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송두율 교수 판결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4.3.31)
송두율 교수에 대한 중형선고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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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는 지난 3월 30일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된 송두율 교수에게 징역 7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황장엽 씨의 법정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송 교수를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인정하고 '내재적 접근법'에 기초한 저술 활동을 통해 주체사상을 유포한 것,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 등을 이유로 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황장엽 씨의 진술만으로 송 교수를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이미 학계에서 공인된 '내재적 접근법'을 친북·이적활동으로 규정하는 것 또한 무리라는게 우리의 생각이다. 그는 '경계인'의 입장에서 남북 모두를 끌어안고 서로를 이해시키고자 노력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게다가 송 교수는 이미 조선노동당을 탈당했고, 대한민국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으며 기자회견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수 차례 사과를 했다. 송 교수에게 더 이상 어떤 반성을 하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국가보안법의 존재가 무색해질 정도로 남북관계는 크게 변화했다. 17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 중 90.6%가 국가보안법 개정 또는 폐지에 찬성하고 있고, 남북의 정상이 정상회담을 했으며, 민간교류·남북경협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사실상 국가보안법의 효력도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우리는 재판부가 송 교수에게 냉전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중형을 선고한 것은 '시대착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는 이번 재판결과에 대한 일부언론의 메카시즘적 보도태도에 주목한다. 31일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송 교수를 '대남공작원', '거짓말하는 교묘한 학자'로 규정했고 '좌파인사들이 송 교수 사건을 이념 정당화 도구로 활용했다'는 어거지 논리를 폈다. 그의 석방을 외치는 양심세력에 대해 "친북세력임을 드러내라"는 식으로 몰아 부치기까지 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그를 정치에 이용하려던 세력이 있었다면 그들도 겸허히 반성"하라며 석방을 요구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을 겨냥했다.
우리는 이번 재판부의 판결이 메카시즘의 망령을 불러내서라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세력과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수구언론들에게 '마녀사냥식 여론 재판'의 빌미를 제공해주었다는 측면에서도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2심 재판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송 교수 사건' 정도를 끌어안지 못한다면, 헌법 제1조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이라는 문구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2심 재판부가 '사상의 자유'와 '인권'을 기초로 법적 정의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끝>
2004년 3월 3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