과시켜라>에서 "사단을 만든 쪽", "가해자"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현 정권과 여당을 책임의 주체로 규정했다. 중앙은 "현 정권과 여당은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데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강자"며 "총리 임면권자가 대통령인 이상 총리 발언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5일 사설 <한나라당, 국회로 들어가라>에서 한나라당의 대응을 비판했다. 동아는 "제1야당으로서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한나라당의 좌파 주장으로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여당의 공격에도 한나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질타하며 "국민은 장외투쟁이라는 구태 대신 민생과 경제를 챙기면서 집권세력의 독선과 무능도 따질 줄 아는 야당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신문은 3일 사설 <한발씩 물러나 국회 정상화하라>에서 "이유야 어떻든 여당 쪽은 총리의 사과로 문제를 푸는 것이 옳다"면서도 "경제와 민생까지 제쳐두고 벌이는 한나라당의 강공책은 크게 잘못됐다"고 한나라당의 책임을 분명하게 지적했다. 한겨레는 한나라당의 강경자세가 "4대 개혁 입법안 저지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색깔론이나 국회 거부로 개혁법안을 저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불성실하다는 지탄을 받아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리의 발언이 적절치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회파행 사태의 책임까지 이 총리에게 묻는 것은 지나치다. 우리는 원내로 들어가 '해임안'을 내는 등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이 총리 발언 문제를 빌미로 17대 첫 정기국회마저 파행으로 몰고가는 한나라당의 행태부터 비판하는 것이 균형잡힌 신문의 보도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이 총리의 발언문제를 부풀리고, 청와대와 열린우리당까지 거론해 국회파행의 원인을 여권에 돌려 '물타기'하고 나섰다. 최소한의 저널리즘 원칙마저 저버리면서 이들 신문이 특정 정당을 두둔하고 나선 이유가 '4대 개혁입법' 저지, 특히 언론개혁 입법 무력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입으로는 '상생의 정치' 운운하면서 정상적인 국회의 활동까지 마비시키며 자신들의 주장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제1야당답지 못하다는 동아일보의 지적은 정확하다. 한나라당은 '정치개혁'을 열망하며 정치신인들을 대거 국회로 진출시킨 국민들의 뜻을 알고 있기는 하나. 한나라당은 하루 속히 국회로 돌아가라. 국회파행이 장기화될수록 정치권 전반과 한나라당에 대한 혐오감만 깊어질 것이다. <끝>
2004년 11월 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