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결정을 수용하지 않는 한나라당 입장」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4.4.9)
언제까지 방송 탓하며 방송위를 압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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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을 보도하지 않아 야당과 조선일보등 일부언론의 '편파방송'시비에 휘말렸던 KBS 보도에 대해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편파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임상원)는 오늘(9일) 오전 열린 임시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KBS의 편파성 심의 요구에 대해 "축소보도로 의심되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형평성과 고의성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결론을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KBS가 지난 1일 메인뉴스인 <뉴스9>에서 관련 동영상을 내보내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기자의 멘트로 정 의장의 문제 발언 사실을 알렸고, 더군다나 당일 심야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라인>과 다음날 <뉴스9>에서 다시 이를 충실히 다루었기 때문에 고의적인 삭제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고, 관련 설명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것이었음에도 한나라당이 "심의결과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이후 대선패배를 '방송탓'으로 돌리며 방송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으며 '탄핵역풍' 또한 '방송탓'으로 돌리며 선병질적인 대응을 해왔다. 우리는 한나라당의 이러한 행태가 전혀 제1당 답지 못한 처사라고 보고 몇 차례 자제를 촉구해왔다. 기실 한나라당은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한나라당 추천 방송위원을 한명이라도 더 늘리려는 목적으로 방송법까지 개정한바 있거니와 최근 들어 탄핵에 앞장서 지지율이 하락하자 사사건건 '방송에 책임을 돌리며' 방송위원회를 압박하고 있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각에서 방송이 조금이라도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방송위원회를 압박하고 '심의'를 의뢰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를 보며 "한나라당이 아직도 권위주의 시절의 방송장악추억"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오늘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전혀 문제되지 않는 질문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지금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전여옥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방송에 관한 멘트를 하면서 "악의적 질문" "인격모독적 질문"운운하며 대표언론접촉라인을 통제하겠다고 밝힌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하다.' 그 동안 신문과 방송으로부터 '초특급 특사대접'을 받아오던 한나라당이 방송의 '특사대접' 정도에 만족하지 못해 '안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한나라당은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방송위원회에도 당부한다. 우리는 몇 차례 "방송독립성제고를 위해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외압에 의연하게 대처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번에 심의위가 "한나라당은 한편으로 KBS가 정 의장의 사죄 부분을 먼저 부각시키는 등 고의성을 드러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기사가치 판단의 문제로, 이를 심의하는 것은 언론사 고유의 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등 일부언론이 문제삼으면 '즉시' 심의에 응하는 방송위의 대응을 보며 도대체 방송위가 '누구의 방송위인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 우리 방송위원회가 시청자단체나 노동자 농민 빈민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심의 요청'에 이처럼 발빠르게 응답해준 일이 있었는가.
달력은 21세기임에도 한나라당과 제도적 방송환경은 '20세기 권위주의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2004년 4월 9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