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선일씨 피살' 관련 23일자 문화일보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6.23)
왜, 문화일보가 한술 더 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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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일) 문화일보 사설 <이라크 파병, 테러에 굴복해선 안된다>는 참으로 유감이다.
본회는 오늘 오전 앞서 발표한 논평 "김선일씨의 죽음앞에서도 파병선동인가"를 통해 수구신문들이 김선일씨의 피살을 앞에 두고도 "파병강행"을 주장하고 더 나아가 국민들의 적의를 부추길 우려가 있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는 데 대해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문화일보까지 '이라크 추가파병 방침'을 재확인하고, 추가파병 철회 주장에 대해서는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라 주장하고 나섰다.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는 명분없는 전쟁에 들러리를 서려다 국민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는데도 "테러에 굴복하지 말고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 일부 수구언론의 '선동'에 머물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문화일보의 사설은 우리의 이같은 기대를 저버리고 다른 '수구신문'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태도를 보여 우리를 실망시켰다.
문화일보는 "우리가 견지해야 할 최고의 원칙과 가치는 그 사건이 애통하면 애통할수록 절대 테러에 굴복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며 "대한민국은 당당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한번 한 약속은 끝까지 지키는 국가임을 이번에 보여줘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대국민담화를 통해 파병원칙 불변을 거듭 천명한 것은 대단히 옳은 결정"이라고 정부의 결정을 '칭찬'하고 나섰다.
이어 촛불시위대가 "논리아닌 감성으로 국민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있다"고 국민들의 파병반대 여론을 폄훼하는가 하면, 파병재검토 결의안을 낸 여야의 일부 의원들에 대해서는 "금배지를 달고 있는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까지 진지한 모습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유치한 소영웅주의적 사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문화일보는 "이번 사건 와중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정보를 주었느니 안주었느니 하는 논란도 있지만, 그런 구차한 얘기로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킬 것이 아니라 더욱 한·미관계를 공고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미국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문화일보가 왜 이같은 주장까지 하면서 상처받은 국민들을 '파병강행론'으로 자극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테러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그러나 김선일씨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명분없는 전쟁으로 무고한 이라크 국민을 학살한 미국의 '원죄'가 깔려 있다. 특히 팔루자 지역은 미군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무차별 학살한 곳이다. '보이는 것은 무엇이나 쏘았다', '시신들이 부패하는 악취가 도시를 덮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이니 그 참상이 어느 정도였으며, 그로 인해 이라크인들이 미군과 관련자들에 대해 얼마나 큰 적의를 갖고 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말 현명한 언론이라면 무조건 "파병강행"을 주장해서는 안된다. 국민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냉정하게 전체 상황을 제시하고, 우리가 취해야 할 합리적인 태도와 어떤 경우에도 견지되어야 할 보편의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우리의 신문지형은 지금 심각한 '여론불균형' 상태이다. 극히 일부 신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문이 보수 또는 극우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파병문제에 있어 '여론의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문화일보가 수구신문들과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많은 국민들이 김선일씨의 무고한 죽음 앞에 격앙되어 있다. 우리 역시 슬프고 안타까운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그의 죽음의 '진짜 원인'을 헤아리고 성숙하게 대처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리에게 그런 신문이 여럿일 수는 없는 것인가?
2004년 6월 23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