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5월 19일 경제위기' 관련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5.19)
'분식회계'에, '부당내부거래행위'까지
계속 안고 가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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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나라 경제를 불안케하는 것이 과연 누구인가.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정권의 '말'과 경제 불안>에서 경제위기론을 들고나와 또다시 정부를 흔들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위기감의 밑바탕에는 이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불신과 불안감, 즉 이 정권이 나라경제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알 수 없다는 의심이 깔려 있다"며 "그래서 정권 담당자들의 말 한마디에 따라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은 "당장 '성장이냐 분배냐' '성장이냐 개혁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며 이헌재 부총리와 홍재형 정책위의장과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 같은 진단은 억지논리에 불과하다.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국 쇼크, 고유가 사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존재하며, 내부적으로는 내수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한국경제 위기의 근본원인이 조선일보의 주장처럼 정부의 경제정책 혼란 때문인가.
우리는 오히려 재벌그룹들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지금 한국의 재벌그룹들은 시장경제 하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룰'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분식회계와 부당 내부거래 등의 잘못된 기업행태는 기업불신=재벌적 경제운용에 대한 불신=한국경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으며, 잘못된 재벌들의 부정행위로 우리경제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어왔다. 재벌그룹들의 잘못된 기업운영 관행으로 빚어진 부실기업 문제는 IMF의 중요원인이 되었으며, 당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은 아직도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다.
그럼에도 재벌그룹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관행을 개혁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책임을 노동계와 정부에 떠넘기며 '자기옹호'에만 치중해왔다. 이들은 입만 열면 '글로벌스탠다드'를 외치며 노동계를 압박했고 '정책의 불확실성' 운운하며 정부의 개혁정책을 압박했다. 정부가 출자총액제한, 부당내부거래 문제 등 경제의 투명성을 일구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면 투자를 멈추고 '경제위기론'을 들고나와 저항했다. 심지어 최근 전경련 현명관 부회장은 "외환위기 뒤 등장한 '글로벌 스탠더드'는 세계시장을 장악한 기득권자의 논리이므로, 이를 한국에 맞는 전략으로 차별화해야 기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사실상 말을 바꾸기까지 했다. 이거야 말로 전형적인 '아전인수'식 주장이 아닌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이러한 재벌그룹들의 아전인수식 주장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는커녕 확대 재생산했다.
조선일보 오늘(19일) 기자수첩 <개혁=反성장?>에서 윤영신 기자는 "재계가 대통령의 개혁 발언을 놓고 '성장을 뒷전으로 밀어놓았다'며 수군대는 모습은 구차해 보인다"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 외국인들은 오히려 한국 경제가 계속 성장하려면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7년 전 IMF외환위기가 우리에게 준 교훈도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국제 기준에 맞는 기업·시장의 투명성과 공정한 룰을 갖추라는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을 때 한국 경제에 등을 돌렸고, 국회에서 집단소송제 법안이 통과됐을 때는 큰 박수를 보냈다"고 꼬집었다.
우리는 윤영신 기자의 '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어리둥절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가 조선일보 오늘 '사설' 논조와 근본적으로 대립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언론은 '한국경제회생'을 위해 경제기사를 쓰기보다는 '재벌체제 온존'(=재벌회생)을 위한 '정치적 판단'을 개입시켜 경제관련 기사를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우리는 오늘 조선의 기자수첩 <개혁=反성장?> 식의 진실보도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 '기자수첩'이 아닌 '사설'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바램이 '몽상'이 아닌 '현실'이되길 바라며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맹성을 촉구한다.
2004년 5월 1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