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은행 출입기자단의 공짜 러시아 취재'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6.15)
'공짜 취재여행'이라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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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이 시중은행들이 낸 비용으로 러시아 '해외취재'를 다녀왔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 언론계의 '공짜 해외취재관행'에 낯이 뜨거울 지경이다. 국회의원조차 '특권'을 버리겠다고 스스로 나서고 있는 시대에 도대체 왜 언론인들은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가.
이번 은행 출입기자단 소속 기자들의 러시아 '해외취재'에는 체류비만도 기자 1인당 220만원, 총 4840만원에 이르는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이 돈을 21개 시중 은행들이 전부 부담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무슨 돈이 남아돌아 기자들의 '해외취재' 비용을 다 댔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하면서 은행들이 제공한 공짜 '해외취재'에 따라나선 기자들의 의식수준은 더 이해가 안 된다.
특히 '해외취재'에 참여한 기자들이 이번 러시아 취재가 '외유성'이 아니라 순수한 '취재목적'이었다고 강변한다는 보도를 접하며 참담함마저 금할 길이 없다. 취재목적이었다면 언론사가 경비를 부담해서 취재를 다녀와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가 아닌가.
우리는 지금껏 취재처의 돈을 받아 해외 나들이 다녀온 기자들이 '순수하지 못한 취재기사'를 쓰는 것을 어렵지 않게 봐왔다. 접대용 '해외취재'는 어떤 식으로든 기사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이 취재처의 돈을 받아 해외취재에 나선 다는 것은 언론윤리를 내팽겨 친 파렴치한 행태다.
여름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신문방송 여기저기서 '여행'관련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작년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이 여행사 경비로 해외여행 취재를 다녀와 물의를 일으켰던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 같은 부끄러운 행태가 올해 또 반복될까 미리 우려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은행 출입기자단의 '공짜' 러시아 취재가 어떤 식으로 지면에 반영될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는 언론인들의 자성을 거듭 촉구하며 각 언론사에게 요구한다.
이번 러시아 공짜 '해외취재'로 물의를 일으킨 기자들의 명단을 즉각 공개하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라.
유명무실한 각 언론사 '윤리강령'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한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라.(끝)
2004년 6월 1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