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외교부 공무원 발언 파동'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4.1.14)
등록 2013.08.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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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외교부'를 감싸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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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공무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물의를 빚고 있다.
외교부 일부 공무원들은 여러 차례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의 색깔론 발언이 맞는 말 아니냐", "내년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이긴다. 그러면 (이 정권은) 다 끝나는 것 아니냐. 대통령은 과기부와 해수부나 맡으면 된다"는 등등의 문제 발언을 했고, 외교부 관계자가 이를 제보해 청와대가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외교부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은 공무원의 신분을 망각한 것으로 최소한의 기강 확보 차원에서 엄정대처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제보 받은 청와대가 진상을 조사중이라고 발표하자, 파병문제 등 대미외교에 있어 외교부와 같은 입장을 취해왔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은 '청와대가 사석에서의 발언까지 통제하려 한다'며 '일부 외교부 공직자들의 신분을 망각한 일탈행태'에 대한 조사를 '독재 때도 없던 보복'으로 몰아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나섰다.
이들은 문제의 외교부 공직자들의 발언을 '사석 발언'으로 축소하고, 청와대가 이들에 대해 부당한 조사를 벌이고 징계 방침까지 세운 것처럼 몰았으며, 청와대-외교부 갈등으로 사태를 보도해 '이간'했고 △청와대의 '군기잡기' 보복 차원의 대응으로 사태를 몰아갔다.
공무원으로서 본분을 저버린 외교부 관리의 행태를 지적하고 비판한 신문은 한겨레신문뿐이었다.


추측보도로 본질 흐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은 13일 1면 제목부터 <"사석서 노대통령·NSC 노골적 비난" 외교부 3-4명 징계 방침>(조선일보), <청와대 3,4명 징계방침 파문>(동아일보), <북미국장등 2-3명 징계방침>(경향신문), <외교부 과장 중징계 방침>(중앙일보)이라고 달아 조사를 받고 있는 외교부 관리들에 대한 '징계'가 확정된 것처럼 보도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2면 <청와대 '외교간부 조사' 파문>에서 청와대의 조사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해 다른 신문들이 '징계방침'을 당연시 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한겨레도 관련 기사에서는 "일벌백계의 강경 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추측보도 했다.
14일에도 신문들의 추측보도는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북미3과장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으며, 동아일보는 청와대가 징계 대상자를 북미3과장 등 2명으로 '최종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청와대 징계폭 확대를 시사'했다고 보도했고, 한겨레신문은 '대대적인 문책인사 가능성'을 추정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13일 윤영관 장관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문책가능성을 내비쳤으며, 14일에는 이번 문제로 2월초 있을 2차 개각 대상에 윤 장관이 포함될 가능성까지 추정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들이 조사를 받은 외교부 관리들의 '징계'까지 거론하고 나선 것은 섣부를 뿐 아니라 그 의도까지 의심스럽게 한다. 청와대가 관료들의 문제 발언을 진상 조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잘못이 드러나면 해당 관료들이 징계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의 진상이 아닌 '청와대에 의한 징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외교정책 수행의 혼선'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


'공식발언'을 '사석발언'으로 축소


또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외교부 관리의 문제 발언을 '사석 발언'으로 축소시켜 사태를 호도하고 있다.
조선은 13일 사설에서 '엿듣는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청와대가 사적인 발언까지 문제삼아 트집이라도 잡는 양 보도했다. 또 "회식자리 등에서 오간 '청와대 비판 발언'이 상당 부분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외교부에 대해 불편해 하던 청와대 측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며 별 문제 없는 발언이 청와대의 '괘씸죄'에 걸려든 것처럼 주장하기도 했다. 14일에는 일부 직원의 질문에 '조 과장이 별 생각 없이 동조한 것'이라며 문제의 관리를 노골적으로 감싸고돌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은 학계와 법조계 의견을 빌어 "개인발언 문제삼아 징계내린 적 거의 없어" 운운하면서 마치 청와대가 사적인 영역에서 공무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까지 가로막는 것처럼 사태를 호도했다.
동아일보도 13일 "사석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대미정책을 폄하한 발언을 문제삼아 이들을 징계조치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며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13일 <노 심기 건드린 괘씸죄?>에서는 "직무상의 비리가 아닌 '사석에서의 발언'을 징계하려는 것은 결국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라고 했고, 다른 기사 제목에서 '열받은 청와대' '발끈' 운운하며 청와대가 사적 감정 때문에 외교부 관리들을 조사한 것처럼 보도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은 조사를 받은 관료가 '공식 석상'에서까지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점을 보도했다.


