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 이효성 부위원장 '탄핵방송 보고서' 반박기고」관련 보도에 대한 논평(2004.6.14)
등록 2013.08.12 16:31
조회 338

 

 

 

조선, 동아가 '정치적 중립' 운운할 자격있나
..............................................................................................................................................


 

 

이번엔 '이효성 죽이기'인가.
탄핵과 관련 TV 방송이 '편파적'이라는 언론학회의 보고서에 대한 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신문들이 일제히 보고서를 '엄호'하고 나섰다.
11일 방송위원회 이효성 부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오늘에 언론학회 보고서를 비판하는 기고문을 싣고 이 보고서가 '공정성과 수학적 균형성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자 조선, 동아, 중앙은 14일 일제히 이를 문제삼고 나섰다.


이들 신문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이 부위원장이 개인적 입장을 밝힌 것은 부적절한 처신'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한편 기고 내용을 '흠집내기'에 골몰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효성 방송위부위원장 '방송편들기' 논란> <방송위 부위원장의 '탈선'>(이상 조선) <'방송사 손들어주기' 논란>(동아) 등 기사의 큰 제목에서부터 이 위원장의 기고가 문제있는 처신인 양 몰았다.
'따옴표 저널리즘'을 악용한 기사의 작은 제목들은 한 술 더 뜬다.
<"방송위원 중립의무 안지켜" 내부비판 / 방송위, 개인적인 발언 자체 논의키로>(동아), <방송위 "16일 심의 앞두고 부적절한 처신">(중앙) 등의 제목들은 이 위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고, 그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특별한 '대책'이라도 세운 듯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기사 내용에서 이 부위원장의 '처신'에 대한 방송위원회 내부의 문제제기는 모두 '익명의 취재원'에 근거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방송사 징계여부 심의 앞두고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작은 제목을 달았으나 이는 김우룡 교수 한 사람의 주장을 인용한 것이다.
기사 내용에서 중앙일보는 <상당수 직원은 "오는 16일 심의 회의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부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상당수 직원'의 주장을 내부 비판의 근거로 삼았다. 중앙일보가 얼마만큼 '상당한 수'의 직원들을 취재했는지 궁금하다.
또 동아일보는 '한 방송위원'의 발언을 인용해 <"내부적으로 이 부위원장의 발언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썼다. 우리는 동아일보가 취재한 '한 방송위원'이 누구길래 부위원장의 개인 기고를 문제삼아 '내부 논의에 부칠 계획'까지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인지 알고 싶다.
더 나아가 조선일보 진성호 기자는 <조선데스크>를 통해 이 부위원장이 이른바 '친노인사'로서 "노무현 정권이 출범한 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다"며 노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활동'의 댓가로 방송위원이 된 듯이 쓰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삼았다. 또 "친노적 성향을 이미 보였던 그가 이제 공직자 신분에서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이 부위원장의 기고를 아예 '친노적 행동'으로 매도해버렸다.
백보 양보하여 이 부위원장이 취한 '기고'라는 형식에 문제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조선, 동아가 '정치적 중립' 운운하며 이 부위원장을 공격할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특보까지 지낸 인물이 상임방송위원이 되었으며, 그가 입에 담기에도 민망하고 무례한 발언으로 정치적 '편향'을 드러내고 국민주권을 모독했음에도 수구신문들로부터 아무런 문제제기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정말로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구신문들의 주장대로 이 부위원장은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공무원이다. 그러나 이효성 교수의 기고는 '탄핵'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라, 언론학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이다. 우리는 언론학회 관계자들이 '학문적으로 분석해서 내놓은 보고서'에 대해 이 부위원장이 '언론학자로서의 의견'을 밝힌 것이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 부위원장의 입장 공개가 16일에 열리는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압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이 부위원장이 심의에 '압력'을 가할 생각이라면 굳이 공개적인 '기고'의 방식을 취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그동안 보도교양제1심의원회가 민감한 사안마다 수구세력들의 공세에 휘둘리며 보여준 무사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 심의 결과의 보수적인 성향으로 볼 때 우리는 오히려 심의위원회가 '언론학회'를 앞에 내세워 억지스러운 '줄타기'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까지 한다.


한편 이 위원장의 기고 내용을 문제삼기 위해 수구신문들은 왜곡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 신문은 '네티즌'과 '언론학자들의 반박' 형식을 빌어 이 부위원장이 공정성과 관련한 BBC의 '지침'을 왜곡 또는 오역한 것처럼 몰았다.
문제의 부분은 이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 부분이 "정치적 논란을 보도할 때 상이한 주요 견해들은 적절한 무게가 주어져야만 한다"는 뜻인데, 이 부위원장은 이를 "지배적 의견을 더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 공정하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며 그에 대한 네티즌들과 '언론학자'들의 반박을 소개했다.
그러나 두 신문의 이같은 주장은 이 부위원장의 기고 원문을 왜곡한 것이다. 조선과 동아는 이 부위원장이 문제의 부분을 직역한 후, 이를 해설했다는 점을 빼고 해설부분만을 실어 원문의 취지를 왜곡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렇게 썼다.
<(지침서는)"산업적 또는 정치적 논란의 문제를 보도함에 있어서 상이한 주요 견해들은 그 논쟁이 활발한 동안에는 적절한 무게가 주어져야만 한다"(In reporting matters of industrial or political controversy the main differing views should be given due weight in the period during which the controversy is active.)고 못박고 있다. 여기서 "적절한 무게가 주어져야만 한다"는 말은 의견의 지지도에 따라 보도의 양이 달라야 한다는 뜻으로 수학적 균형이 공정한 것이 아니라 지배적인 의견을 더 비중있게 다루는 것이 공정하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해석이 어떻게 "BBS 가이드 라인의 왜곡"으로 둔갑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각각 다른 주요 견해들이 '적절한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말을 '지배적인 의견이 좀 더 비중있게 다뤄져야 한다'는 말로 풀이할 수 없다는 뜻인가? 우리는 수구신문들이 네티즌의 반박이라고 소개한 "서로 다른 주요 의견들을 다른 의견보다 더 비중있게 다루라는 뜻"의 정확한 뜻을 풀이해주기 바란다. 반드시 복수(複數)의 의견들을 나머지 의견들보다 비중있게 다루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탄핵처럼 찬반으로밖에 나눌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결국 찬반을 모두 비중있게 다루라는 뜻인가?
또 중앙일보는 '일부 네티즌'이 '논란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자사의 견해를 밝히지 않는다'는 대목을 생략하는 등 이 부위원장이 BBC 지침을 자의적으로 인용한 점을 반박했다고 썼다. 그러나 기고는 BBC 지침의 전체를 소개하면서 특정 부분만 뺀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수구신문이 '네티즌'의 입을 빌어, BBC 지침서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전제로 억지주장을 펴면서 이 부위원장이 원문을 훼손한 것처럼 몰아가는 '왜곡의 기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2004년 6월 1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