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동아일보의 '1인2표제와 인물론'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23)
왜 불쑥 '인물론'을 들고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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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가 '1인2표제'(정당명부제)를 근거로 '인물 중심 투표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동아일보는 23일 5면 박스기사 <총선 '1인2표제' 야 돌파구 될까>에서 탄핵정국으로 지지율이 급감하고 있는 야권이 '1인2표제'로 "회생의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겉으로는 '1인2표제'의 취지를 설명하는 듯하나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국회의원은 인물로 뽑고, 탄핵심판은 정당투표로 하라'는 야권을 위한 선거운동 보도인 듯한 느낌을 준다.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한나라당의 핵심 당직자의 말을 인용해 "인지도가 10%밖에 안 되는 열린 우리당 신인 후보의 지지도가 40∼50%에 달해 야당의 실력 있는 현역 의원들을 압도하는 최근 현상은 국민이 1인2표제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지지율 급등을 엉뚱하게 '국민의 이해부족'으로 돌렸다. 이어 동아는 이 당직자의 말을 빌어 1인2표제가 "후보자 개인과 정당에 대한 지지가 다른 유권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1인2표제'의 근본 취지와 차이가 있다. 애초 '1인2표식 정당명부제'는 지역정당 출신의 1위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의 지지표가 모두 사표가 되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소선거구제는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는 정당보다 특정 지역구조에 기반하고 있는 정당이 다수의석을 점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국회 구조'를 만드는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2001년 헌법재판소는 1인1표식 전국구제도를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를 단순히 유권자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처럼 왜곡했다.
또 동아일보는 "'1인2표제'에선 탄핵에 반대하지만 야당 후보를 지지하거나, 탄핵에 찬성하지만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복잡한 표심을 모두 투표에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탄핵심판은 정당투표를 통해서만 하라'는 주문을 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어 동아일보는 KBS-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를 예로 들며 '야당이 인물 적합도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들을 압도했지만, 탄핵정국과 맞물린 정당 지지도로 인해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당 후보들에 밀린다'며 '인물론'을 내세웠다.
그러나 탄핵가결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은 '정당'뿐만 아니라 이에 적극 가담한 의원 개개인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동아일보가 '탄핵심판을 정당심판으로 하라'고 몰고 가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물론'으로 한나라당을 구제하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한편 동아일보가 인용한 KBS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인물적합도' 조사에서 무응답 층이 무려 40%가 넘어 당시 조사결과를 두고 '인물론'을 내세우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아가 '인물적합도'가 높다고 예를 든 박성범, 추미애, 이재오, 원희룡의 경우 모두 전·현직 의원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인물인 반면, 상대로 출마한 열린우리당 후보들은 정치신인이라는 점에서 이 조사는 '인물적합도'라기보다는 '인지도 조사'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민심을 저버리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악수'를 둔 야당의 지지도가 연일 땅에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아직도 민심이 돌아선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엉뚱하게 방송 탓만 하고 있다. 특히 야당과 코드를 맞추고 있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수구언론은 연일 왜곡된 기사를 통해 국민들의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아일보가 '정당명부제'의 본 뜻까지 호도하며 야당의 지지율 높이기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동아일보의 야당에 대한 노골적인 '편들기 보도'에 아연할 따름이다. 이러고도 방송이 편파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가. 아직도 자신들의 영향력으로 여론을 호도 해보려는 속셈을 버리지 않는 수구언론의 각성을 촉구한다.
2004년 3월 23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