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주간조선의 'NSC 이종석 차장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7.1)
조선일보의 'NSC 흔들기', 추(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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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와 이종석 차장에 대한 조선일보의 얄팍한 '공격'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본회는 지난 28일 논평을 통해 '친미외교라인'에 대한 비호와 '자주외교라인'에 대한 부당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조선일보에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연일 사설과 기사를 통해 NSC와 이종석 차장을 문제삼더니, 오늘은 사설을 싣는 것으로도 모자라 8일자「주간조선」(1811호)를 통해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까지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솔직히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NSC의 문제를 의제화해보려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안쓰럽게 느껴진다.
'공격목표'의 설정 사실의 취사선택과 왜곡 자의적이고 근거없는 단정 대안없는 공격으로 이어지는 조선일보식 억지 논리가 어떻게 쉽게 의제화되겠는가? 게다가 재외 국민 보호의 일차적 책임을 진 외교부의 책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를 'NSC와 자주파의 문제'로 억지스럽게 몰아가려다보니 그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는 우리가 다 민망할 지경이다.
조선일보는 일련의 보도를 통해, NSC와 이 차장을 '공격목표'로 정해놓고 NSC와 이 차장에 불만을 가진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등 부처 관련자들의 불만을 근거로 '비대해진 NSC가 기존 부처들을 무력화시킴으로서 외교안보가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종석 차장의 '강연발언'과 자질을 문제삼아 '외교안보전문가'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가 NSC와 이 차장을 공격하는 근거들은 관계부처 공무원들의 '불만', 이 차장의 '강연에서의 발언', 그리고 조선일보와 보조를 맞추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비난'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NSC와 이 차장이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한 업무에서 어떤 문제를 드러냈는지 명확한 근거들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6월 30일 <NSC 집중해부>를 살펴보자.
<1人이 열고 닫는 '국가안보의 門'> <외교 안보 시스템 위에 군림하며 他부처 대통령간 의사소통 차단 / "구성원 자질 검증할 방법 없어"> <"회의가면 자료 안주고 의자도 없어"> <외교 국방 통일부 "일할 맛 안난다">. 기사의 작은제목들만 봐도 이 7기사가 얼마나 편향된 취재원들에만 의존했는지 드러난다. 국가안보를 열고닫는 '1人인'이란 이종석 차장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이 기사는 "과거에는 국정원과 외교부가 대통령에게 정기적으로 보고 협의할 수 있었지만 NSC 출범 후 불가능해졌다"거나 "회의가면 자료 안주고 의자도 없다"는 식의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인용 형식으로 무책임하게 나열하는 악의적인 행태까지 보였다.
이어지는 7월 1일 사설 <대통령은 NSC 문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는 편파와 사실왜곡, 단정과 비약 등을 총동원한 'NSC 이종석 흔들기'의 중간결산판이다.
이 사설은 억지주장으로 시작된다. 조선일보는 "현 정권의 외교 안보 정책혼선의 중심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있다는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논쟁을 본격화하고 싶은 조선일보의 간절한 희망사항을 '현실'로 착각하는 듯 하다.
이어 조선일보는 "지금 NSC를 둘러싼 분란의 본질은 외교 안보 관련 부처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참모 조직인 NSC가 … 비대화해 기존의 정부 부처를 무력화함으로써 외교 안보분야에서 현재의 공황(恐慌) 상태가 빚어졌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자의적으로 분석을 전제로 조선일보는 "이런 일은 NSC의 모델이 된 미국에서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걱정을 늘어놓는다.
한술 더 떠 조선일보는 'NSC 흔들기'라는 비판을 겨냥해 "한국 외교 안보 정책의 성패가 걸린 문제이니 만큼 동맹과 자주라는 구태의 이분법으로 비켜갈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단도리까지 하고 있다.
