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방송3사의 이른바 '강도얼짱' 검거보도에 대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논평(2004.2.26)
등록 2013.08.0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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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짱' 활용한 선정주의적 보도태도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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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도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던 20대 여성이 24일 검거됐다. 이 여성은 경찰의 수배전단에 실린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네티즌 사이에서 이른바 '강도얼짱'으로 불렸고, 회원 4만명이 넘는 인터넷 팬까페까지 등장했다. 이런 '얼짱 신드롬' 탓에 이 여성의 검거 소식은 방송3사의 메인 뉴스에서까지 주요하게 다뤄졌다. 하지만 일부 방송보도는 '얼짱 신드롬'을 비판하면서도 이 여성의 외모를 지나치게 '강조해' 오히려 '얼짱 현상'을 부추기는 듯한 느낌을 줬다. 특히 MBC의 <"나도 어이없다"">는 이런 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MBC는 기자의 첫 멘트에서부터 "경찰에 연행되는 미모의 20대 여성"이라며 '외모'를 강조했다. 이어 "긴 생머리에 갸름한 얼굴, 공개수배된 이 씨의 사진이 인터넷게시판에 떠돌면서 이 씨는 이른바 강도얼짱이라 불리며 세간의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다며 이 여성이 '얼짱'이 된 사연까지 소개했다.
MBC는 또 화면을 통해 식별이 가능한 이 여성의 수배전단 사진을 보여줬고, 실명까지 그대로 노출시켜 선정적인 보도태도를 드러냈다. 비록 보도 마지막 부분에서 "이 씨가 붙잡혔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인터넷게시판에는 선처하라, 안 된다 등 네티즌들의 논란이 또 한 차례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의 반응은 냉담합니다"며 네티즌들의 이상열기를 비판했지만 '격식 갖추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해 KBS와 SBS는 이 여성의 체포 소식과 체포 이후 인터넷에서의 논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KBS는 "이 여성은 네티즌들의 이런 빗나간 얼짱열기에 어이없어 했다", "경찰에 붙잡힌 본인은 정작 이 같은 열기가 황당하다는 반응" 등 비판적인 멘트로 철없는 네티즌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SBS도 "본인도 얼짱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는 입장인데, 인터넷상에선 이 여성을 두둔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잘못돼도 뭔가 한참 잘못됐다는 느낌"이라며, 검거 이후 팬까페에 "면회를 가겠다느니, 연예기획사인데 돕고 싶다는 글이 올라"오는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분명히 했다. SB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른바 '왕따동영상'과 관련한 윤모 교장 자살사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네티즌들의 비이성적 태도도 함께 비판하며 네티즌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SBS는 "윤모 교장 자살 사건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책임론도 확산"되고 있다며 "왕따여부에 대한 진위가 가려지기도 전에 쏟아진 네티즌의 도를 넘은 비난을 숨진 윤 교장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을 소개해 네티즌들의 잘못된 행태를 설득력있게 비판했다. SBS는 보도 마지막에서도 "인터넷상의 글들을 걸러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 논란 속에 네티즌들의 자율적인 정화노력이 선행돼야할 것"이라며 네티즌들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도입하려는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대운동을 '논란' 정도로 보도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MBC는 지난 1월 25일 <'얼짱 강도' 논란>에서도 '얼짱현상'을 과다하게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MBC는 "이른바 강도얼짱으로 불리는 여성 피의자의 사진"이라며 수배전단의 사진을 상세하게 보여줬고 "전단이 나붙은 곳마다 강도얼짱은 화제"라며 '강도만 아니면 사귀고 싶다', '저 외모로 왜 강도를 할까' 등 '외모지상주의'에 편승한 멘트를 인용했다.
MBC는 이 외에도 2월 7일 <'얼꽝' 모였다>에서 "강도 얼짱에다 정치얼짱. 예쁜 얼굴로 단번에 스타가 된 얼짱들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보도했고, 21일 <추억의 얼짱>에서는 '흑백사진전'을 소개하며 "70년대 해변의 여인은 요즘의 멋쟁이인 얼짱들과 비교"된다며 '얼짱 신드롬'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SBS도 2월 8일 <너도나도 몸짱>, <얼짱·몸짱 상품 대박>에서 이와 유사한 보도태도를 보인바 있다.


강도까지 '얼짱'으로 부추기는 그릇된 사회현상을 오히려 미디어들이 앞장서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방송보도에서마저 '선정주의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MBC의 자성을 촉구한다.

 


2004년 2월 2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