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의 자이툰 부대 파병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4.8.26)
등록 2013.08.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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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통제'인가, '자발적 침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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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된 지 한달이 돼 간다. 그러나 지난 8월 3일 국방부의 '보도자제 요청'을 받아들인 방송3사는 지금까지 자이툰 부대 관련 소식을 포함해 이라크전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이미 출국한 자이툰 부대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보도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출국사실 조차 보도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며 언론의 의무를 망각한 행태다. 또한 국방부의 보도자제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전달하지 않는 것은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나아가 '침략전쟁에 동참한 위헌적 파병'에 방송들도 동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출국사실 조차 기록하지 않은 방송 3사


지난 3일 방송3사는 모두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파병 출국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 날 MBC는 국방부의 보도자체 요청을 받아들여 자이툰 부대와 관련된 보도를 자제할 것임을 밝혔다. SBS도 "부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보도를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MBC와 SBS는 같은 날 추가파병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부대 앞 시위를 첫 뉴스로 보도해 추가파병이 임박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알렸다. 이에 비해 KBS는 보도자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고, 시민사회단체의 추가파병 반대 시위도 보도하지 않은 채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 소식만 단신으로 보도하는데 그쳤다.


자이툰 부대가 8월 초 출국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미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자이툰 부대의 출국사실을 보도한 상태였다. 알자지라를 비롯한 외신들도 자이툰 부대의 출국소식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출국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는 방송 3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특히 2일 시작하여 3일까지 밤을 새면서까지 진행된 파병반대 시위마저도 마지막 간추린 단신으로 축소 보도한 KBS의 보도행태는 문제다. KBS의 태도는 자이툰 부대 출국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파병을 둘러싼 반대여론을 애써 축소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이게 했다.


과연 장병들의 안전을 고려하고 있는가


방송의 이와 같은 보도행태는 자이툰 부대 출국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국방부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파병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라크 현지 상황은 어떤지 , 자이툰 부대 출국 이후 아랍권의 반응은 어떤지, 부대 안전을 위한 정부 정책에는 문제가 없는 지 등에 대한 진단이라도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방송은 이런 최소한의 보도조차 외면하고 있다.


간혹 보도되는 내용들은 여전히 '미국적 시각'으로 접근한 단순 전황보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 12일 나자프에서는 이라크 민병대에 대한 미군의 총공세가 이루어져 수백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방송3사는 이날 미군의 '나자프 총공세'를 보도했으나 전황소개로 그쳤다.


파병철회 여론의 차단


파병반대 여론에 대한 외면도 계속되고 있다.
광복절이었던 지난 15일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학생, 시민 등 1만 5천여명은 광화문에서 '이라크 파병철회 범국민대회'를 열고 한반도 평화와 파병 철회를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대가 미대사관에 항의하기 위해 진출을 시도하자 경찰은 소화기와 물대포까지 동원해 이들의 시위를 진압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이런 시민사회의 파병반대 목소리는 방송을 통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KBS는 이를 "다채로운 광복절 기념행사" 중 하나로 소개했고, SBS도 광복절에 벌어진 여러 집회 중 하나로 처리했다. MBC 역시 마지막 단신종합에서 짧게 다뤘을 뿐이다.


본회는 지난 2003년 10월 '이라크 추가파병 관련 보도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방송들이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수구언론들의 '파병 찬성' 여론몰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방송3사는 지난 7월 초 민언련이 개최한 '김선일씨 피살사건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토론회'에서도 "파병반대의 목소리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리고 마침내 파병이 강행된 최근에는 국방부의 무리한 보도 자제요청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이라크 전쟁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본회는 다시 한번 촉구한다. 방송들이 진정으로 우리 파병 부대원들의 안전을 걱정한다면 지금이라도 침략전쟁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리고 파병반대 여론을 제대로 전달해야 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파병철회만이 가장 근본적인 안전대책이다. <끝>

 


2004년 8월 2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