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행정수도 이전 관련 주요 신문(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 사설에 대한 성명(2004.6.21)
등록 2013.08.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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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론'의 배후에는 일부 언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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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과정에서 갈등의 핵심으로 부각되었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수도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무현후보의 당선으로 일단락되었다. 지난해 말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통과됨으로써 공식적인 절차를 마무리한 상태에서 입지선정 등 시행을 앞두고 행정수도 논란이 다시 재연되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인가. 한편 총선 이후 몇몇 수도권 지자체에 의해 간헐적으로 제기되던 행정수도 이전 재검토가 사회전면의 갈등 사안으로 떠오르게 된 데에 일부 신문 보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 변호사의 '특별법 헌법소원'이 불씨 지펴


지난 6월 2일 전 경실련 사무총장 이석연변호사가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헌법소원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일부 언론들이 관련사설을 실어 이변호사의 헌법소원추진에 무게를 실었다.
이변호사가 입장표명을 한 다음날인 6월 3일 조선, 중앙, 경향은 일제히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을 사설을 통해 거론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행정수도 이전 밀어붙이기 안된다>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국민투표를 '국민적 논의'의 한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헌재로 가는 수도 이전 문제>에서 "수도 이전 문제를 따져볼 마지막 기회가 마련된 것"이라며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점들을 들고 나왔다. 경향신문 역시 <공공기관 이전 서둘 필요있나>라는 사설을 통해 "대선공약이라해서 밀어붙이는게 능사는 아니다"라며 "행정수도 문제는 반드시 국민의 뜻을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8일 정부는 행정부 뿐만아니라 입법, 사법부도 이전에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수도 '가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김안제위원장의 국민투표관련 언급이 있었다. 이때부터 일부 신문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집중 부각시켰고 본격적으로 논란이 시작되었다.


사실까지 왜곡하며 '천도론' 들고나와


정부 잠정안이 공개된 이후 중앙일보(9일)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10일)이 일제히 '천도론'을 들고 나왔다. 특히 조선일보는 9일부터 19일까지 이틀을 빼고 연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사설을 실으면서 '천도논란'을 가열시켜 왔으며, 동아일보는 10일부터 16일까지 '천도'라는 말이 제목으로 들어간 사설을 네 편 실어 앵무새처럼 '천도' 주장을 되풀이했다.
<천도가 국토 균형 발전인가>(중앙 6.9), <이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다>(조선 6.10), <행정수도에서 천도로 바뀌었다면>(동아 6.10), <수도이전 국민투표에 부쳐라>(경향 6.10) 등은 행정수도 이전을 천도로 규정하며 공격한 대표적인 사설들이다.
이후 천도론을 이성계나 궁예와 연결시킨 정치권의 불필요한 '말싸움'이 곁들여지고 언론이 이 '입씨름'을 선정적으로 확대보도하면서 본질을 비껴간 '천도론' 논란이 행정수도 이전의 중심의제인 듯 자리잡았다.
소위 '천도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정적 접근으로 본질을 호도해 '행정수도 이전의 범위'에 대해 건강한 논의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데 있다. '천도'라는 어휘를 쓰고 과다한 '봉건적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수도이전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가로막아 행정수도 이전 자체를 방해하려는 '저의'마저 읽혀지는 대목이다.
다음으로 천도론을 주장하는 일부신문이 '사실'을 왜곡했다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중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행정수도' 이전범위가 '자신들이 예상한 것과는 달리' 의회와 사법부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리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이전한다면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은 국회나 대법원 등 정부에 속하지 않은 헌법기관에 대해서는 국회의 동의 절차를 밟도록 되어있다. 즉 이들 기관의 이전 문제는 국회가 충분한 여론수렴 정을 거쳐서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신문은 '국회의 동의 절차' 부분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고 입법, 사법기관 이전을 기정사실화한 후 '천도'운운하며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부정적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국민투표론의 '불순한 저의'


