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21)
KBS는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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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지난 5개월여 동안 KBS에 대해 벌인 특별감사 결과 KBS의 방만한 예산집행과 지역방송국 운영실태 등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본회는 KBS가 공영방송다운 '공영성'을 확보하기 위해 기왕에 추진하고 있는 'KBS 개혁'을 좀더 과감하게 추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
1. 감사원이 지적한 경영상의 문제들은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 결과에 의하면 KBS는 2002년 예비비 109억원을 직원들에게 상여금으로 지급했던 사례 외에, 지난 4년 동안 8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사규에 없는 '격려금'으로 지급했고, 47억원을 직원 자녀의 학사금으로 변칙 무상 제공했으며, 2002년에는 외주제작사에 부적절한 기준으로 16억원을 인센티브로 제공했다. 또 95년부터 지난해까지 KBS 임직원의 '개인연금' 지원금으로 380여억원이 사용되는 등 인건비와 복리후생 관련 예산집행이 방만하게 이뤄진 사례가 속속 드러났다. 한편 지난 4년여 동안 KBS의 전체 임직원 수는 줄었음에도 부장 이상의 간부급은 오히려 늘어나 문제로 지적되었다.
KBS의 이러한 경영실태는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으로써의 정체성에 걸맞지 않을뿐더러 KBS의 생명과도 같은 '공영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정연주 사장 취임 이후 프로그램 개혁, 인사 개혁 등 KBS의 자체 개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경영에 대한 '구조조정'도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개혁과제라 생각된다.
본회는 우선 이번에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받은 사항부터 당장 시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2. 방송의 지역간 균형 발전과 지역방송국 구조조정은 함께 가야 한다
KBS의 지역방송국에 대한 '구조조정'도 심도 깊게 고민되어야 한다.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의하면 25개의 KBS 지역방송국 중 16개 지역방송국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비중이 평균 1.1%에 지나지 않고, 이중 6개 방송국은 아예 0%라고 한다. 서울과 지역총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한 '중계기지국'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이들 지역방송국의 운영을 위해 매년 800여억원을 전후한 예산이 소요되고 이로 인해 경영에 부담까지 안긴다고 하니 획기적인 개선책 마련이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는 감사원이 지적한 '지역방송국 통폐합'도 한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KBS의 지역방송국들을 광역총국별로 통폐합해 '광역화'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역방송국에 대한 '구조조정'은 '지역방송 살리기'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과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KBS 지역방송국의 운영이 방만하다고 하여 '지역방송국'을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침체일로에 빠져있는 '지역방송' 자체를 활성화시켜 '지역성'을 살리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 방송은 서울과 지역 간에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놓여져 있다. 인력과 광고 등 제대로 된 방송을 하기 위한 조건들은 모두 서울로 집중된 상태에서 지역방송의 운영이 부실하다고 '지역'만을 탓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앞서 지역방송 발전을 위한 토대 마련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앞으로 KBS뿐만 아니라 지역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학계 등은 이 부분에 대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본회는 논의의 단초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그 동안 고민해온 KBS 2TV채널을 '지역방송 연합채널'로 전환하는 안을 제안한다.
'지역방송 연합채널'은 KBS2채널 편성에 있어 통폐합된 지역총국들이 각 광역별로 지역성을 가진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독자편성' 시간대와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연합편성' 시간대로 나눠 지역방송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채널이 된다. 이 경우 서울의 KBS 본사도 하나의 지역방송으로써 정해진 시간에만 독자편성한 프로그램을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방송하거나 연합편성 시간대에 편성이 정해진 프로그램만 전국 규모로 방송할 수 있을 것이다.
3. 수신료는 현실화되어야 한다
감사원의 특별감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내용은 'KBS 수신료'와 관련한 부분이다.
감사원은 KBS의 재원 중 광고수입이 54%로 39%에 지나지 않는 수신료에 비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형적'이라고 평가했다. 공영방송의 재원에서 광고수입이 수신료보다 많은 구조는 결국 방송사를 '광고'에 의존한 시청률 경쟁으로 내모는 원인이 되어 '방송의 공익성 저하'를 가져오게 된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이미 본회를 비롯한 언론단체와 학계 등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제기해온 문제이다. 이 때문에 본회는 지난 해 한나라당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들고 나왔을 때 "현재의 수신료를 현실화해 KBS의 공영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한 뒤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담보해나가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이 해야할 일"(2003.11.17 <졸속적 '수신료 분리 징수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논평)이라는 전제 하에 '수신료 현실화'를 주장한 바 있다. 때마침 감사원도 광고 비중을 줄이고 수신료를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의제가 공론화되길 기대한다.
현재의 '수신료'를 'KBS 수신료'가 아닌 '공영방송 수신료'로 개념 정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징수된 수신료를 KBS가 대부분 가져가고 EBS에 약간 나눠주는 형태가 아니라, '공영방송 수신료'의 명목으로 징수된 수신료를 KBS와 MBC, EBS 등 모든 공영방송에게 배분하는 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영방송의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재원규모에 대해 조사하고, 징수된 수신료를 배분하는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기구를 통해 '공영방송 수신료'를 우선재원으로 삼되, 광고수입 비중은 각 공영방송이 배분 받은 수신료 외에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는 양으로 한도를 정해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 재원마련에 '양출제입의 원리'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공영방송들이 광고 경쟁을 위해 '상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또 이후 수신료가 인상될 경우 KBS는 광고재원 비율을 줄여나가 궁극적으로 수신료만으로 모든 재원을 충당케 하고 MBC와 EBS의 경우에도 수신료와 광고수입이 비슷한 비중을 가지도록 한다면 '공영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아니더라도 공영방송 KBS의 '개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인적 청산과 프로그램 개혁뿐만 아니라 경영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도 이미 논의되었던 바 있다. 본회는 KBS의 개혁이 '공영성을 위한 개혁'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감사원 조사결과를 빌미로 혹 수구언론 등 우리 사회 일각에서 'KBS에 대한 비난몰이'를 시도할 지도 모르겠다.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수용해야 하지만 비판의 목적은 대안마련과 '공영성 확보'가 되어야 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본회는 KBS에게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쉼 없는 '개혁'을 요구함과 함께, 공영방송의 '공영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끝)
2004년 5월 21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