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뉴욕타임즈의 '이라크침공 관련 보도 반성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27)
등록 2013.08.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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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자기 반성'하는 '그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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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뉴욕타임즈가 사설을 통해 이라크 침공과 관련한 자신들의 보도를 반성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는 "몇몇 사례에서는 당시 논란이 됐었고, 지금은 의문시되고 있는 정보가 충분하게 걸러지지 않았으며 어떠한 문제 의식도 없이 기사화됐다"고 자성했다. 이어 '잘못된 보도'가 나가게 된 과정에 대해서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를 노린 이라크인 해외 추방자와 망명자들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며 "해외 추방자들의 주장은 이라크 개입 필요성에 확신을 가진 부시 행정부 당국자들에 의해 확인됨으로써 우리를 포함해 많은 언론매체가 거짓 정보에 놀아난 셈"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단계의 편집자를 거치는 과정에서 걸러지지도 않았으며 특종기사를 앞다퉈 보도하는 데만 신경 썼다. 앞선 기사에 의문을 제기하는 후속 기사가 묻혀버리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후속보도마저 나오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즈의 이 같은 '자성'은 한국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우리 언론은 수많은 편파·왜곡보도를 양산해 왔으나 제대로된 반성은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 5.18광주항쟁 관련 보도는 대표적인 왜곡보도 사례다. 그러나 우리 언론의 오보 및 왜곡보도는 과거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만 해도, 불과 몇 주 전 조선일보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에서 '소수의견'을 함께 공개할 것이라는 오보를 냈으나 이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동아일보의 경우 지난 해 '굿모닝시티' 사건 관련해 당시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연루되었다고 보도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외에도 대통령 측근비리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사실관계조차 불분명한 몇몇 국회의원과 증인들의 의견을 대서특필 했으나, 특검 조사결과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음에도 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사과 외에도 지난 해 기사조작과 표절 사건 당시 해당기자를 해고하고 1면과 4면에 사과보도를 했으며, 이어 편집인과 편집부국장까지 해임한 바 있다. 반면 우리 언론은 여전히 왜곡과 오보를 남발하면서도 제대로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뉴욕타임즈의 이번 '반성'에 대해 기사를 실은 신문은 중앙일보 정도였다.
우리는 뉴욕타임즈의 이번 사과를 보며 수많은 오보와 왜곡을 남발하면서도 제대로 사과조차 않는 한국 언론의 뻔뻔함에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함까지 느낄 정도다.
뉴욕타임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언론이 된 것은 자신의 잘못을 뒤늦게나마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정론직필'을 지켜내려는 노력때문일 것이다. 수십년간 왜곡·편파보도로 낯이 두꺼워진 우리 언론은 언제쯤 독자들의 비판에 고개를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할 것인가. 독자들은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2004년 5월 2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