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민경찬 펀드’ 관련 검찰 발표에 대한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3.5)
등록 2013.08.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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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정도’는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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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폭로를 받아쓰는 것이 언론의 정도인가.
3일 검찰은 이른바 ‘민경찬씨 650억원 펀드’에 대해 실체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검찰은 앞으로 민씨가 구체적 모금 규모를 밝히게 된 경위와 근거를 규명하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검찰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대부분의 신문은 이를 단순 보도하는데 그쳤다. 경향신문 7면 2단 <‘민펀드’ 실체 없다>, 동아일보 30면 1단 <“민펀드 실체 발견 못해”>, 중앙일보 8면 1단 <“민경찬 펀드 실체 없다”>, 조선 8면 2단 <검찰 “민경찬 펀드 실체없다”>라고 보도했으며, 한겨레신문은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그간 대부분의 언론은 ‘민경찬 650억 펀드조성’을 기정사실화 했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민씨의 650억 모금설에 대해 한나라당 등 야당에서 주장하는 무책임한 폭로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관련기관의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전부터 이 사건을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으로 규정하고 부각시켰다. 그러나 정작 검찰과 경찰에서 이 사건이 민씨의 “자작극일 정황이 높다”고 발표하자 이를 짧게 단순보도하는데 그쳤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시사저널의 보도로 ‘민경찬 판드’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민경찬씨의 ‘650억 모금’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 사건을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으로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민씨 사건을 ‘대통령 친인척비리’ ‘민경찬 게이트’ 등으로 부르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의 연루의혹을 부각시켰다. 조선은 1월 30일 사설에서부터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가 곪아 터지면 ‘음해’라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반발하다가 결국 TV에 나와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하고 당사자는 감옥에 가는 게 이 나라에서 되풀이돼 온 일”이라며 이 사건을 대통령의 친인척비리로 기정사실화 했다. 이어 2월 3일 사설에서도 “노 대통령이 얻어야 할 최대의 교훈은 수많은 정보기관과 비서관을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등잔밑이 어둡듯이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이번 사건을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규정지었다. 동아는 1월 30일 사설 <대통령 사돈에게 돈 몰리는 나라>에서 ‘친인척 관리’ 문제를 거론했으며, 31일에는 <“유령회사에 거액 유입…또하나의 노 주변 비리”>라는 야당의 주장을 제목으로 달았다. 2월 2일 사설에서 동아는 “친인척 비리 단속에 대한 실기 또한 결국 대통령과 국정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쓰기까지 했다.
중앙일보는 민경찬씨 사건을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사건으로 규정했다. 1월 30일 사설에서 “민씨가 대통령의 친인척이 아니었다면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의 ‘친인척 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권력형 비리 사건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2.4 사설),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2.9사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역시 민씨가 단기간에 거액의 자금을 모금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통령의 친인척’이라는 특수성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보도하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두 신문은 민씨 사건을 ‘민경찬 의혹’으로 표현해 이를 ‘친인척비리’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몰고간 다른 신문과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일부 신문은 민씨 사건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가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부풀렸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나서서 이번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나섰다. 조선은 2월 2일자에 금감원과 청와대가 민 씨 사건을 조사하고 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금감원이 1월 30일 민씨를 만나 650억원의 자금 조성 경위를 조사했으나 이 사실을 숨겼으며, 조사 내용 역시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을 제목으로 부각하고 금감원이 사실을 ‘숨기려 한다’고 보도했다. 2월 9일 사설에서 조선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두고 “청와대 민정과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함께한 진상조사란 늘 이런 꼴”이라며 “대통령 친인척과 주변 의혹에 대해 한번도 명쾌하게 결론을 낸 적이 없다”고 경찰과 청와대를 싸잡아 비난했다.
동아도 2월 2일 <청와대-금감원, 민경찬씨 조사내용 함구-대통령 사돈 의식 눈치보나>에서 야당의 주장을 실었고, 3일에도 금감원이 민씨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등 소극적인 조사에 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경찬 펀드’…‘단순사기극 몰아가기’ 논란>(2.7)에서는 “경찰은 6일 민씨에 대한 구속영장 등을 통해 ‘민경찬 펀드’를 ‘실체가 없는 사기극’으로 보는 듯한 시각을 드러내 짦은 수사로 빨리 결론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의혹을 부각시켰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중량급인사가 연루되어있다’는 야당의 주장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2월 3일 조선일보는 1면 <계약서없이 653억 모금>에서 작은 제목을 <민주 “차관급 이상 고위 인사 개입”>으로 달아 민주당의 폭로를 받아썼다. 4일 <민경찬씨-차관급 고위인사-사채업자 삼각 커넥션?…민주당 “3인관계가 사건핵심”>에서 민주당이 ‘구체적 증언이나 물증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민경찬 게이트’ ‘고위인사 연루’ 운운하는 민주당의 주장을 부각했다. 2월 6일에도 “금융권 관계자는 ‘계약서조차 없다면 알음알음해서 모은 이런 돈은 통상 정상적인 자금으로 보기 힘들며, 대가를 바라거나 정치적 배경을 등에 업은 검은돈일 가능성이 짙다’고 말했다”고 의혹을 부풀렸다.
동아는 적극적으로 야당의 폭로성 주장의 하나인 ‘고위공직자 연루설’을 보도했다. 동아는 2월 4일 민주당 조재환 의원의 ‘고위공직자 연계해 100억원대 모금에 간여했다’는 주장을 1면에 실기까지 했다. 또 이날 동아는 ‘민주당 고위 당직자’발언임을 전제로 ‘대선잔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5일 사설과 기사에서는 양인석 사정비서관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이번 사건의 처리와 관련지어 의혹을 제기했다.