다음으로 일부언론이 주장하고 나선 것은 소위 '국민투표론'이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 주장이 제기된 다음날인 6월 3일 각각 <행정수도 이전 밀어붙이기 안된다>, <공공기관 이전 서둘 필요 있나>라는 사설을 통해 '반드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칠 것'을 주장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조심스럽게 '국민투표'를 언급한 후 9일 사설에서 "형식적으로 공청회 한번 열고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방식"이라며 "필요하다면 국민투표"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실상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섰다.
다음날인 10일 경향신문은 아예 <수도이전 국민투표에 부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으며, 이후 16일과 18일 사설을 통해서도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특히 18일 사설에서는 "국민투표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못박고 나섰다. 그런데 경향신문은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결과로 비판 받을 수 있다"는 요지의 대통령 발언과 대선국면에서 대통령의 국민투표 제의를 '국회무시'라며 강하게 비난했던 한나라당의 행태가 알려진 다음날인 19일 갑자기 태도를 바꿔 "투표 여부가 이전 문제의 전부인 양 오도되면서 여야가 '투표하자, 말자' 하며 정치싸움에 빠져들고 있다"면서 '국회에서 진지한 논의를 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늦게나마 경향신문이 논의의 방향을 바로 잡아가는 것이 다행스럽지만, 그동안 '국민투표'를 '유일안 해결책'인 듯 주장한 것은 경향신문을 포함한 소수의 일부 신문들이었음을 고려할 때 돌연 입장을 바꾸면서 화살을 정치권으로 돌리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반면 한겨레는 일관되게 '국회논의'를 주장해왔으며 '천도론'이나 성급한 '국민투표 주장' 모두가 불필요한 논란일 수 있음을 분명히 해 돋보였다. 뿐만 아니라 한겨레는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이 이전 대상을 "중앙 행정기관과 주요 헌법 기관(헌법기관은 국회동의 전제)"로 명시했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이는 '정부가 국회와 사법부까지 이전 대상에 넣어 행정수도 이전이 천도로 변질됐다'는 다른 신문들의 왜곡된 주장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수도이전'이라는 국가대사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되야한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대선과정의 논의와 총선을 앞둔 시점의 '국회논의'는 그러면 논의가 아니고 '장난'이었단 말인가.
지금 '천도론'과 '국민투표'를 주장하는 언론 중에는 당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국회에서 공전되고 있을 때 '국회파행'이라는 관점에서 이를 단순보도한 신문도 있었고,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통과되었을 때 '지방분권화 제도틀 마련'했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한 신문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입법 추진'이 비판없이 보도되었는데, 예를 들어 경향신문은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자 12월 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이내에 위치선정을 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해 내년 2월24일까지 위치선정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대의견을 달아 법안을 전체회의에 넘겼다"는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헸다. 정부의 일방적인 '밀어부치기'라는 주장이 머쓱해지는 대목이다.
당시 '지역간의 갈등'을 이유로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입장을 드러냈던 조선일보조차 국회와 사법부가 포함되는 '이전 대상'을 문제삼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행정수도 이전 추진을 정부의 '밀어부치기'로 몰아가면서 2002년 대선과정의 대통령발언을 과거에서 끄집어내어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는 등의 주장을 펴고 심지어 한나라당에 대해 '입장이 불분명하다'며 압박하는 태도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늘 그렇듯 '치고빠지는' 행태를 반복하며 자신들의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일말의 사과나 반성도 하지 않고 정치권의 말바꾸기에 대해서 비판하는 일부신문의 보도태도 앞에서 독자들의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다. 국민투표를 하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국회가 특별법까지 제정한 상황에서 다시 행정수도 이전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쉽게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국민투표' 절차를 밟는 자체가 간단한 문제도 아니다. 더욱이 국민투표를 실시했을 때 우려되는 지역간 갈등이나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보면 섣불리 국민투표를 운운했던 이들 신문의 태도는 가히 '반사회적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탄핵소추과정에서 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헌재판결을 조용히 기다리라"고 주장했던 언론이 국회의 입법절차까지 무시하며 국민투표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이현령비현령식 이전비용 논쟁


