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이화여대 김용서 교수 발언 파문'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4.2)
등록 2013.08.0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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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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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김용서 교수가 지난 30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주최 조찬간담회 강연에서 '군사쿠데타' 운운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사회의 갈등구조 진단과 국가안위'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김용서 교수는 현 상황을 '혁명상황'이라고 전제하며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에는 왜 군부 쿠데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 이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교수는 '4·15 총선'에 대해서는 "잘 짜여진 한국적 좌익혁명의 통과의례적 축제행사가 될 수도 있다"고 했으며,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참가자들에게 로맨틱하고 신비적인 감성적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반면, 예리하고 냉철한판단력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계산능력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최면상태를 조성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석자가 '나라의 현실을 보고 있어야 하나'라고 묻자 "군이 나가는 방법도 있죠"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김용서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에 보도되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다른 언론에는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
한겨레신문은 31일 <교수가 '군부쿠데타' 거론 파문>에서 김용서 교수의 발언을 보도했으며, 4월1일 <극우단체 '군쿠데타' 잇단 거론>에서는 일부 극우단체들도 공공연하게 '군쿠데타'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기사에 따르면 탄핵지지 집회를 주도하는 보수단체 주축의 '국민행동 본부'도 최근 성명에도 '군 쿠데타'를 암시하는 내용을 넣었으며, 월간조선 조갑제 대표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친북 비호 독재정권 타도는 합헌'이란 글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고 한다. 이날 사설 <'쿠데타 선동', 지금이 어느 때인데>에서 한겨레는 "명색이 지식인이라는 교수가 한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국민의 주권행사를 부정하고 모독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 교수가 강연을 한 자리가 예비역 장교들이 대거 참석한 모임이라는 점을 들며 "예비역 장교들이 주축인 모임에서 헌정 유린을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이 고공연하게 계속되는 현실을 개탄했다.
경향신문도 31일 <"군부쿠데타외 방법없다"대학교수 황당한 강연>에서 김용서 교수의 강연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언론은 김용서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다만 조선닷컴과 조인스닷컴은 각각 <이대 교수 "군부쿠데타 외 방법 없다"강연 논란>, <"군부쿠데타 외 방법 없다" 황당한 강연>이라는 제목으로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또 4월 1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31면 하단에는 한반도 전쟁방지 국민협의회와 대한민국 특전동지회 명의로 <정부는 현시국이 비상사태라는 위기의식은 없는가?>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이 광고 역시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현 시국을 "국가적 위기상황"으로 명명하며 정부에 "법질서와 방송의 공정성이 확립될 때까지 특단의 대책을 내려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는 김용서 교수의 발언과 관련해 이화여대에서 벌어진 '침묵시위' 현장을 발빠르게 취재해 보도했으며, 프레시안은 김용서 교수의 발언과 관련해 각계의 비판여론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이른바 우리사회의 지식인이요 교육자라는 교수의 입에서 '쿠데타' 운운하는 발언이 서슴없이 나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김 교수는 강연 내내 양식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늘어놨다고 한다. 촛불시위를 두고 '전문적 혁명지도부 배후론'을 거론했으며, 미군정이 우리나라 정부 수립 당시 일본인과 친일파들을 활용하려 했던 것에 대해서도 '효율성'을 들며 "자본주의적 코스트-베니핏(비용 대 효과)"라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평소 자신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발언 하나, 행동 하나까지 문제를 삼아 '융단폭격'에 가까운 공세를 퍼부어왔다. 그랬던 조선일보가 '군사쿠데타' 운운하며 나라의 안위를 흔든 김용서 교수 등의 발언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2004년 4월 2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