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7.14)
등록 2013.08.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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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와 조선·동아는 답하라
- 혹시 '도둑이 제발저린 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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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일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은 13일 조사대상과 친일행위 규정 확대, 위원회의 조사 및 판정기능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으며, 이날 오후 4시까지 134명의 국회의원이 개정안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친일진상규명 특별법은 지난 16대 국회에서 가까스로 제정되었으나,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의 집요한 반대로 조사대상이나 위원회의 기능 등 핵심적인 사안들이 대폭 축소되어 '누더기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17대 국회에서 시급하게 개정해야 할 법안 최우선 순위로 꼽혀왔다.
이 같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일부 신문이 벌써부터 '정치적 의도'운운하며 딴죽을 걸고 나서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열린우리당이 법 개정에 나선 이유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신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론을 호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4일 6면 <박정희 조선 동아일보 겨냥 논란>에서 제목에서부터 '의도성'을 부각하고 나섰다. 조선은 "이 법안은 처음부터 정치적으로 특정 대상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란 논란이 일었다"며, 군 복무자의 조사범위를 확대한 것을 두고 "열리우리당이 이렇게 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딸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당한 '정치적 의도'라도 되는 양 몰았다. 친일행위 조사대상에 언론이 독자요목으로 확정된 것에 대해서도 "이 시기 일부 기사만을 대상으로 조선 동아일보를 공격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조사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공격대상을 TV방송 등을 동원해 매도하기 위한 길을 열어놓은 것으로 보인다"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동아일보 역시 14일 4면 <조사대상 확대 '정략' 깔렸나>에서 '정치적 목적' 운운하며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의견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동아는 이번 법 개정안이 박 전 대통령과 당시 존재했던 일부 신문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한나라당의 의견을 부각했다. 또한 진상규명위원 임명에서 국회추천을 배제한 것에 대해서도 "특정 시각과 역사관을 가진 인사들만으로 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조사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한나라당의 의견에 비중을 실었다.


중앙일보는 14일 사설 <친일 진상규명, 분열 확대 안돼야>에서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진상을 밝히되 그것이 또 다른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 "친일규명의 문제와 이 정부 들어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대립각이 일치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며 "정권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6면 기사 <박 전 대통령 겨냥 친일 범위 확 늘려>에서는 친일진상법 개정안 내용을 보도하며 "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사대상에 포함된 점 언론기관의 친일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된 점 대통령 보고 이전이라도 위원회의 조사 내용을 보도할 수 있도록 공표 금지조항을 삭제" 한 것을 '논란의 소지가 큰 대목'으로 꼽고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발을 보도했다.


경향신문도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관련 보도를 여야간의 '정치적 대립' 중심으로 보도했다. 14일 1면 <與, 친일법개정안 국회제출/야 "정치보복"반발>에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과 이에 대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반발을 보도했다. 이어 5면 <'친일규명법 개정' 정국경색 조짐>에서도 한나라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며 한나라당의 주장과 이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입장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한겨레신문은 이를 간단하게 다뤘다. 한겨레는 14일 5면에 '아버지의 이름으로'라는 부제를 달아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에 반대하는 박근혜 의원의 의견을 실었고, '민족정기의 이름으로'라는 부제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김희선 의원의 입장을 보도했다.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적 의도' 운운하는 일부 신문과 박근혜 대표 및 한나라당의 행태는 거꾸로 그들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 '친일 잔재 청산'을 통한 역사바로세우기는 우리 사회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 1948년 만들어졌던 '반민특위'가 의욕적으로 '친일역사 청산'에 나섰으나 친일파들에 의해 좌절된 후 지금까지 우리는 단 한 차례도 '친일역사'를 제대로 청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우리는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이 뚜렷한 '정치적 의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사대상을 확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들어가는 것 자체가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박정희'는 그저 여러 조사대상자 중 한명일 뿐이다. 그가 '친일'을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닌가. 오히려 논란이 되었던 '친일혐의'를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언론을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비판언론 공격'으로 몰고가는 것 역시 어처구니없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점령당했던 프랑스의 경우 '나치 점령지역에서 15일 이상 계속 발간한 신문'은 '부역신문'으로 규정하고 그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우리는 언론에 대해 끊임없이 '친일·친독재 부역행위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단 한번 책임을 물었던 적이 없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일제 하 조선동아의 친일행적 문제를 철저히 규명해 친일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떳떳하게 칭찬받고, 만일 친일행위를 했다면 두 신문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떳떳하다면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에 언론이 들어간들 무슨 왈가왈부 할 필요가 있는가.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의 조사대상과 범위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적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다. 일각에서 혹시 '도둑이 제발 저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일행적의 진상을 모두 밝혀내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 친일행각을 하고도 한국사회의 '주류'로 살아남아 부와 권력을 유지해 온 친일인사들에게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친일진상규명법의 정당한 '정치적 의도'이다.
혹여라도 조선, 동아 등 일부 언론은 친일잔재 청산에 반대하는 것인가. 우리는 이것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친일잔재는 청산하되 박정희와 조선·동아의 친일행적은 규명하지 말자는 말인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조선·동아는 답하라. 21세기가 되어서도 친일역사 하나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무슨 염치로 다른 나라의 역사왜곡에 항의하고, 또 우리 후손들을 가르치겠는가. <끝>

 


2004년 7월 1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