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김근태 위원장의 생방송 심야토론 발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논평(2004.4.12)
등록 2013.08.0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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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견 무시한 '헌재심판 승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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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이번에는 '헌재심판 승복론'을 들고나와 탄핵문제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0일 KBS <생방송 심야토론>은 '총선 D-5,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총선 이슈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토론 중 '대통령 탄핵문제의 해법'이 논의되었는데, 이때 민주당 손봉숙 선대위원장이 김근태 선대위원장에게 "헌재에서 탄핵을 가결하면 열린우리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건지 대답을 들어보고 싶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근태 위원장은 "그런 가정은 생각할 수 없다"며 "우선 헌재가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이 발언을 두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일제히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며 이를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는 것'으로 왜곡했다.


조선일보는 12일 5면 5단기사 <김근태, "헌재결정 수용" 묻자 확답안해>에서 이를 보도한데 이어 사설 <탄핵심판 승복 약속 왜 안하나>에서까지 이를 보도했다. 사설에서 조선은 "헌재 결정은 탄핵과 같은 국가적 분쟁의 최종 심판"이라고 단정하며, "이 최종 심판마저 유리하면 받고 불리하면 외면할 수 있다는 식이면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이 나라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헌재 판결 불복종'으로 왜곡했다. 조선은 '대규모 불복 시위' 운운하며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열린우리당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약속할 경우 이번 총선에서 탄핵 문제가 흐려질까 걱정하는 모양"이라며 "다른 당도 아닌 여당이 의석 몇 개 더 건지겠다고 탄핵문제의 최종적 심판 권한을 갖고 있는 헌재의 결정에 대한 승복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는 것은 시국의 불안요인을 남기는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국민은 염두에 두지 않고 몰아부쳤다.


동아일보도 12일 5면 박스기사 <김근태 '헌재결정 승복' 답변 회피>와 사설 <헌재결정, 어떤 경우든 승복해야>에서 이를 다뤘다. 동아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한 승복 문제가 제기됐으나 각 당 모두 선거전략 차원에서 접근했을 뿐 핵심은 비켜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동아는 "탄핵은 엄연히 헌법에 규정된 절차"라며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국민이 뽑은 의회가 탄핵을 놓고 대립할 때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며 '헌재 결정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2일 6면에 <김근태 헌재 결정 수용 여부 안 밝혀 논란>에서 이를 단신으로 보도했으며, 오피니언 면에 <헌재 결정에 승복 않겠다는 건가>라는 제목으로 숭의여대 이민세 교수의 기고글에서 김근태 위원장의 발언을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는 것'으로 단정하며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13일 사설 <'헌재결정 승복' 주장의 허실>에서 "이번 선거의 중요한 쟁점의 하나는 탄핵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라며 "헌재 결정 승복을 자꾸 강조하는 것은 탄핵 문제는 전적으로 헌재의 판단에 맡겨놓고 유권자들은 신경쓰지 말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불복시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정치권 합의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야말로 오히려 국민이 여전히 안중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합의 여부가 아니라 정치권이 얼마나 국민의 뜻에 맞게 행동하느냐"라고 지적했다.


심야토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민련이 '헌재심판 승복론'을 들고나온 것은 탄핵안 가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물타기'이다.
한나라당 등 야당은 '헌재 심판론'를 주장하며, 의도적으로 탄핵안 가결 과정의 문제를 제외시키고 있다. 야당의 탄핵안 가결은 국민의 70%가 반대한 대통령 탄핵안을 '다수당의 힘'으로 통과시킨 것으로 내용상의 합법성을 갖추지 못했다. 형식적 합법성도 문제다. 야당은 탄핵안이 국회의원 193명의 찬성으로 합법적인 형식으로 통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라는 중대한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 경호권을 발동하는 등 물리적 충돌을 빚고, 안건에 대한 토론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는 등 절차적으로도 무리가 많아 이미 변협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국회 탄핵안 가결 과정을 '합법적'이라고 호도하며 '헌재 심판 승복론'을 당연한 것으로 몰고가며 '물타기'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언론은 김 위원장이 '헌재심판 승복론'의 전제조건 자체의 문제를 비판한 것을 두고 '헌재 결정에 불복종 하는 것'으로 왜곡까지 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떳떳했다면 야당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엉뚱하게 '헌재심판 승복론' 등을 들고나오는 한나라당, 민주당 등의 후안무치한 작태에 분노를 금할 길 없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 역시 특정 정당의 주장을 부각시켜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 입만 열면 특정 정당 편들기와 왜곡보도, 부끄럽지도 않은가.

 


2004년 4월 12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