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스탠더드 앤 푸어스사 관련 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6.22)
독자들을 '해당신문의 동굴'에 가두려하지 말라
..............................................................................................................................................
어제(21일) 연합뉴스는 "S&P, 국가 신용등급 북핵보다 구조개혁이 관건"이라는 제목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다는 점, 파병을 철회해도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는 점, 북핵은 지속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구조개혁이 관건이라는 점, 주한미군 재배치는 전세계 병력재편에 따른 것으로 주한미군감축 결과 안보와 한미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 한국 부동산가격 상승이 특정지역에 국한된 것이어서 일본식 장기불황의 원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지적한 S&P와 기자들의 이메일 응답내용을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탠더드 앤 푸어스는 한국경제가 연 5% 이상 성장가능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번 스탠더드 앤 푸어스와 기자들과의 이메일 응답내용은 민감한 현안과 국가신용등급의 관련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특히 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주한미군 재배치를 미국의 전세계 병력재배치의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행정수도 이전이 신용등급에 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힌 점, 북핵위기보다 내부 구조개혁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비롯해 파병철회가 신용등급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 등등은 '친미적'으로 분류되고 있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주장과 다른 것이어서 이 신문들의 관련 보도행태가 관심을 끌었다.
예상대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은 연합뉴스 관련 보도를 자사입장에 따라 취사 선택해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신문 8면에 "S&P, '한국신용등급 구조개혁에 달려'"라는 제목으로 관련기사를 짧게 다루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북핵문제는 한국과 한국의 신용등급에 리스크(위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한 사실은 언급하면서 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구조개혁에 의해 잠재성장률을 높이고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재정을 투병하게 만들어야 신용등급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썼다. 그러나 주한미군재배치와 행정수도이전, 파병철회 등의 현안 추이가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S&P의 언급은 다루지 않았다. 한국경제가 연 5%정도 성장가능하다는 '긍정적 평가' 또한 당연히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22일자 신문 6면 상단에 단신으로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중앙은 "한국신용등급 올리려면 구조개혁 집중해야"라는 제목으로 구조개혁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고 미군철수와 파병철회 관련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하는데 그쳤다.
동아일보는 22일자 경제면 2면에서 챔버스 위원장 인터뷰 "S&P, '재정지출보다 구조개혁 집중해야'"를 통해 북핵위기·구조개혁·주한미군 감축 등과 국가신용등급의 관련성에 관한 내용을 실었다.
한겨레도 관련기사를 경제면 2면에 "구조개혁 좀더 필요"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한겨레는 북핵문제, 파병철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과 국가신용등급의 관련성 부분을 주로 다루었다. 경향신문은 관련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그동안 재벌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정책대안을 제시할 때 마다 재벌의 입장에서 "경제위기에 웬 개혁"이냐는 식의 물타기론을 내세우며 흔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출자총액제한과 재벌 계열금융사에 대한 의결권 30% 축소안 같은 기초적인 개혁안조차 불가능해지거나 축소되었다. 다른 한편 재벌개혁안을 물타기하면서 일부언론은 '경제위기론'을 실제 이상으로 확대재생산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그 과정에서 일부언론은 한국경제 관련 해외보고서 중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것이 나오면 침소봉대해 자신들 주장의 근거로 삼아왔다.
언론의 왜곡된 외신인용 행태에 비추어 이번 스탠더드 앤 푸어스사의 답변 중 "구조개혁이 관건"이라는 부분을 자신들의 이전 논조와 맞지 않음에도 보도했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현재 최대 논란거리로 부상한 행정수도이전 관련 언급을 어느 신문에서도 보도하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만일 스탠더드 앤 푸어스가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언급을 했다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이 어떤 보도행태를 보였을지는 불보듯 뻔하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파병철회와 국가신용등급의 관계, 주한미군재배치와 국가신용등급의 연관성 등에 대한 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언급은 한줄도 다루지 않았다. 김선일씨 피랍에 대해 "이정도 희생이 없을 줄 알았느냐"며 '추가파병'을 강하게 주장하고, 주한미군 재배치가 안보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되풀이 해온 조선일보로서는 스탠더드 앤 푸어스의 "관련 사안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다"는 이번 언급이 '당황스러운 것'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 외신을 독점해 독자를 우롱하는 행태가 통하지 않는 세상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일부 언론의 외신보도에 실소를 금할 길없다. 우리는 자기 입맛에 맞는 부분만 침소봉대하고 국민들이 꼭 알아야할 '사실'이라도 자신들 논조와 맞지 않으면 보도에서 삭제해 버리는 일부 언론의 외신보도행태를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하며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독자들을 '해당신문의 동굴' 안에 갇히게 하는 잘못된 외신보도 행태는 부메랑이 되어 해당 언론에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한다. <끝>
2004년 6월 2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