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의 피서지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4.08.05)
노출의 계절, 신이 난 방송사 카메라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로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의 휴양지가 폭염을 피하기 위해 몰려든 피서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자 방송3사는 주말마다 '피서지 풍경'을 다룬 보도를 중요하게 배치했다. 하지만 '피서지 풍경'을 다룬 방송 보도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SBS의 보도는 선정성이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SBS는 해수욕장에 인파가 몰리기 시작한 7월 10일, <해운대, 피서인파 20만명>을 시작으로 매 주말마다 부산과 동해안의 유명 해수욕장 풍경을 보도했다. 이후 SBS의 '피서지 풍경' 보도에서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선탠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빠지지 않았다.
<해운대, 피서인파 20만명>에서는 "햇볕에 몸을 맡긴 선탠족의 젊음이 싱그럽다"며 선탠 중인 여성의 전신을 화면 가득 채웠고, 18일 <피서 인파 북적>에서도 "선탠족들에겐 내리쬐는 태양이 오히려 반갑다"며 선탠 중인 모습을 몇차례 보여줬다. 또 24일 <해운대 100만 인파 북적>에서는 여성들의 선탠 모습을 하반신부터 상반신까지 차례로 비추면서 "햇살에 몸을 맡긴 여인들의 모습이 휴가분위기를 더한다"며 피서를 즐기는 여성들을 '눈요기 거리'처럼 다루기도 했다. 다음날인 25일에도 <부산 120만명 몰렸다>에서 "여인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 몸을 맡겼다"며 선탠 중인 여성의 몸을 위아래로 비추었다. 7월 31일에도 "부산지역 6개 해수욕장에만 2백만 피서인파가 몰려 피서 절정을 실감하게 했다"며 피서지 풍경을 다룬 <올 최대 피서인파>가 이어졌다. 이 보도 역시 "백사장 한켠에서는 연인, 또는 친구들끼리의 추억 쌓기가 한창이다"며 선탠 모습과 튜브에 몸을 뉘어 햇볕을 쬐고 있는 여성의 몸을 보여줬다.
SBS의 이 보도들에서 서로 선탠 오일을 발라주는 젊은 연인의 모습, 여성의 비키니 수영복 상의끈을 고쳐 메주는 남성의 모습 등이 매번 등장했고, 더욱이 기자의 멘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부분에 이와 같은 화면을 끼워 넣어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7월 24일과 25일, 31일에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보도에 이어서 각각 <동해안도 북새통>, <서해안도 원색물결> 등 장소만 다를 뿐 전혀 차별성 없는 보도를 연속해서 내보냈다.
SBS보다 정도가 약하긴 하지만 MBC도 선정적인 보도를 하긴 마찬가지였다. MBC는 10일 <동해 피서개막>에서 "개장 첫날 파도가 넘실대는 해변으로 모시겠다"며 여성들의 선탠 모습이 포함된 동해안 해수욕장의 풍경을 보도했다. 18일 <70만 피서 인파>에서도 "젊은이들은 피부 그을리기에 여념이 없다"며 여성들의 선탠 장면 등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갖가지 피서객 모습을 내보냈다. MBC는 또 20일 <초복 침통더위>에서 초복의 무더운 날씨를 전한 보도에서까지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해 해수욕장이나 시원한 계곡을 찾은 사람들도 오늘 하루 눈에 띄게 늘었다"며 선탠을 하는 여성들과 비키니를 입고 해수욕을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빼놓지 않고 보여줬고, 23일 <덥다더워>에서도 무더운 날씨를 전하는 가운데 "선탠족들은 내리쬐는 태양이 반갑기만 하다"며 여성들의 선탠 모습과 허벅지 등에 선탠 오일을 바르는 모습을 확대해 보여주는 등 선정적인 보도를 반복했다.
하지만 MBC의 경우, 24일 <도심 피서 갖가지>에서 해수욕장이 아닌 도심에서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전하고 24일 이후 휴가가 절정에 이른 때의 보도들에서는 선정적 화면을 피하고 피서지의 다양한 모습을 보도해 SBS와 약간의 차별성을 보였다.
KBS의 보도는 더욱 달랐다.
KBS에서는 산, 바다, 계곡 등 피서지 풍경과 더운 날씨, 물놀이 관련 사건사고 등을 비슷한 비중으로 보도했다. 물론 KBS도 18일 <100만 피서인파>에서 "모래찜질을 하거나 선텐을 하는 피서객들로 백사장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며 선탠하는 여성의 특정부위를 부각시킨 장면이 있었고 24일 <피서인파 수백만>에서도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아래에서 위로 근접촬영하고 선탠하는 근육질의 남성을 비추긴 했지만 그 외에는 선정적인 화면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매년 여름 피서철이 되면 각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피서지 풍경을 전달해왔다. 각 방송사들의 이들 피서지 풍경 보도에서 여성들의 '노출'은 빠지지 않는 장면으로 선정성 경쟁을 방불케했던 것도 사실이다. 급기야 지난 2000년 방송위원회는 "비키니 입은 여성들의 모습을 근접촬영한 것은 성을 상품화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해당 방송사에 경고 조치하기도 했다. 방송사들의 이 같은 보도태도는 흥미위주의 화면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려는 '시청률 경쟁'이며 또 다른 '성의 상품화'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 한편으로는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비키니 수영복과 선탠장면 등을 내보내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크다. 본회는 더 이상 성을 상품화하는 보도가 반복되지 않도록 방송위원회가 더욱 강력한 제재조치를 해줄 것을 요구한다.
아직 여름 휴가철이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년에 또 다시 여름은 찾아 올 것이다. 방송사들은 여름 피서지 풍경을 다루면서 성을 상품화하는 선정적 보도태도를 지양하길 바란다. 특히 SBS는 신중한 보도에 힘써야 할 것이다.
2004년 8월 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