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비판 기사’」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2.12)
등록 2013.08.0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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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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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조선일보가 5면 <'위기 불감증' 한나라 끝모를 추락>과 사설 <한나라당에 더 절망한다>에서 한나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이 기사를 두고 오마이뉴스는 11일 "'한나라 봐주기'에 대한 조선일보의 인내심이 마침내 폭발했다"며 "향후 조선일보의 보도태도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우리는 급작스런 조선일보의 '태도변화'를 평가하기에 앞서 오늘 보도가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부터 지적하려한다. 조선일보의 기사와 사설이 '심각한 왜곡' 위에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전제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본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의 성명 중 "지금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국가 운영 능력도 낙제점으로 나라가 주저앉고 있다"는 부분을 인용했다. 또 5면 기사에서 조선은 '최근 한나라당이 세 번의 봄날을 맞았었다'는 당내 여론을 근거로 대통령 사돈인 민경찬 씨의 653억 모금설 김수환 추기경의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대한 쓴소리 비리 혐의로 구속된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 사건이 "한나라당의 숨통을 잠시 틔워주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근거로 받아들인 '노무현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 및 국가운영능력 낙제점' 운운한 부분, "나라가 주저앉고 있다", '세 번의 봄날' 등등의 이야기는 모두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자신의 '시각'을 부풀린 것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조-한 동맹에 의해 주로 폭로된 노무현 대통령 주변비리 사건 가운데 사실로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가 그렇게 목소리 높여 주장했던 '썬앤문 95억 수수설'도 특검에 의해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상황이다. 또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주장했던 '1,300억 괴자금 CD은닉설'도 근거 없는 '폭로극'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는 민경찬씨의 '653억 모금설'을 근거로 민경찬 펀드가 노 대통령의 총선 비자금인양 부풀려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 볼 때 민씨가 모금했다고 주장하는 '653억'의 실체 자체부터 의심스럽다.
한마디로 최근의 '폭로극'은 나라를 이끌 '구상'조차 없이 오직 '노무현 흔들기'를 생존전략으로 무차별 폭로전에 나선 한나라당과 이를 확대재생산한 조선일보의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 연장선상에서 볼 때 '나라가 주저앉고 있다'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조선일보의 '인식'은 몰락하는 '수구세력'의 '자기인식'에 불과하다.


소위 '세 번의 봄날' 운운한 부분도 터무니없다. '민경찬 펀드'는 물론이고 김수환 추기경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간담회에서 오갔다는 '쓴소리' 역시 언론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다. 이미 동아일보는 2월 3일 기자수첩에서 당시 김 추기경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분위기는 '덕담'을 주고받는 화기애애한 자리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부각시킨 김 추기경의 '쓴소리'도 그 날 오간 수많은 이야기 중 일부일 뿐이다. 수많은 대화 가운데 열린우리당을 비판한 내용만을 언론들이 1면에 대서특필한 것이 '쓴소리 운운하는 김 추기경 발언 사건'의 실체이다.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사건을 현 정부의 '야당 탄압'으로 몰고 가는 것 역시 터무니없다. 안상영씨는 비리혐의로 구속수감 되어 있다가 또 다른 비리사건이 드러나자 자살을 택한 것이다. 개인적 비리추가에 따른 '자살'을 두고 한나라당은 '정권에 의한 살인' 운운했으며, 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했던 신문이 조선일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안상영 씨의 죽음을 정권공격의 수단으로 삼는 지도부의 태도를 비판했겠는가. 한나라당은 이 같은 당 안팎의 여론 때문에 스스로 이 문제를 접었다. 그런 사건을 조선일보가 또다시 끄집어내 현 정부 공격의 호재로 전제한 뒤 '한나라당의 봄날' 운운하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조선일보의 한나라당에 대한 문제제기가 건전한 방향으로 이어져 한나라당이 '폭로정당'이 아닌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과연 현재 '한나라당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조선일보가 떳떳하게 문제제기 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조-한동맹 커넥션 속에서 핑퐁식 주고받기를 통해 한나라당이 설정한 '거짓 의제'들을 확대재생산한 것이 조선일보 아니었던가. 현재의 한나라당을 비판하기에 앞서 조선일보는 우선 자신의 잘못부터 반성하고 환골탈태하라. '자성'이 전제되지 않은 '한나라당 질책'은 비겁한 '책임전가'로 국민의 지탄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하라.


 

2004년 2월 12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