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발의’관련 신문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6)
등록 2013.08.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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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탄핵발의’, 용기있게 비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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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순형 대표 ‘탄핵발의’ 발언과 한나라당 일부의 동조로 인해 정치권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청와대가 선관위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문제삼아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두 야당의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비판적이다. 보수적 단체로 알려진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에 소속된 법조인조차 “대통령이 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그것이 탄핵에 해당할 정도의 중대한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두 야당이 대통령에게 최후통첩 비슷한 엄포를 놓으며 ‘탄핵’을 추진하려는 것은 총선정국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안간힘’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의 신문은 두 야당의 탄핵추진을 비판하며, 현 정국의 극한 대치를 풀기 위해 대통령이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만은 ‘탄핵소추’의 당위를 언급하며 야당편을 들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을 두고 ‘헌정의 위기’ 운운하며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 조선은 6일 사설 <국민이 탄핵론에 망설이는 진짜이유>에서 청와대가 선관위의 결정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 “중앙선관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나선 것”이며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뒤흔들 만한 중대 사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대통령이 앞으로도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면, 우리 법체계상 이를 제어할 유일한 장치는 국회의 탄핵소추밖에 없는 것”이라며 두 야당의 ‘탄핵’주장이 당연한 것처럼 몰고갔다. 조선일보는 ‘~라면’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해 대통령이 마치 앞으로 ‘법을 준수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한 것처럼 사태를 호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선관위의 ‘경고’조처에 대해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하나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국민들이 탄핵을 망설이는 이유가 두 야당의 터무니없는 ‘탄핵’주장 때문이 아니라 “나라가 나라꼴이 아닌데 이 마당에 탄핵까지 들먹거리게 되면 지붕이 아예 송두리째 내려앉아 버릴까를 두려워해서”라고 몰아가며 “당장 태도부터 공순(恭順)해질 일”이라며 ‘대통령 길들이기’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반면 동아일보를 비롯한 다른 신문들은 조선일보와 달리 야당의 탄핵주장이 ‘정치공세’이며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6일 사설 <대통령 사과로 탄핵 논란 끝내라>에서 “대통령은 즉각 사과하고 야당은 탄핵을 거둬들여야 한다”며 “시시비비는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에 맡길 일”이라고 주장했다. 동아는 두 야당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법(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 과연 탄핵 발의, 다시 말해 자진사퇴의 첫 단추가 될 만큼 중하고 무거운 것인가”라며 “행여 총선을 의식하고 꺼낸 카드라면 국민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아는 “노 대통령도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며 “중앙선관위가 위법 판정을 내렸다면 이를 존중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5일 사설 <막다른 길로 들어설 셈인가>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에서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려는 사상 초유의 움직임이 보이는데 과연 대통령이 탄핵당할 정도의 실정이 있었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아울러 중앙은 “盧대통령과 청와대는 항변에 앞서 선관위 결정을 수용하고 정중한 사과와 재발 방지 다짐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선거법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그 다음에 개정을 추진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은 여권에 대해서도 ‘야당을 자극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경향신문은 6일 사설 <노대통령의 선택을 주목한다>에서 “야당이 자신들의 비리와 내분을 호도하기 위해 대통령 탄핵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이 짙다”고 야당을 비판하면서도 “국민들의 정국안정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노 대통령에게 “선거법 위반을 사과하고 선거 중립을 선언, 막힌 정국을 푸는 길”을 선택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겨레신문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탄핵’ 주장을 가장 강도 높게 비판했다. 6일 사설 <무슨 자격으로 나라를 흔드나>에서 한겨레는 “무엇보다 탄핵의 명분과 요건이 충분하거나 절실하지 않은데도 3분의2를 훨씬 넘는 다수의 오만으로 탄핵몰이를 하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라며 “이는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통령의 국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일로 큰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겨레는 "지금 국회는 불법과 특권, 무능으로 점철돼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며 “대통령 탄핵에 나서기 전에 총선에서 심판을 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도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두 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안’은 터무니 없다.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과의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앞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대답한 것이 정녕 탄핵을 추진할 사안이 되는가.
우리는 오히려 두 야당이 탄핵을 주장하게된 과정에 주목한다. 지난 12월31일 월간조선 조갑제 편집장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노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순형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하자’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있은 후에 조 대표의 입에서 ‘탄핵’이라는 발언이 자주 나왔으며, 급기야 선관위 경고 이후 청와대가 부분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자 대통령 탄핵안발의 발언이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두 야당의 ‘탄핵 주장’은 정당성이 없는 정략적 정치공세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상식있는 일반 국민들의 의견이다. 두 야당은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할 자격조차 없다. 두 당은 국회 마지막 회기까지 정치관계법을 비롯한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법안 통과를 무산시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 탄핵안 ‘발의’ 운운하는 협박정치를 중단하라. 우리는 지금이라도 양당이 이성을 되찾아 주기를 기대한다.
조선일보도 편파?왜곡보도로 사태를 호도하지말라. 언론이면 언론으로서의 ‘정도’를 걸어라. 왜 조선일보는 ‘탄핵발의’가 지나치다고 용기있게 지적하지 못하는가. 언론의 진정한 영향력은 공정한 보도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지금처럼 조선일보가 사실을 왜곡하고 편파보도로 특정 정당을 감싸고 돈다면 이번 총선에서 무너지는 것은 부패한 정치권만은 아닐 것이다.

 


2004년 3월 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