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발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4.2)
등록 2013.08.0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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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너무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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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지난 달 26일 대구지역 언론사와의 오찬 간담회 직후 국민일보 총선기자단 VJ팀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정 의장은 20-30대 젊은층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미래는 20,30대들의 무대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 걸음만 더 나아가서 생각해보면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 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이제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2,30대는 지금 뭔가 결정하면 미래를 결정하는데 자기의 이해관계가 걸려있잖아요. 무대에 올라갈 사람이란 말이에요. 이해관계로 봐도 투표에 참여하는 게 자기의 이익이라고요. 자기들 운명을 자기가 결정하는건데…."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는 정동영 의장의 발언이 책임있는 공당의 대표로서 신중하지 못했다고 본다. 정 의장은 두 번 다시 이런 실수가 빚어지지 않도록 뼈를 깎는 심정으로 반성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은 정 의장의 발언과 이에 대한 각계의 입장 등을 중심으로 단순보도했다.
중앙일보는 3면 박스기사 <"60-70대는 퇴장할 분들 투표 않고 쉬셔도 된다">에서, 경향신문은 4면에 사진과 함께 <정동영 말실수 파문>에서 정 의장의 문제 발언과 각 당의 비판 등을 보도했다. 한겨레신문도 6면 <정동영, 말실수로 홍역>에서 이를 보도했다. 다만 한겨레신문은 "진의가 왜곡되고, 말이 거두절미됐다"는 정 의장의 해명을 같이 실었다.


정 의장 발언을 처음 공개한 국민일보는 이를 보다 비중있게 실었다. 국민일보는 1면에 정 의장이 한 노인정을 방문해 무릅을 꿇고 사과하는 사진과 함께 관련기사를 실었다. 국민일보는 1면 <"60-70대 투표안해도 된다">에서 국민일보 총선기자단의 취재과정을 실었다. 3면 <'鄭의 발언' 인터넷 떠들썩>에서는 정 의장의 발언에 대한 네티즌들의 의견을 실었으며, 이어 <우리당 "웬, 악재!" 한나라 "웬, 호재!">라는 제목으로 정치권의 반응을 실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정 의장의 발언을 크게 부각하고 사설까지 실어 이를 문제삼았다.
조선일보는 2면 박스로 <"60-70대는 투표날 집에서 쉬셔도 돼 그분들은 이제 무대서 퇴장하실 분들">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기사화했다. 이어 조선은 사설 <60-70대는 투표 날 집에서 쉬라고?>에서 정 의장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조선은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도 할 말, 못할 말을 가리지 못하는가 싶어 우선 어이가 없다" "차라리 만우절 농담을 미리 했던 것으로 여기고 싶을 만큼 여당지도자로서 상식 이하이고 수준 이하의 언급"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정 의장의 발언을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여 왜곡하기까지 했다. 조선은 정 의장의 발언을 두고 "60대 이상은 이제 나라 장래를 걱정할 권리도, 필요도 없다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부모세대에게 아예 투표 불참을 권유하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인이라면 결코 하지 못할 일"로 단정짓기도 했다. 심지어 "정 의장은 그동안 노인들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을 아름답다고 보아왔는지, 아니면 별 이상스러운 노인네도 다 있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는지 묻고 싶다"며 악의적인 추측까지 덧붙였다.


동아일보도 1면에 관련 기사를 실어 키웠다. 동아는 1면 <"60, 70대 투표 안해도 돼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에서 이를 보도한 데 이어 4면 박스기사 <야"현대사 산증인들 모독" 정"젊은층 투표독려 실언">에서는 네티즌들과 정치권의 반응을 기사화했다. 특히 이 기사에서 동아는 "정 의장의 발언은 총선 현장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켰다"며 "본보 선거취재반이 경기 수원시와 오산시에서 만난 30, 40대 시민 29명 중 28명은 '정 의장이 정말 그렇게 말했느냐'면서 '열린우리당 지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사설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된다니>에서 동아는 "참으로 경솔한 발언"이라며 정 의장의 발언을 '세대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몰고갔다. 또 동아는 오늘날의 역사가 "60, 70대가 땀과 눈물로 일궈 낸 성취"라며 '역사의식이 빈곤'하다고 정 의장을 비난했다. 심지어 동아는 정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행여 지지율 급등에 따른 오만에서 나온 것이라면 민심의 생리를 너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보도태도는 지나치다.
우리는 정 의장의 발언이 1면에 실리거나 커다란 비중으로 실릴 기사 밸류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묻고 싶다. 왜 동아와 조선은 정 의장의 발언을 크게 부각했으며, 사설까지 실어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켰는가.


또한 이들 신문은 정 의장의 발언을 거두절미해 '60-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식으로 몰고가 오히려 세대 갈등을 조장하기까지 했다. 특히 조선일보가 정 의장의 발언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서 부모세대에게 아예 투표 불참을 권유하는 것"으로 왜곡한 것은 지나치다 못해 악의적이다.


우리는 조선·동아가 특정 정당을 위해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당의 '잘못'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한없이 우호적인 태도로 보호하고, '반대하는' 정당에 대해서는 왜곡편파수법까지 동원해 폄하하는 보도태도가 오늘 두 신문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원인이라는 것을 조선·동아는 정녕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2004년 4월 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