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검찰의 촛불문화제 관련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26)
체포영장 청구, 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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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검찰청 공안부(홍경식 부장)가 촛불문화제와 관련 최열 범국민행동 공동대표, 김명렬 국민의힘 공동대표, 박석운 범국민행동 집행위원장, 장형철 국민의힘 사무국장 등에 대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정부가 그 동안 계속된 탄핵 관련 야간 '촛불시위'가 불법임을 누차 밝히면서 자제를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야간 미신고 촛불집회가 계속 됐다"며 "탄핵 관련 불법 집회 주최자 4명은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신청, 검찰이 청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는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인 행태다.
도대체 검찰은 아직도 국민들의 여론이 어떤지 모른단 말인가. 12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국민들의 분노는 그야 말로 하늘을 찌르는 수준이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들의 분노를 평화적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범국민행동은 집시법을 최대한 존중해 평화적인 문화행사가 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혔고, 실제 12일 이후 지금까지 수십만이 참여한 집회에서 단 한건의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어디 그뿐인가. 인터넷을 통해 또는 행사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수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질서정연하고 평화적인 '광장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도대체 검찰 관계자들은 촛불문화제의 현장에 한번이라도 나와 국민들의 여론을 확인해본 적이 있는가.
게다가 검찰이 어떤 기준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는지 그 기준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촛불문화제가 그토록 심각한 불법행위라면 범국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단체의 관계자들은 물론, 지금까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백만명이 넘는 국민들을 모두 처벌하는 것이 '법의 정의'가 아닌가?
더욱이 '국민의 힘'은 범국민행동에 소속된 적도 없는 단체이다. 이 단체 회원들이나 간부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석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간부들을 '주최자'로 몰아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설명가능한 일인가. 검찰은 무엇을 기준으로 처벌 대상을 골라내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박석운 위원장은 "소환장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검찰이 법적인 절차나 제대로 지켰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우리는 검찰의 납득하기 어려운 체포영장 청구가 거대 야당과 일부 수구신문들의 비뚤어진 시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이 진정으로 반영해야 할 것은 여전히 남의 탓에 여념이 없는 거대 야당의 입장이나 이들을 편들면서 촛불문화제의 '불법성'을 강조하기에 급급한 수구언론의 편파보도가 아니다. 검찰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부당한 체포영장 청구를 즉각 철회하라.
2004년 3월 26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