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KBS 30일 보도’에 대한 2004총선미디어연대 논평(2004.3.31)
등록 2013.08.0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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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적합도'가 '인지도' 조사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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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30일 9시 뉴스를 통해 인천경기지역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KBS는 또 다시 '인물적합도' 조사 결과를 밝혔다.
본 연대는 어제(30일) 논평을 통해 근거조차 애매한 '인물적합도' 조사가 여론을 호도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수구 신문들에게 아전인수격으로 악용되어 '인물중심론'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KBS가 '인물적합도' 조사와 그 결과를 계속 보도하는 데 대해 유감스럽다.
30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단순 지지도에서는 열린우리당이 61개 선거구 가운데 54곳에서 우위를, 나머지 7곳에서는 경합을 벌였으나, '인물적합도'에서는 29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오차범위 안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인물적합도'가 높은 인물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사실상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임을 알 수 있다. '현역의원'과 '방송인 출신' 후보들이 '인물적합도'가 높게 나왔다. 반대로 유권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정치신인이나 비현역의원들은 대체로 지지도보다 낮은 '인물적합도'를 보였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는 지지율에서 열린우리당의 김만수 후보에게 5%가량 뒤지지만 인물적합도에서는 53.9%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남경필 후보 역시 지지도는 30.1%로 2위였지만 '인물적합도'에서는 35.6%로 1위였다.


반면 안양 만안 선거구와 동안 갑 선거구의 한나라당 정용대 후보와 정진섭 후보는 각각 10.6%(지지도 16.0%)와 14.3%(지지도 20.1%)를 얻어 인지도가 낮은 후보가 '인물적합도'도 낮다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또 성남 중원 선거구의 경우, 정치신인인 한나라당 신상진 후보의 '인물적합도'는 4.6%에 불과해 지지도 10.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도의회의원 출신의 열린우리당 이상락 후보 역시 14.1%의 '인물적합도'로 지지도의 3분의 1에 그쳤다. 이 지역구의 '인물적합도' 무응답층은 70%에 달했다.


반면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평가받을 기회가 단 한번도 없었지만 유명한 방송 진행자였던 한나라당의 한선교 후보는 인물적합도에서 23.5%를 얻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어제 보도된 조사 결과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24일 충청강원지역 여론조사 결과에서 경선 불복, 비리연루 등으로 비난받고 있는 자민련 이인제 후보가 지지율에서는 뒤지면서 '인물적합도'에서는 앞섰고, 방송인 출신인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 역시 지지율에서 뒤졌지만 '인물적합도'에서는 앞서는 등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이 '인물적합도'에서 앞서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게다가 KBS의 '인물적합도' 조사는 무응답층이 높게는 70%까지 나타나고 있어 신뢰도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결국 '인물적합도' 조사는 실제 후보자의 '인물됨됨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정확한 평가를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현역 의원이나 유명인 등 인지도 높은 인물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능력이나 여야에 관계없이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과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당 후보에게 대단히 불리하게 작동할 우려가 크다.


뿐만 아니라 '인물적합도' 조사를 근거로 일부 언론들이 '인물로 뽑자'고 주장하거나 '열린우리당 당 누구는 지지도에서 앞서고, 한나라당 당 누구는 인물적합도에서 앞서 경합이 예상된다'는 식으로 큰 정당의 유력정치인들 간의 양자구도로 몰아가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KBS는 '유권자 의제'를 설정해 각당의 정책을 비교하고, 유권자의 투표참여 의욕을 높이는 정보를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KBS가 그 목적과 취지를 납득하기 어려운 '인물적합도' 조사를 공표해 수구신문들에게 '인물론'을 부각하면서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빌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는 KBS가 이번 '인물적합도' 조사의 경위와 책임자를 밝히고, 향후에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점검을 해주기 촉구한다.
4월 2일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면 더 이상의 여론조사의 공표가 불가능하다. 이제부터 KBS는 정책 중심의 보도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돕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다.(끝)


 

2004년 3월 31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