이 차장에 대한 공격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인적(人的)요인"이라면서 "외교 안보 정책에 관한 보고 채널과 정보 총괄 기능을 독점하고 있는 NSC 책임자의 경험과 역량과 외교안보적 지향"이 "산하기관이 돼버린 관련 부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역량은 불신받고 그 방향은 의심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대통령이 "관련 부처 내에서 일고 있는 NSC의 업무 태도, 분위기, 인적 구성, 관련 부처와의 업무 협조 상태에 대한 비판을 점검해 보면 손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성적으로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만일 미국에서 지금 이 나라와 같이 NSC 책임자의 자질과 성향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면 그 책임자의 책임은 물론 대통령 역시 논란에 휩쓸려 들었을 것"이라는 '협박성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조선일보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해 도대체 누가 먼저 '동맹과 자주라는 구태의 이분법'을 적용했단 말인가. 바로 조선일보가 아닌가? 조선일보야 말로 '친미외교라인'을 '동맹파'로 불러가면서 '자주파'를 분리하고 공격하지 않았는가. 가깝게는 28일 사설을 통해 "자주외교 덕분에 이 나라 안보와 외교는 흔들리고 뒤틀려왔다"면서 외교부를 비호하며 NSC를 공격했고, 29일 기사에서는 'NSC를 중심으로 한 자주파'와 외교부가 주축이 된 '(한 미)동맹파'간의 갈등을 언급하면서 그 탓을 'NSC 가 입맛대로 외교 안보정책을 주무르는 데'에 돌렸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조선일보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NSC의 비대화와 정부부처의 무력화' 문제도 논리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NSC가 '독점한다'는 외교안보 관련 정보들은 사실상 외교부, 통일부, 국정원, 국방부 등 관련 부처가 '제공'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일선부처가 아예 태업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있고, 그로 인해 NSC에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조건에서 어떻게 NSC가 양질의 정보를 '독점'할 수 있단 말인가.
오히려 우리는 NSC가 위상에 맞는 '통합, 조정기능'을 하기 위해 관련 부처들의 '협조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조선일보가 '신문'의 외양을 갖추고 있는만큼 NSC를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비판에는 최소한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제점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다. 그저 "관련 부처 내에서 일고 있는 NSC의 업무 태도, 분위기, 인적 구성, 관련 부처와의 업무 협조 상태에 대한 비판을 점검"하라는 식의 편파적 접근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외교안보 분야에 '공황'까지 닥쳤고 그 핵심에 NSC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장성급회담, 6자회담 등 구체적인 현안에서 NSC 운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른바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종석 차장의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 정도는 지적해야 할 것 아닌가.
「주간조선」의 커버스토리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표지에 반기문 장관과 이종석 차장의 얼굴을 대문짝만하게 내놓고 <외교안보 공황 그 책임의 끝은?>이라는 제목까지 뽑았지만, 정작 기사 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첫 번째 꼭지 <역대 외교부 장관들이 보는 '김선일씨 피살'>의 제목은 "한 미공조 깬 사람이 사태 책임져야", 작은 제목은 "미국에 협조 않고선 정보 협력 받을 수 없어…파병 반대 외치는데 누가 정보 주겠나"이다. 기사 내용의 절반 이상이 전직 외교부 장관 'S씨'와 'J씨'의 주장이다. 제목도 S씨의 발언에서 따왔다. 그의 주장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미국과의 동맹을 소홀히 해온 탓에 미국이 우리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자주외교노선'을 겨냥하고 있다. 반면 외교부에 비판에 대해서는 '마녀사냥'이라며 외교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도 한다.
이어진 두 번째 기사 "NSC 독주가 '외교안보 공황' 빚었다"라는 제목의 한나라당 박진 의원의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는 김선일씨 사건과 관련해 NSC의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일보식의 '억지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구체적인 근거없이 '1인이 열고 닫는 NSC가 외교안보의 공황을 불렀다'는 주장을 표현만 바꿔 반복하며 '친미 아닌 라인'을 흔드는 조선일보의 논거를 어떻게 수긍할 수 있겠는가. <끝>
2004년 7월 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