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국정홍보처 홈페이지 게시물 관련 중앙일보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08.02)
중앙일보는 '여론다양성'부터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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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인터넷 게시물 한 건을 빌미로 난데없이 ‘정부가 국민에게 김일성 조문을 권하는 입장’이라고 생트집을 잡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 내 ‘국정넷포터’란 코너에 <우리민족끼리 6?15 정신 되살리자>란 제목의 글이 게시되었다. 웹진 ‘참말로’의 대표로 국정브리핑의 ‘넷포터’(일종의 독자기자)인 인병문씨는 이 글에서 ‘최근 전반적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정부에 6?15 공동선언에 입각한 정책 실천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인씨는 민관 합동의 김일성 주석 10주기 조문단 파견, 미 의회에서 의결된 ‘북인권법안’에 대한 적절한 조치 등을 주장했다.
이같은 인병문씨의 개인 의견을 정부의 입장으로 보는 것은 말도 안된다. ‘국정넷포터’ 코너를 들어가 보면 화면 상단에 “국정넷포터 섹션에 등록된 기사는 정부 및 국정홍보처의 공식입장과 무관합니다”라고 이미 명시되어 있다. 더불어 ‘국정넷포터 활동안내’ 코너를 보면 ‘국정넷포터’는 정부정책에 대한 제안 뿐 아니라 비판도 수행할 수 있는 ‘국민기자’라고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인씨의 글 <우리민족끼리 6.15 정신 되살리자>를 빌미로 “정부가 김일성 조문을 권하나”(8월 2일자 사설)라며 침소봉대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2일 기사 <국정홍보처 뉴스 사이트에 김일성 조문 촉구 글 실어>(9면)와 관련 사설에서 국정홍보처가 ‘국정넷포터’들이 올린 글은 ‘정부 입장과 무관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정브리핑은 넷포터로 선정된 일반인의 기사를 기고받아 심의한 뒤 편집?교열 등을 거쳐 사이트에 올리며 게재된 글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된다”(9면 기사), “이 난의 관리는 국정홍보처가 하며 편집권도 갖고 있다”(26면 사설)라는 등으로 국정넷포터 글에 대한 국정홍보처의 편집권만 부각시켰다. 그리고는 이에 기초하여 “일반인들은 넷포터의 글이 아니라 국정홍보처의 공식 입장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9면 기사), “우리 정부가 내심 김일성 조문을 권하고, 미 의회에서 통과된 북한 인권법에 반대한다고 믿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탈북자를 ‘남북관계 개선의 장애물’ 정도로 취급한다는 인상도 줄 수 있다”(26면 사설)는 등의 억지 주장을 폈다.
또 중앙일보는 “가뜩이나 대통령의 정체성을 놓고 나라가 시끄러운 정국이다... 그런 기관에서 국정을 홍보하는 공식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올려놓고 있으니 논란이 수그러들겠는가. 국론을 모으고 국민을 통합할 정부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형국이다”, “정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관리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있으니 국민이 정부의 진의와 도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이상 사설 <정부가 김일성 조문을 권하나>)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보도 행태는 한마디로 터무니없다.
우리는 중앙일보가 사실을 자의적으로 확대하고 왜곡하는 것보다 다양한 여론의 소통 자체에 대해 보이는 상식 밖의 태도가 더욱 우려스럽다.
중앙일보는 다양한 의견이 소통하면서 여론이 형성되어가는 인터넷 문화의 기본을 외면하는 무지한 주장을 폈다. 인씨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개인의 주장을 편 것이고, 여기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토론하고 논쟁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김일성 조문을 권한다’는 식으로 ‘색깔’을 씌워버리면 어떻게 우리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제기되고, 다양한 의견에 정부가 귀를 귀울일 것인가. 도대체 중앙일보는 이런 기사와 사설을 통해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다. 정부가 네티즌 개인의 기고글을 마음대로 자르고 붙여 원래의 주장을 바꾸란 뜻인가? 아니면 중앙일보와 생각이 다른 의견들은 정부 부처 게시판에 올라와서는 안된다는 것인가?
중앙일보가 ‘언론’을 자처하고자 한다면 ‘다양한 여론의 민주적 소통’이라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원칙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2004년 8월 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