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미디어포커스」 '적기가 파문'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8.20)
등록 2013.08.1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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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자기 반성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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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매체비평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가 지난 8월 14일 방송 중 '시사플래시'라는 코너에서 북한의 혁명가요라고 알려진 '적기가'를 배경음악으로 삽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이번 사안에 대해 17일 <미디어포커스> 홈페이지에 제작진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이 배경음악이 '적기가'의 멜로디인 줄 모르고 선정한 어이없는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이를 사전에 철저히 챙기지 못한 제작진의 실책임을 통감"한다며 "미디어포커스 제작팀도 회사 심의팀으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으며 회사는 이에 상응하는 후속 조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회도 이번 일이 '실수'였다고 인정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실수'라 여겨지며 당연히 KBS측은 이에 상응하는 '무거운 책임'을 져야한다고 판단한다.
배경음악을 담당하는 외부 프리랜서가 '적기가'인줄 모르고 '실수'로 삽입했다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켰고, 수구세력들의 '색깔공세'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담당자의 실수라고 하여 프로그램의 제작과 방송을 책임지고 있는 제작진들의 잘못이 덮어질 수는 없다. 자신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에 어떤 배경음악이 사용되는지 사전에 확인하지 못한 '실수'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적기가'가 자이툰부대의 파병과 관련한 장면에서 삽입됨으로써 '적기가'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은 이 노래가 국군의 군가 내지는 행진곡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했다. 또한 '적기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장면이 한 편의 '코미디'로 보일만큼 모순된 구성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적기가'라는 노래를 알고 있는 나이든 세대들에게 이 노래는 지난 시절 '이념투쟁'의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고통을 안길 수도 있었다. 맥락과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이 노래가 사용될 경우는 특히 그렇다. 공영방송으로써 시청자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언론의 잘잘못을 따지는 '매체비평'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 책임은 더욱 크다. 지난 총선 당시 MBC의 <사실은>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의 인터뷰를 잘못 인용한 것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었다. 당시 본회는 <사실은>의 '실수'에 대해 잘못을 지적했으며, 책임질 것을 요구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본회는 KBS가 분명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 프로그램 담당 책임자에 대한 '징계'는 물론, 필요하다면 정연주 사장의 사과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을 빌미로 수구세력들이 쏟아내는 무분별한 색깔공세에 대해서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공영방송 KBS에 울려퍼진 적기가>(8/19 조선일보 사설)라는 식으로 사태를 과장하고 확대해서 KBS가 마치 '용공방송'인 것처럼 몰아대고, 정연주 사장 때문에 '적기가'가 등장한 것처럼 KBS를 몰아세우는 수구언론들은 당장 '색깔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본회는 이번 '적기가 파문'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수사에 착수했다는 경찰의 태도도 시대착오적임을 지적하며 오히려 이번 일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끝>

 


2004년 8월 20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