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언론인 정계 진출」에 대한 민언련 논평2(2004.2.5)
원칙과 기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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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민병두 전 정치부장의 우리당 입당으로 '언론인 정계 진출' 문제가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일 사표를 낸 민씨는 다음날인 3일 우리당에 입당했으며, 비례대표 후보가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민씨의 정계 입문 방식이 '언론인윤리'에 합당한 것인지 묻지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언론인들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갖고, 각자의 이념에 따라 피선거권을 누리는 것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표를 낸 바로 다음날 정계에 입문하는 것은 정치권과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할 언론인의 기본 자세에 어긋나는 일이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언론인들이 직업적으로 얻은 정치권의 정보와 인맥 등을 활용해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으며, 이들 언론인들이 '정치인'이 된 후에는 다시 언론계와 '돈독한 관계'를 맺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정치권과 언론계에 자리잡았다.
유명 방송인, 언론인들의 잘못된 정계 진출 방식은 선거 문화의 왜곡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즉, 정당이 이념과 정책으로 경쟁하지 못하는 우리의 왜곡된 정치 구조에서 그 동안의 선거는 지역주의·학맥·인맥과 같은 전근대적 요인 뿐 아니라 '유명세', '대중적 인기', '외모' 등 탈정치적이고 우연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유명 방송인이나 언론인들은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관계없이 대중적 '인기'와 '유명세', '언론인 경력'이 주는 사회적 신뢰 등을 등에 업고 정계 진출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정계 진출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유명 방송인, 언론인의 정계 진출은 '언론과 정치의 건강한 긴장관계'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지 않고, 정치 문화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기준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이미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인들이 정계에 진출하기 전에 몇 년동안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으며, 본회가 언론인 정계 진출의 원칙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한 토론회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이 거듭 제기된 바 있다.
우리는 언론계가 지금이라도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일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언론계 전체의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면 각 언론사 차원에서의 기준이라도 마련해 언론인의 정계 진출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을 줄여야 할 것이다.
2004년 2월 5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