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의 탄핵관련 방송에 대한 권고건의 결정' 관련 민언련 논평(2004.4.1)
다소 성급한 권고 결정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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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방송위원회 산하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이하 보도1심의위)가 지상파 방송3사의 이른바 '탄핵방송'에 대해 "앞으로의 보도를 신중하게 해 줄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방송위원회에 건의했다. 본회는 방송위 심의위원회의 '권고건의 결정'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보도1심의위는 애초 지난 17일 '제재여부'를 논의키로 했다가 스스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심층논의를 위해 심의를 연기한 바 있다. 이후 심의위는 24일에 이르러 "탄핵 관련 방송이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며,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등 그 민감성을 감안"해 관련학회 등에 분석을 의뢰키로 하는 등 나름대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돌연 지난 31일 "외부 분석의뢰와는 별도로 일차적으로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권고 건의'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비록 보도1심의위의 결정이 "(탄핵)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할 때는 더욱 신중을 기하고, 시청자와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방송의 모든 측면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및 균형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적시하는 정도지만 굳이 이런 결정을 내리고 발표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다. 그 동안의 신중함을 고려해 볼 때 혹시 외부의 압력을 의식한 '정치적 판단'이 아니었는지 걱정도 된다. 특히 내부논의 과정에서 권고결정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이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시간여 동안의 토론 결과 다수결 처리한 것은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우려하는 것은 일부언론의 '아전인수식' 받아쓰기 보도태도이다.
오늘(4월 1일) 아침 동아일보는 2면 머리기사로 <"TV 탄핵방송 신중히 해야">를 실어 "방송3사 탄핵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보다 신중하고 공정하게 방송하라는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며 아직 '건의' 수준에 머무는 결정사항에 대해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단정지었다. 또 방송위의 결정이 "탄핵 관련 방송의 일부 프로그램들이 공정성 결여 등 문제가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며 자기 입맛에 맞춰 왜곡까지 자행했다. 동아일보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보도1심의위가 단지 '집중심의'했다고 밝힌 4개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보도하는 등 있지도 않은 사실을 허구로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조선일보는 다소 달랐다. 방송위의 '권고결정'이 "실제 방송 제작에 미치는 영향력은 별로 없는 결정"이라고 해설했고 보도1심의위가 내린 결정을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탄핵관련 보도 신중하게 하라">는 박스기사에서 "방송사에 권고조치를 내렸다"고 단정짓고, 김우룡 한국외대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방송위원회의 직무는 개별 프로그램을 심의해서 그 평가 결과에 따라서 법정 제재를 취하는 것"이라고 보도해, 사실상 방송위원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우리는 바로 이러한 방송사와 방송위원회에 대한 일부신문의 '강한' 압박이 혹시 '권고건의 결정'을 내리게 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한편 우리는 거대야당들이 '탄핵가결' 이후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비이성적으로 방송에 돌리는 상황에서 방송위가 느꼈을 정치적 압박의 정도를 충분히 가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감한 상황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가가 해당기관의 권위를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척도가 되므로 방송위가 보다 의연하게 대처해 주길 기대했다. 방송위원회가 거대야당의 방송압박에 굴하지 않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는데 앞장서면서 방송위의 권위를 스스로 찾아가길 소망했다. 이번 결정은 방송위에 대한 국민의 '소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방송위원회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이후 '대응'을 주시할 것이다. 방송위원회가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 줄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4년 4월 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