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공천'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총선미디어연대 일일논평(2004.3.31)
왜 갈등을 주로 부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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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각당 비례대표 공천 관련보도가 '갈등'만 부각하고 꼼꼼한 '분석'은 제대로 하지 않아 비판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9일과 30일 각각 비례대표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은 외부 인사들로 '공천심사위원회'를 꾸리는 등 '공천개혁'을 하겠다고 호언해왔다. 언론은 마땅히 두 당의 비례대표공천이 절차와 선정결과에 있어 얼마나 '개혁적'이었는지 꼼꼼하게 따져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신문보도는 공천자 명단을 소개하고 공천으로 인한 당내 갈등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한편 조선일보의 경우는 고질적인 '한나라당 편향'을 드러내 문제로 지적되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공천 갈등을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은 축소보도해 해도 너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조선일보는 또 이계경 '여성신문' 전 대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채 '묻지마 파병론자'인 송영선 국방연구원, 비속한 입담으로 비난받고 있는 전여옥씨, 방송인 박찬숙씨 등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계 대표성'을 가졌다고 평가해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갈등만 보이고, 분석은 안보인다.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은 공천 갈등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한나라당은 공동선대위원장이자 공천심사위원장인 박세일 교수가 비례대표 2번을 공천받고, 공천심사위원인 숙명여대 이영란 교수가 비례대표 7번을 공천받았다가 안팎의 반발에 부딪혀 탈락하는 등 공천의 '공정성시비'에 휘말렸다. 또 교수를 중심으로 한 외부 인사들이 대거 당선권 내에 배치돼 이상득 사무총장이 사퇴하는 등 당내 반발도 거셌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이와 같은 한나라당의 공천 잡음을 다뤘지만, 얼마나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공천이 이뤄졌는지, 공천의 내용은 얼마나 개혁적인지, '비례대표'의 원래 취지는 살렸는지 등 공천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하지는 못했다.
동아일보는 30일 <당료 배제에 잡음>에서 이영란 교수를 비례대표로 선정해 '적절성 논란'이 있었으며, 공천 심사를 둘러싸고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1일 <상위 10번內 교수가 4명>에서는 '이영란 교수 공천' 문제로 논란이 계속됐으며, 당직자들이 공천에서 배려되지 않았다는 당 사무처직원들의 반발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30일 <한나라 비례대표 40여명 일단 내정 밖에서 발탁…안에서 반발>에서 교수 중심의 공천으로 인해 당내 반발이 있다고 보도했다. 31일 <한나라 비례대표 당선권에 당내 4명>에서는 애초 박 대표가 공천 원칙의 하나로 약속했던 호남출신 배려가 무산되었고, 당내 인사의 비례대표 진출도 4명에 그쳐 이에 대한 불만으로 이상득 사무총장이 그만뒀다고 보도했다.
30일 경향신문과 한겨레도 각각 <한나라도 비례대표 56명 '난산'>과 <'공천위원이 비례대표로' 논란>을 통해 당외 인사가 공천 앞자리를 차지하고 비례대표의 유력 후보군에 공천심사위원들이 포함됨으로써 공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한겨레는 31일 기사 <44명 확정…교수출신 안정권 대거 포진>을 통해 당내갈등을 나열하는 수준의 보도에서 벗어나 직능대표성을 기준으로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를 평가해 차별성을 보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비례대표자의 명단을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한편 공천 갈등 문제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쳐 한나라당에 불리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은 30일 <한나라 비례대표 1번 김애실교수>에서 김애실 교수가 비례대표 1번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당선권내 주요 공천 대상자들의 명단을 나열했으며, 공천갈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어 31일 <교수출신 전진배치…당료들 반발>에서도 공천 갈등에 대해 "이성희 제2사무부총장이 당선 안정권 밖에 배정된 데 반발해 받아들이지 않고 사무처직원들도 당무를 거부하는 등 진통이 잇따랐다"고 간단하게 언급하는데 그쳤다.
