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사설 ‘한나라당은 완전히 허물어져야 한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2.18)
조선일보부터 허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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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을 두고 또다시 한나라당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조선일보는 18일 사설 <한나라당은 완전히 허물어져야 한다>에서 최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의 책임론을 거론한 것에 대해 “그것(불법대선자금 모금)은 원인일 뿐, 한나라당이 와해돼버린 직접적 이유는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차떼기 이후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다운, 생명 있는 정당다운 참회와 재생의 몸부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은 “재생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할 바엔 차라리 완전히 허물겠다는 자폭선언이라도 내놔야 했다”며 “그래야 누군가가 그 폐허 위에 재건의 주춧돌이라도 놓을 수 있을 것 아닌가”라고 ‘한나라당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비판은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본질적 사실왜곡이라고 본다. 지금 불거지고 있는 수백억의 불법 대선자금 문제는 단순히 한나라당 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 불법 대선자금은 그간 나라를 좌지우지해왔던 수구세력의 ‘부패상’을 총체적으로 드러낸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이다.
지난 십수년간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수구 정치세력은 재계로부터 천문학적 액수의 ‘검은 돈’을 받아 정치활동을 해왔고, 그 대가로 재계의 뒤를 봐주는 철저한 공생관계였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나, 이른바 ‘안풍’ 자금의 출처 논란 역시 ‘정치권-재계’로 이어지는 수구세력들의 오랜 부패의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또한 우리는 이 같은 정치권과 재계의 부패한 ‘수구 커넥션’에 과연 조선일보의 책임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조선일보는 ‘조-한 동맹’에 입각해 한나라당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정치’를 확대재생산하는데 앞장서왔다. 그리고 지금 한나라당의 핵심인물로 일컬어지고 있는 최병렬 대표, 서청원 전 대표를 비롯해 수 많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들이 그동안 한나라당에 들어가 조-한 동맹의 주축을 이루었고, 이번 총선에도 여러명의 조선일보 출신들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고 한다.
게다가 언론인들은 정치권이 모은 불법정치자금을 함께 공유해 왔다. 이미 ‘윤태식 로비사건’ ‘굿모닝 시티 분양비리’ ‘성남 파크뷰 분양비리’ 등 대형 비리사건마다 언론인들의 연루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또 박지원 전 장관 공판에서 언론인들에게 거액의 ‘촌지’를 지급했다는 진술이 있었으며, 97년 대선 당시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 모금사건’ 수사과정에서도 이석희 전 국세청장과 한나라당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언론인들이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검의 수사발표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한나라당으로 이적한 ‘철새 정치인’들이 당 이적료로 2억원씩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조선일보 종사자들은 한나라당으로부터 이 같은 ‘돈’을 받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가.
조선일보의 지금과 같은 행태는 ‘책임전가’와 ‘배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수구세력 전체가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민들을 절망케하는 수백억, 수천억 ‘차떼기’는 결코 근절될 수 없다. 수구세력들의 이념 전도사, 이념적 방패막이 구실에 앞장서 온 조선일보의 책임은 더 막중하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성역’부터 스스로 허물어라. 그것이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진리라는 것을 정녕 조선일보는 모른단 말인가. 아니면 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인가.
한나라당은 완전히 허물어져야 한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17일 언론인 단체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과 관련한 각종 현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최 대표의 이날 등장은,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 속에서 기력을 상실해버린 당내 사정과, ‘원내 제1당’이 부끄러울 정도로 곤두박질친 지지도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한나라당은 역시 이 시대와 맞지 않는 정당, 시대의 버림을 받은 정당, 시대를 외면하고 있는 정당임을 재확인시킨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것은 곧, 한나라당은 국민과 맞지 않고, 국민의 버림을 받았고, 국민을 외면하는 정당이란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최 대표의 연설과 답변에서 침몰하는 선박의 선장으로서의 절박함과 비장함을 읽을 수 없었다는 이유만이 아니다. 분석과 처방, 모든 것이 과녁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한나라당 위기의 원인을 ‘차떼기’로 상징되는 2002년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에서 찾고, 그 책임은 이회창 전 총재에게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그것은 원인(遠因)일 뿐, 한나라당이 와해돼버린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문제는 차떼기 이후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다운, 생명 있는 정당다운 참회와 재생의 몸부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회창씨는 이미 역사의 그늘 속으로 사라진 사람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사라진 이회창씨가 두 번 아니라 세 번 나타나 ‘내 죄(罪)’라고 자복해도 살아날 수 없다. 비상시 응급처치에 실패해버렸기 때문이다. 요즘의 한나라당은 모든 현안 논의에서 하루는 노무현 대통령의 링, 다음 날은 열린우리당의 링에 끌려올라가 매만 맞고 내려오는 게 아예 습관이 돼버린 듯이 보인다. 모두가 한나라당은 죽어야 산다고 말한다. 그럼 누가 먼저 죽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바로 최 대표 자신이다.
이 상황에서 최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대표가 이러면 누가 죽으려 하겠는가. 당도 개인도 죽을 때를 택할 줄 알아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공천 혁명’이니 ‘제2창당’이니 하는 다짐은 헛구호처럼만 들리는 것이다. 이 판에 어떻게 ‘조금만 더 기다려봐달라’는 말만 할 수 있는가.
지금의 한나라당은 많은 국민들이 보기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폐가(廢家), 거들떠보기도 싫은 흉가(凶家)처럼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재생의 청사진을 내놓지 못할 바엔 차라리 완전히 허물겠다는 자폭 선언이라도 내놔야 했다. 그래야 누군가가 그 폐허 위에 재건의 주춧돌이라도 놓을 수 있을 것 아닌가.
2004년 2월 18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