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심의규정」개정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4.2.6)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심의규정'의 개선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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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을 앞두고 방송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정치개혁'의 흐름에 일조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PD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현업PD들이 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의 일부 독소조항에 대해 폐지 또는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본회는 '미디어선거의 정착', '유권자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을 위한 방송 현업인들의 요구를 지지하며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은 표현의 자유와 유권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선거방송심의규정)' 제20조(후보자 출연 방송제한 등)는 "방송은 선거일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토론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뉴스와 토론프로그램 외에는 선거와 관련한 방송을 하지말라는 이야기다. 선거 시기, 정치 관련 소재가 모두 선거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아예 '정치'관련 방송은 만들지도 말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회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사회개혁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역'으로 일컬어지던 '구악'에 과감히 도전해온 사실에 주목한다. 따라서 관련 프로그램과 담당PD들이 '선거'와 관련한 방송을 만들 경우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정치권에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달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그램과 PD들이 선거방송심의규정 제20조로 인해 선거와 관련한 방송을 할 수 없다면, 이는 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유권자의 알권리까지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비록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제20조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것이라 밝혔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제20조와 연계선상에 있는 제8조도 문제다. 선거방송심의규정 제8조는 "방송은 선거기간 중에는 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는 경우라도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유리 또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특집기획 프로그램을 편성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폐지는 불가피하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는 '탈장르'의 바람이 불면서 '퓨전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보도프로그램외에도 PD들이 뉴스프로그램을 제작하는가하면, 정치와는 전혀 무관한 것 같았던 주부대상 프로그램에서도 '정치적 쟁점'들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장르를 고정시켜 보도와 토론프로그램 외에는 선거 관련 방송을 하지 말라는 규정은 억지와도 같다. 따라서 선거방송심의규정 제8조와 제20조는 PD들의 재량을 '믿고' 대폭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 내지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2. PD저널리즘의 정착을 기대한다.
다만, 지금 당장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제한규정을 푸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의 시각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예를 들어 정치현실과 사회현상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할 여유가 없었던 제작자나 프로그램이 무작정 '선거'와 관련된 것을 소재로 방송할 경우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남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PD저널리즘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시청자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데 대한 반증이다. 따라서 선거방송심의규정이 개정된다면, 이에 대한 PD들의 책임감도 높아진다. 선거시기 관련 방송들이 유권자에게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PD들의 깊이 있는 고민과 신중한 접근을 기대한다.
2004년 2월 6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