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총선연대 '공천반대 명단 발표'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2.7)
벌써부터 물타기인가
.........................................................................................................................................................
지난 5일 '2004총선시민연대'가 낙천대상자 6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총선연대는 부패·비리행위, 헌정파괴, 반인권 전력, 반의회·반유권자 행위 등을 기준으로 공천반대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총선연대가 제시한 낙천·낙선 대상자 명단은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을 이루기 위해 올바른 한표를 던져야할 유권자들에게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 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다. 유권자들의 능동적인 정치참여라는 측면에서도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이 같은 총선연대의 활동에 대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벌써부터 각종 '물타기'와 '흠집내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총선연대가 공천반대 명단을 발표하자 6일 보도에서 낙천자 선정 기준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총선연대 활동의 적절성과 도덕성까지 문제삼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4면에 총선연대 관련 보도를 싣고, 총선연대가 '친노'라고 비난한 야당의 주장을 부각시킨 뒤, 공천반대자 명단의 '형평성'을 문제삼으면서 시민운동의 '도덕성'까지 폄훼했다.
조선은 <야 "친노엔 눈감고 반노만 골랐다">(큰 제목), <형평성 논란>(작은 제목) 등 야당을 포함해 총선연대 명단에 반발하는 측의 입장을 제목으로 뽑아 부각시켰으며, 기사 내용에서도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 바른선택 국민행동 등의 반발을 중심으로 썼다.
또 사설 <낙선대상 선정 도대체 기준이 있는 건가>에서 조선은 "과연 낙천대상 선정에 감정 이외에 객관적 기준이 있기나 한 건가"라며 "명단을 통해 읽히는 기준은 '혼란'과 '편중' 이외에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치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연대의 공천반대 명단을 주관적 '감정'에 따른 선정인 양 몰았다. 나아가 "정치적 중립성을 존립근거로 하는 시민단체들이 이런 방식으로 현실정치에 노골적으로 뛰어들려면 차라리 '시민'이라는 이름을 빼고 정치단체로서 성격을 분명히 하는 것이 옳을 것", "사이비 시민단체들이 시민의 이름을 둘러쓰고 활보하는 모습에 낯을 찡그리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를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새로운 권력이라고 보는 부정적 시각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며 총선연대 활동의 도덕성까지 폄훼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역시 선정기준과 시민단체들의 '도덕성'을 문제삼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야"반노인사들만 골라 모았다">(1면), <"선동주의로 총선 치르려 하나">(5면) <정파성 띤 시민운동 안된다>(사설)를 통해 야 3당의 반발을 부각시키고,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 당선운동 등이 "공정성과 객관성에 의혹을 일으키고 유권자에게 혼돈을 안겨준다면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엄정치 못한 기준과 정파성에 따라 특정인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것도 현수막을 내거는 일 못지않은 불공정행위가 아닌지 묻고 싶다"며 '기준'을 문제삼아 지지·반대 명단발표와 같은 법에 보장된 유권자운동까지 문제삼았다.
중앙일보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4면 <"야가면 철새고 여가면 텃새냐"> <2야 "자의적 잣대" 강력 반발>에서 선정기준의 '형평성' 문제를 부각시켰다. 사설 <낙천대상 선정 과연 공정한가>에서 중앙은 철새정치인, 색깔론 발언 등을 낙천 기준으로 삼은 것을 문제삼았는데, 특히 '색깔론 발언' 기준을 이중잣대로 몰면서 "'좌파정권' 발언은 문제가 되고, '수구꼴통' 발언은 괜찮다는 것"이냐며 "의원들의 소신있는 의정활동을 위축시켜 국익보다는 인기 영합주의에 흐르게 할 위험성이 있다"고 주장해, 정략적 의도에 따라 근거없이 상습적으로 반복되는 이념공세를 '소신 활동'이라도 되는 양 호도했다.
경향신문은 총선연대 활동의 의미를 평가했다는 점에서는 조선, 중앙, 동아와 차별성을 보였다. 그러나 다양한 단체들의 유권자 운동을 '혼란'으로 평가해 아쉬움을 남겼다.
경향은 1면 머리기사 <"전·현의원 66명 공천반대">에서 총선연대의 낙천대상자 명단 발표를 보도했다. 이어 2면에 낙천대상자들의 해명을 실었고, 3면 기획기사 <유권자의 힘, 시민의 힘/정치권 물갈이 신바람 분다>에서 유권자들의 정치개혁 요구를 반영한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의 의의를 평가했다. 특히 각 정당에서 제기하는 불공정성과 음모론 등에 대해 "2000년 위력을 실감한 상황에서 초장에 '물타기'를 통해 파장을 줄이겠다는 속셈"이라고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5면 <초·재선 57.6% '의외'>에서 경향은 낙천명단에 대한 논란을 다루었으나, 야당의 반발에만 초점을 맞춘 신문들과 달리, 비리혐의가 확실함에도 명단에서 빠진 정치인들의 문제 등을 지적해 낙선자 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사설 <낙천운동 객관성 유지돼야>에서도 경향은 "정당과 해당 정치인들은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부터 보이는 것이 온당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향은 "시민단체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낙천·낙선자 명단을 발표,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며 "자기들이 추구하는 목표나 가치와 다르다고 낙천대상자로 낙인을 찍는다면 수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 기준이 유권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엄정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각 시민사회단체의 활동 내용과 목표에 따라 낙선 또는 당선의 대상자가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최종 판단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따라서 이를 '혼란'으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총선연대의 공천반대자 명단발표의 의미를 가장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들이 단편적으로 다룬 낙천이유 등을 상세하게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 이어 3면 <정형근등 42명 두가지 이상 '결격'>에서 공천반대자 66명을 선정 기준별로 나눠 보도했으며,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두가지 이상의 '결격'사유로 선정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겨레신문은 4면과 5면에서 총선연대가 발표한 공천반대 대상자 선정 사유와 당사자의 반론을 비교적 자세하게 실어 다른 신문과 차별성을 보였다. 또 야당의 반발에만 초점을 맞춘 다른 신문들과 달리 총선연대 발표 내용에 대한 한나라당 내 최병렬 대표와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의 의견차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사설 <공천심사에 '낙천대상' 반영해야>에서 한겨레는 "시민단체의 공천 반대 인사 선정은 선거혁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소 지나치게 엄격한 도덕성을 기준으로 삼은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부 기준에서 '시비'가 일고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부패 전력을 중심으로 선정했던 4년 전에 비해 기준을 크게 강화했고, 또 대상자 선정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며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시대정신은 개인의 사정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등이 주장하는 '위법성' 여부에 대해서도 "시민운동의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며 "각 정당은 개혁공천에 이 낙천운동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총선연대 낙천명단 발표에 반발하고 있는 언론들은 지난 2000년 총선에서도 '정권의 홍위병' 운운하는 편파·왜곡보도로 총선연대 활동을 흡집내려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유권자들은 총선연대가 제시한 낙천·낙선자들을 선거에서 대거 떨어뜨려 사실상 총선연대 활동에 손을 들어줬다.
이번 총선연대의 낙천자 명단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나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언론들이 명단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의 주장만을 부각해 총선연대 활동을 공격하고, 더 나아가 유권자운동 자체의 도덕성을 흠집내려는 시도는 언론의 기본 자세도 아닐뿐더러 정치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거스르는 일이다.
언론들이 아무리 유권자운동을 '흠집내려해도 유권자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꺽을 수는 없을 것이다.
2004년 2월 7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