중앙일보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이 주장한 고위공직자 연루설을 보도했으나 상대적으로 조선?동아만큼 이를 부각하지는 않았다. 중앙은 2월 3일 <직격탄 될가 오발탄 될까>에서 야당의 주장으로 청문회가 시작되나 여론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유보적으로 보도했다. 4일에는 민주당 조재환 의원의 ‘고위층 관련’ 폭로와 한나라당의 ‘총선자금설’을 2면에 보도했다.
경향은 초기 보도에서는 야당의 폭로를 받아 ‘고위인사 연루 가능성’을 추정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2월 2일 보도에서 민씨가 투자자 정보제공에 비협조적이라며 그 이유가 “투자자들 가운데 공개해서는 안될 ‘중량급’ 인사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때문인 것으로 추측했다. 이어 2월 3일 ‘민주당 관계자’의 입을 빌어 ‘현 정부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 연루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서 민씨의 ‘자작극’‘허풍’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비중있게 보도해 차별성을 보였다. 2월 9일 <민주당 ‘민펀드 창구’ 지목자는 피해자; ‘생사람’ 잡은 폭로전>에서 경향은 “홍준표 의원의 가짜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 폭로에 이어 민주당의 ‘민경찬 펀드’ 폭로 내용도 허위로 드러났다”며 민주당이 핵심인물로 지목한 김모씨의 경우 ‘의료기기를 납품했다가 대금을 받지 못한 채권자’라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민주당의 폭로가 ‘허위’이며 ‘민씨의 거짓말 가능성’ 등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또 사설에서는 경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민씨와 관련된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엄청난 ‘권력형 비리’라도 되는 양 부풀려진데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와 이를 무차별적으로 받아쓰면서 의혹을 부풀린 일부 언론의 책임이 크다.
검찰에서 민씨 사건을 ‘실체없다’고 결론내리기 전에 경찰도 똑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경찰의 조사결과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사건을 축소하려는 것’으로 몰고가며 의혹을 부풀렸다. 야당 측이 주장한 ‘청와대 고위관계자 관련설’을 무조건 받아쓰며 의혹을 배가시킨 것도 이들 언론이다.
우리는 민씨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무책임한 정치적 폭로’를 배껴 보도하며 정파적 이해 관계에 따라 사건을 왜곡한 언론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자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위에 따라 누가 어떤 반사이익을 얻게될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없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두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이유는 단 하나다. 최소한 ‘거짓보도’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언론의 정도를 내팽게치고 정략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무분별한 폭로전을 부풀려 보도하는 행태는 민주적 공론기능을 파괴하는 반민주적 행태에 다름아니다.

 


2004년 3월 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