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중앙, 조선, 동아일보의 ‘가격인하’ 경쟁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9)
지면으로 승부하는 신문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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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동아일보의 '가격 덤핑 경쟁'을 보다 못한 5개 신문사들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경향, 국민, 문화, 세계일보와 한겨레신문은 8일 <최근 신문구독료 할인 경쟁에 대한 우리의 견해>를 통해 중앙과 조선, 동아로 이어지고 있는 부당한 신문가격 할인 경쟁과 이를 촉발한 신문협회 홍석현 회장의 '직무유기'를 비판하고 나섰다.
5개 신문사의 공동 대응은 '갈 데까지 간' 신문시장의 왜곡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자신문'들의 공격적 '판매전략'에 나머지 신문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낄정도로 신문시장의 룰이 파괴되고 있다는 얘기다.
'덤핑경쟁'이 초래할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품을 주지 않겠다'며 시작한 '가격 인하'에 대해 다른 신문들이 '맞대응' 성격의 경품 공세에 나섬으로써 신문시장이 더욱 혼탁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게다가 자동이체자에 대해 '가격 인하'를 해주는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무가지와 경품을 이용한 판촉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 등이 신문 가격을 내리면서 '서민들의 어려운 살림살이를 돕는 일'이라도 되는 양 호도하고 있지만, 그 부작용을 고려하면 눈 앞의 작은 이익을 미끼로 독자를 현혹해 신문 시장을 망치는 '대중영합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신문 가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낮다. 우리 신문사들의 신문판매 수입 대 광고수입 비율은 3:7 정도로 운영에 있어 절대적으로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광고주 즉 자본으로부터 신문 지면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신문이 자본으로부터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문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언론계 안팎에서 설득력 있게 제기되어 왔다. 중앙, 조선, 동아의 '가격 인하'는 이같은 신문사 경영구조 개선에 역행하는 일일뿐 아니라 광고수입을 늘이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문광고시장의 파행, 신문지국들의 생존권 문제, '가격 인하'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음성적인 자금조성 가능성' 등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신문시장의 파행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물론 불공정 판매행위를 주도해 온 조선, 중앙, 동아 등 거대신문사들에게 있다. 그러나 신문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해 직무유기를 한 공정거래위원회, '자율규제'를 외치며 신문고시 개정에 딴지를 걸었던 신문협회에도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공정거래위원회나 신문협회 어느 쪽도 중앙, 조선, 동아가 주도하는 덤핑 경쟁에 대해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금이라도 조선, 중앙, 동아의 가격 인하 경쟁에 대한 적법한 대책 마련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중앙, 조선, 동아일보가 스스로 '가격 경쟁'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판매부수 1위'를 놓고 경쟁하는 신문이 아니라 기사의 내용과 질로 경쟁하는 신문을 보고싶다.
2004년 3월 9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