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과거청산 관련 문화일보 2일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08.03)
문화일보가 먼저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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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포괄적인 과거청산을 위해 '진실 화해 미래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일부 언론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2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문화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 여당의 과거청산 추진 방침을 '정략적 의도'로 폄훼하는가 하면 과거청산 작업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상식조차 없이 억지주장으로 일관했다.
'과거청산작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원죄'를 가지고 있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집요한 '방해'는 예상된 것이었으나 문화일보의 '거센 반발'을 독자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2일자 문화일보 사설 <역사가 정권의 전리품인가>는 사실 왜곡과 악의적 해석, 어거지 논리등으로 '과거청산을 위한 노력'을 폄훼하고 있다.
우선 이 사설은 제목부터 악의적이다. '역사가 정권의 전리품인가'라는 제목은 마치 과거청산작업이 '노무현 정부의 작업'인 양 전제하고 있다. 사설을 쓴 문화일보 필자는 오랫동안 시민사회에서 과거청산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과거청산관련법안이 10개에 이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하다. 이어지는 "말이 '진실과 화해 그리고 미래'이지 그 의도가 역시 뻔히 들여다 보인다"는 전제와 "정치권력을 잡으면 국민이 살아온 역사조차 자기네들의 '전리품'으로 생각해 이리 저리 꿰맞추고 자르고 붙일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 "정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등의 주장은 과거청산작업 추진과정에 대한 '무지'로부터 비롯된 '억지 비난'에 불과하다. 요는 정부가 민간차원에서 벌어진 피해자와 시민사회의 과거청산 요구에 뒤늦게 부응하고 있다는 것을 문화일보는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노무현정부 대 비 노무현정부식의 사고틀에 꿰맞추고, 노무현정부의 과거청산작업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을 '정권을 잡은자'의 틀안에서만 바라보는 비민주적이며 편협한 사고방식에 다름아니다.
사설은 이어 "정당이란 정치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것은 기초적인 상식에 가까운데, 그 조직원들이 모여 역사적 쟁점을 정리하고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소도 웃을 노릇"이라면서 "그야말로 정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단정해버린다.
아마도 문화일보는 열린우리당 당원들이 모여 진실과 화해위원회를 조직한뒤 과거사 청산작업을 하는 것으로 잘못이해한 듯하다. 문화일보 관련 필자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그동안 과거청산작업을 수행했던 나라들의 과거청산 과정을 먼저 공부하기 바란다.
대체로 과거청산작업은 특별기구를 구성해 추진하며 관련기구는 학계외 시민사회, 해당 과거청산 관련피해 당자사 대표 등등으로 구성되어 고도의 독립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진실 규명작업'을 하게된다. '특정정당이 중심이 되어 쟁점을 정리'하는 일이 생긴다면 문화일보보다 먼저 시민사회가 반대할 것이다.
또 사설은 "정권이 대여섯번 바뀔 정도로 이미 30여년의 역사가 되어버린 '유신시절'을 끄집어내 독재권력의 부당성을 외치고 있고, 친일파청산도 양에 차지 않는 듯 '동학농민혁명군 명예회복법'까지 다루겠다며 전선을 넓히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부분은 결국 과거청산 범위와 대상의 문제이다. 친일문제부터 과거청산 대상으로 삼을지, 아니면 독재정권의 인권유린부터 시작할지 충분히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면 되는 문제다. 거꾸로 우리는 문화일보에 묻고 싶다. 그렇다면 문화일보는 어디까지가 과거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아예 과거청산을 하지 말자는 것인가.
지난 2000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했을 당시 문화일보는 의문사 문제에 대한 연재기사까지 실어가며 과거청산 작업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도대체 지난 3년동안 문화일보에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같은 사안을 두고 이렇게 다른 보도태도를 보이게 되었단 말인가. 우리는 문화일보가 과거청산 작업을 놓고 왈가왈부하기 전에 우선 '문화일보'에 대해 오히려 이 '혼란스러움'에 답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2004년 8월 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