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
「'기자 및 방송인 정계진출'」에 대한 민언련 성명서(2004.1.21)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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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을 앞두고 기자, 방송인 등 다수의 언론인들이 정계로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기자나 방송인들은 각 정당의 주요 영입 대상자로 이름이 오르내렸고, 실제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중들의 높은 인지도 등 언론인으로서의 유리한 조건을 발판으로 '손쉽게' 정치에 입문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언론계가 정치권의 주요 '인재 풀'이 되는 관행은 정치와 언론의 '긴장관계'를 무너뜨리고 '권언유착'으로까지 나아갈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어왔다. 실제로 많은 언론인들이 자신의 출입 정당에 공천신청을 하는 등 언론인으로 활동하면서 얻은 정보와 인맥을 활용해 정계에 진출하고, 정치인이 되어서는 출신 언론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의 이해관계'를 담보로 인적 커넥션을 형성해 주요 사회의제를 좌지우지해왔다는 점은 이와 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따라서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최소한 언론인으로서의 '직업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상식의 선을 지켜야 마땅하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입에 최소 3년 이상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17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 진출의 뜻을 밝힌 언론인들 가운데 일부가 '언론윤리'는커녕 일반인의 상식에도 벗어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1년여 전까지 한나라당을 출입했던 C신문과 H신문 출신 기자들이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또 본회에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모 신문의 한 기자는 특정 정당의 공천약속을 받고 공천을 신청 해 놓은 상태에서 버젓이 신문에 칼럼까지 쓰는 등 언론인으로서 양식 밖의 짓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편법'을 이용한 언론인들의 정계진출이 시도되는 상황에서 언론사들이 입에 올리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수사를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
우리는 언론인들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뒤로는 특정 정당을 통한 정계 진출을 모색하면서, 독자들 앞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떠들고,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교묘한 편파왜곡보도를 저지르는 행위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땅에 떨어진 언론윤리를 바로잡고, 권·언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언론계는 언론인들의 정계진출에 최소한의 윤리 기준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울러 특정 정당에 공천신청을 해놓고 언론인 행세를 하는 모 기자는 하루라도 빨리 현직에서 물러나 '정치인'으로서 드러내놓고 활동해야 할 것이다.
2004년 1월 2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