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위원회의 ‘방송3사 탄핵방송’ 심의에 대한 민언련 의견서
■ 방송위원회의 ‘방송3사 탄핵방송’ 심의에 대한 민언련 의견서
방송위원회가 내일(24일)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상파 방송 3사의 탄핵관련 프로그램의 편파성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본회는 방송위원회가 거대야당으로부터 얼마나 큰 압박을 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위원회가 거대야당의 압박에 굴복해 탄핵관련 방송을 놓고 그 편파성 여부를 심의하려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의 의견을 전하고자 한다.
1. 탄핵관련 방송에 대한 편파성 시비는 적절하지 않다.
탄핵가결 이후 반대여론이 70%를 넘어섰으며, 전국 각지에서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해 ‘탄핵무효’, ‘민주수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역은 물론 해외와 온라인에 이르기까지 100만명의 시민이 촛불집회에 참여해 국회의 탄핵결의에 대해 거세게 저항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에서도 ‘탄핵철회’ 논란이 일고 있다.
따라서 이런 국민여론을 반영해 사실보도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며 방송 본연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히려 본회는 15일 논평을 통해 “방송보도가 편파적이기는커녕 중립주의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는 모니터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민이 나서 ‘탄핵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하는 판국에 방송이 ‘중립’에만 매달려 ‘기계적 균형’이나 맞추려는 것은 오히려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다.
본회의 판단으로는 탄핵가결 이후, 방송이 결코 ‘탄핵반대’편에 쏠려있지 않았으며 오히려 현 사태를 ‘친노 VS 반노’로 몰아가 특정세력에게 유리하게끔 보도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본회는 이 부분에 대해 16일 “방송이 ‘중립주의’에 빠져 언론보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사실보도’가 실종되는 우를 범할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방송위원회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서를 방송위원회에 보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2. 한나라당 대표후보 합동토론 방송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오히려 우리는 방송위원회가 한나라당 대표후보 합동토론 방송의 편파편성에 대해 심의해야 한다고 본다.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유독 한나라당 대표후보 합동토론을 편성한 것도 문제지만 합동토론 내용은 더 문제였다. 한나라당 대표후보 합동토론회는 한나라당을 선전하는 선전회였으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방해 상대적 반사 이익을 얻으려는 발언으로 채워졌다.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기자의 질문에 답한 내용을 가지고 대통령을 탄핵까지 한 정당이 대표후보 합동토론을 빙자해 이렇게 마구잡이로 선거 운동을 해도 되는 것인가. 게다가 MBC가 중계한 합동토론방송의 경우 한나라당 당원이자, 이번 17대 총선에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한선교씨가 사회를 맡은 것도 문제다. “탄핵안 가결이 올바른 법치주의를 세웠다는 의미를 갖는다”는 한선교씨의 발언은 편파적이지 않은가.
사회자가 최소한의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토론에 나온 후보 대부분도 거리낌없이 문제발언을 했다. 우리는 한나라당 대표후보 합동토론에 대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
3. 탄핵관련 특집방송 편성 문제없다.
본회는 야당과 수구신문이 ‘탄핵가결’ 관련 방송 시간이 ‘너무 많았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 조선과 동아가 스스로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대통령 탄핵’은 국가변란에 준하는 사태다. 당연히 특집방송을 해서라도 사태의 본질과 향후 전망을 국민들에게 알릴 책임이 방송에게 있다. 더구나 공영방송이라면 그 책임이 더욱 크다. 신문도 13일자에 일제히 ‘탄핵’관련 소식을 1면에 전하고 지면의 50% 내지 70%를 ‘탄핵’관련 내용으로 채우지 않았는가.
게다가 방송들은 3월 12~13일을 지나면서 관련 보도와 방송시간을 1/10 정도로 줄였다. 오히려 우리는 13일 이후 탄핵관련 방송의 시간을 크게 줄인 것이 방송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4. 방송위원회는 거대야당의 방송독립성 침해 행태에 대응하라.
탄핵 이후, 지지율이 급락하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엉뚱하게도 이를 ‘방송탓’으로 돌렸다. 또 며칠간에 걸쳐 KBS와 MBC, 두 공영방송사를 항의방문해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KBS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이라도 우리가 (한나라당에) 협조하면 (수신료 분리징수안을) 내일이라도 통과시킬 수 있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한나라당은 “고건 총리에 대한 특집방송을 하면 국민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좋지 않으냐”, “촛불 시위 이렇게 비추면 10만으로 보이고 조금 비추면 만 명으로 보이고, 기술적인 문제 아니냐”는 발언을 통해 편성권을 침해했다.
한나라당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3월 23일) 열리는 한나라당 대표 경선과 관련한 TV 중계를 해줄 것을 강요하면서 또 다시 방송사들을 압박해, 결국 KBS는 21일 <100인 토론>에서 한나라당 대표 경선 주자를 초청하는 방식의 ‘합동토론회’를 개최했고, MBC와 SBS도 22일 한나라당 합동토론회를 생중계하는 방식으로 방송했다.
심지어 군부독재 시절에도 이러한 방송 압박은 저질러지지 않았다. 방송독립은 행정부로부터의 독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의회권력으로부터의 방송독립성 확보가 우리시대에 더 큰 과제다. 다수를 앞세운 야당의 방송압박에 대해 왜 방송위원회는 저항하지 않는가. 본회는 방송위원회가 탄핵관련 방송을 심층논의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방송을 압박하는 거대야당에 먼저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한편 조선일보 등 수구신문은 <방송위원회는 TV도 보지 않는가>라는 등의 사설을 통해 방송위원회를 압박하고 있다. 방송위원회는 거대야당과 수구신문의 압박에 굴복하려는가, 아니면 대다수 국민의 뜻에 따라 방송독립을 위해 제 역할을 할 것인가. 방송위원회의 용기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