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자이툰 부대 파병’ 관련 조선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8.4)
그대들이나 명분없는 파병을 지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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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자이툰 부대 일부가 이라크 파병 길에 올랐다. 정부는 자이툰부대의 파병 일정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2일 열린 자이툰 부대 환송식은 파병 군인들의 가족과 일부 정치인들만 참석한 채 비공개로 열렸다. 정부가 명분없는 파병임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4일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국민의 격려를 받을 수 없는 파병'을 강행한 데에서 비롯된 것임을 지적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파병 철회만이 해답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자이툰 부대가 당당하게 장도에 오르게 하라>를 통해 '정부가 당당한 자세로 장병들의 사기를 북돋우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 평화정착과 재건의 사명을 띠고 장도(壯途)에 오른다", "대한민국이 짊어져야 할 사명과 책임을 대신 지고 전쟁터로 향하는 이들에게 국민의 성원과 배려가 격려가 있어야 한다"며 파병의 정당성을 한껏 강조한 뒤 "환송행사까지 꼭 쉬쉬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래서야 떠나는 병사들의 사기가 어떻게 될 것이냐"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일본 자위대 파병까지 끌어들여 파병 부대에 국민적 성원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파견될 자위대의 훈련과정에서 출발 모습까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중계하듯 국민에게 전달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들의 단합된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내지 않았냐"는 것이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파병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을 향해 "평화와 반전이 구호와 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한 국가의 위상이 공짜 구호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라는 등의 훈계를 늘어놓았다.
이 같은 주장은 지난해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위원이 폈던 '공짜점심론'의 연장에 있다. 지난해 양씨는 <공짜 점심은 끝났다>는 칼럼을 실어 '미국이 막대한 피와 돈으로 만든 안보우산 아래서 공짜 밥 먹고 응석 좀 부려보던 시기는 지났으니 우리도 파병으로 밥값을 해야 한다'는 식의 황당하고 왜곡된 주장을 늘어놓은 바 있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보며 조선일보는 이제야 우리도 '밥값'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라크 전쟁이 미국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벌인 추한 전쟁이라는 점이 사실로 드러난 지 이미 오래다. 최소한의 양식과 양심을 가진 언론이라면 이 사실만은 인정해야 한다.
파병 지지론자들은 그동안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왔다. 첫째는 전후복구사업 참여로 얻게 될 '국익' 때문이다. 살인전쟁의 공범 노릇으로 얻게 될 부정한 재물에 눈멀지 말자. 둘째는 공범 노릇 하라는 주범의 요구를 거절할 때 주범으로부터 당할 해코지 때문이다. '힘센 놈'에 의해 나쁜 짓을 강요당할 때 필요한 것은 그것을 거절할 슬기와 용기이다.
입만 열면 정의와 용기를 내세우는 조선일보는 천연덕스럽게 사설을 통해 '정부가 당당한 자세로 파병 부대에 성원을 보내는 환송식을 열어 국민적 지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강대국의 더러운 침략전쟁에 파병한 정부가 무슨 염치로 당당한 자세를 갖는단 말인가? 또, 국제적 범죄에 목숨바쳐가며 '공범 노릇'하러 가는 처참한 일에 어떻게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모을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조선일보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몰염치한지, 우리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보고 제맘대로 마구 휘두르려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조선일보는 자이툰 부대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정부와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병부대와 국민전체의 안전을 근본적으로 보장하는 방법은 다른 나라 국민의 원한을 살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진정으로 자이툰 부대의 안전과 우리 국민의 안전을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파병철회를 주장하는 것이 옳다.
조선일보는 자명한 이치와 진실을 자신의 편리대로 뒤집어버리는 짓, 왜곡으로 정신을 오염시키는 짓을 이제 제발 그만하라.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촉구한다. 제대로 된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부끄러운 이라크 파병을 철회하라. 국민에게 떳떳하게 알릴 수 없는 일은 하지도 말고, 생각하지도 말라.
2004년 8월 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