이전비용에 대한 문제제기도 마찬가지다. 이들 신문은 행정수도 이전이 공약으로 제시되었던 때와 달리 막대한 이전 비용이 들어간다며 각종 수치들을 제시하고 나섰다. 또 이와 같은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우리 경제가 그만한 예산을 조달할 형편인지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우리는 언론이 국책사업의 비용 문제를 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소한의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와 이전에 반대하는 측의 비용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주장들의 타당성을 따져보기 보다는 무조건 '최대 얼마까지 들지 모른다'는 식으로 막연한 주장을 펴거나, 이전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고려하지 않고 '비용부담'의 측면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균형잡힌 접근이라고 보기 어렵다.
"280개 부처와 공공기관의 건물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져 나오면 제값을 받기도 어렵다. 수천억에서 수조원을 한 번에 조달할 수 있는 외국자본만 횡재할 가능성이 높다", "기초생활보장비를 지원받는 사람이 138만명이다.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을 넘는다. 이런 나라에서 46조원을 허허벌판 위에 모래뿌리듯 뿌리겠다면 이 세상 누가 믿겠는가"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선일보 6월14일자 사설 <청와대 국회 대법원을 어떻게 판다는 건가>는 언론의 '비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흔들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단계적이며 장기적으로 추진되는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280개 부처와 공공기관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질 것'이라는 가정을 하거나 '모래뿌리듯 뿌린다'는 식의 표현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예산낭비'로 단정하는 태도는 "흥분하지 말고 냉철하게 논의하자"는 6월16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과는 달리 조선일보 스스로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너무나 선동적인 조선일보


사설을 통해 노골적으로 '국민투표'를 주장하지 않았던 조선일보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는 대통령에 대해서는 '말바꾸기'로 몰면서 '재논의'를 압박하는 한편, 당론을 결정하지 못한 채 무엇을 반대하는지 불명확한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당론으로 행정수도 반대입장'을 밝힐 것을 압박했다. 국회와 사법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극단적으로 상황을 설정해놓고 '선동적'인 표현으로 행정수도 이전 자체를 반대 했다. <왜 국회와 사법부는 천도에 말이 없나>(6.11), <청와대 국회 대법원을 어떻게 판다는 건가>(6.14), <천도, 흥분하지 말고 냉철하게 논의하자>(6.16) 등의 사설은 국회와 사법부 이전을 기정사실화하며 행정수도 이전을 '흔든' 대표적인 사설들이다.
예를 들어 "행정부가 헌법상 독립된 입법부와 사법부를 어디에 둘 것인지까지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는 것", "우리 사정이 45조원이란 막대한 국민 세금을 땅 파고 건물 짓는 토목공사에 쏟아부어도 될 만큼 한가로운 때인지"(6.11) 등의 주장은 그 표현의 선정성은 물론 사실 왜곡이라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부 언론이 정말로 행정수도 이전의 부작용을 줄이고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를 살리는 데 뜻을 같이한다면, 지금이라도 소모적인 논란을 부추기는 행태를 중단하고 차분하게 사실보도를 해주기를 바란다.
논의는 다시 원점에서 검토되어야할 것들을 검토하며 시작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검토되어야 할 것들은 수도권 집중현상과 국토 불균형발전의 부작용이다.
행정수도 이전이 처음 제기되었던 1970년대나 조선일보가 "수도를 옮기라"(최청림 출판국장 칼럼)고 주장했던 1991년, 그리고 2004년 오늘 과연 '수도권지옥화'는 해소되고 중앙과 지방은 균형있게 발전하고 있는가.
다음으로 이전범위를 어디까지 해야하느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미래 물가변동률을 고려한 합리적 이전비용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그와 함께 재원마련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 모든 과정의 전제는 '열린 프로세스'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논의가 진행되고 국민적 대표성을 담보한 국회와 대통령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그것이 곧 '국민합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만일 국회와 대통령이 합리적 토론결과 '국민투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다수 국민이 이에 동의하면 국민투표 논의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이 해줄 역할은 바로 이 열린 프로세스를 사실 가감없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일부 언론이 심지어 사실을 왜곡하며 '행정수도 이전 재논란'이 '정쟁화'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일탈행위'이다. 지금이라도 일부언론은 행정수도 이전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려하지' 말고 언론 본연의 제자리로 돌아가라. 그 길만이 실추된 언론의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닫지 않는다면 우리 언론에게 내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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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2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