신문들은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해서도 당내 갈등 중심으로 보도했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에서 탈당한 조성준 후보가 비례대표 20번에 공천되고, 고은광순씨가 공천에서 탈락하는 등의 문제로 갈등이 불거졌으며 신문 보도도 이를 주로 다뤘다. 특히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이를 열린우리당 내 '계파갈등'으로까지 몰고갔다.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을 보도하는 데에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조선일보는 30일 <당내 반발로 후보 막판 교체>에서 열린우리당이 당내 반발로 막판에 후보를 교체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 "외부인사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해 직능대표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만 '직능대표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은 이를 '계파간 갈등'으로 보도했다.
동아는 30일 <계파간 힘겨루기>에서 조성준 의원이 비례대표에 '내정'되었다가 취소된 것을 두고 "이 과정에서 당내 개혁당 출신 인사 및 당직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계파간 갈등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경향신문은 30일 <우리당 공천 몸살>에서 "지역구 공천 잡음과 달리 비례대표 공천 진통은 그동안 잠복한 당내 계파간의 이해관계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어서 후유증이 적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30일 <'박풍' 견제 영남인사 전진배치>에서 열린우리당의 변화된 공천방식을 중심으로 보도해 차별성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열린우리당이 "당내외 인사 146명이 투표해 (비례대표)순위를 정했다"며 이를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신문도 30일 <'개혁당 인물' 대거 상위권 포진>에서 우리당의 공천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한겨레도 "이날 표결에선 옛 개혁당의 힘이 다시 한번 과시됐다", "표결 결과, 안정권의 상위 순번에 옛 개혁당 출신이거나 개혁당 성향에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진했다"고 계파 중심으로 공천명단을 해석했다.
여성이면 무조건 여성대표성 갖는다?
신문들의 '갈등식 보도'와는 달리 각당의 비례대표 공천은 '밀실'을 탈출했다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평가할 만한 것이었다. '공천헌금'을 통해 비례대표를 뒷거래하던 관행이 사라졌다는 점 또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최종 순위결정 과정에서 당내외 인사가 투표형식으로 참여해 가히 '비례대표공천혁명'을 이루었다고 평가할만하다. 공천결과에 있어서도 과거 당대표가 비례대표 1, 2순위를 다투던 관례를 과감히 깨고 나름대로 참신한 외부인사 중심으로 비례대표를 공천했다는 점, 소수자배려의 차원에서 장애인이 양당 비례대표로 공천받은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할 부분이다.
31일 한겨레신문은 <'직능별 대표 발탁' 본뜻 뒷전>에서 비례대표 공천자들을 분석해 "주요정당의 17대 총선 비례대표후보 공천이 '전문성 있는 직능대표 발탁'이라는 비례대표 제도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직능대표와 계층별 대표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하면서도 <밀실서 광장으로 일단 전진>에서는 비례대표 공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측면을 평가했다. 한겨레는 "열린우리당의 경우, 당 안팎의 인사 200명으로 구성된 순위확정위원회에서 비례대표 후보의 순번을 정하는 과정까지 거쳤다"며 그간 밀실에서 진행되어 온 공천논의를 광장으로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공천심사위 결정이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의중에 따라 이리저리 뒤흔들린 것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를 보도하며 방송인 박찬숙씨(3번), 송영선 국방연구원(5번), 전여옥 대변인(7번)등이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데 대해 "여성계 인사"가 "당선권 안에 배치됐다"고 해석해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여성계 비례대표'는 단지 공천자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통상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자 중에서 '여성계 인사'로 분류되는 사람은 '여성신문' 명예회장 출신인 이계경 씨(9번)와 여성단체연합회장 출신인 이정은 씨(37번)이다. 조선일보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앞 번호에 배정된 세 사람을 '여성계 인사'로 분류하는 것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의 '여성 대표성'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같은 날 한나라당이 "묻지마 파병론자인 송영선 국방연구원을 공천했다"고 전하면서 "한나라당이 아직도 정신못차렸다"고 지적해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4년 3월 31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