청와대-외교부 갈등이 원인?


한편, 대부분의 신문은 이번 사태를 청와대와 외교부, NSC와 외교부 사이의 갈등 구도로 다루었는데, 일부 신문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NSC의 일방적 독주'와 이를 조장한 대통령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갔다.
조선일보는 '보이지 않는 전선' '뿌리깊은 갈등' 운운하며 청와대·NSC와 외교부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발생한 청와대의 보복성 조치로 호도했다. 13일 사설 <청와대가 외교관 사담까지 엿듣나>에서 조선은 "정황을 종합해보면 외교관들이 대통령과 국가안보회의 핵심 인사의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한 경고성 내지 보복성 조치라는 인상이 짙다"고 단정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외교부 간부들이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배경이 "대통령이 NSC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NSC의 일방적 독주가 계속되는 데 대한 외교 전문가들의 반발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14일 사설 <군기 잡는다고 공무원이 따라가나>에서도 조선은 "이른바 '대미 자주외교론'을 주도해온 세력이 자신들의 비판자와 방해자들을 이 기회에 완전히 제압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보도는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정부의 대외 정책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본분을 저버린 공직자들의 행태조차 '외교 전문가들의 반발'로 미화하는 몰상식에 다름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번 사태를 청와대-외교부의 갈등으로 파악하는 것에서 나아가 청와대와 외교부 사이를 '이간'하고, 외교부 내부의 갈등까지 부추기는 태도를 엿보였다.
조선일보는 13일 이혁 외교부 장관보좌관이 조사 받을 것에 대해 "외교부에서는 청와대가 이 보좌관을 조사한 것인지 윤영관 장관을 간접 조사한 것인지를 놓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며 윤 장관을 끌어들였다. 이어 <"독재때도 없던 일" 외교부 직원, 속으론 부글부글>에서는 외교부 직원들의 반발만을 부각했으며, "그동안 청와대와 워낙 삐걱거렸던 때문인지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고'고 말하는 간부도 있었다"며 청와대의 '보복'을 예견된 일처럼 부각시켰다.
심지어 14일 조선은 외교부 내부 제보자에 대해 "이른바 '주니어보드'의 한 명이란 설과 함께 구체적인 이름도 거명되고 있으나 확인되진 않고 있다"며 참여정부 출범직후 논의되었던 '개혁주체세력'의 밀고가능성까지 거론했다.


동아의 경우도 NSC와 외교부의 갈등 구도로 사태를 설명했으나 조선과는 달리 양측의 '수습'을 강조해 다소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14일 사설에서 동아는 '일방의 책임으로 몰고 가면 수습이 어려워진다'는 등의 주장을 펴 사실상 외교부를 두둔하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동아는 13일 사설에서 "청와대의 외교부 조사에서 NSC가 일정 역할을 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라며 NSC가 외교부 조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아는 다른 기사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직원의 입장을 비교적 균등하게 실어 외교부 직원들의 반발만을 보도한 조선일보와는 차이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사태의 책임을 청와대에 묻고 외교·안보정책과 팀을 정비하라고 주장했다. 13일 사설 <외교안보팀 재정비하라>에서 경향은 "대통령은 외교·안보팀 구성 1년이 되도록 혼선과 잡음이 왜 계속되는지, 언론에 인용된 발언자의 색출 등 감정적 대응이 해결책인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해, 이번 조사를 '감정적 대응'으로 몰며 책임을 청와대에 물었다.
중앙일보도 이번 사태를 청와대의 '공직자 군기잡기'와 '외교국방 라인과 NSC의 갈등'이 이번 조사의 '배경'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은 13일 사설 <공무원 입에 재갈 물리나>에서 청와대의 처사가 '부당하다'며 "새로운 권위주의·신독재라는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이번 사태에 외교부와 청와대의 갈등이 깔려있음을 지적하면서도 그 해결책을 '공직 기강 확립'으로 제시해 다른 신문과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13일 사설 <외교부 관리의 묵과할 수 없는 행태>에서 한겨레는 "이번 조사는 겉으로는 한 외교부 관리의 행태가 문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배경에 용산 미군기지 이전협상 등 한-미현안과 관련해 외교부 쪽 태도에 대한 청와대의 불만과 불신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와 심각성을 더한다"며 "정부는 이번 일을 철저히 조사해 고위 공직자들이 지녀야 할 금도를 지키도록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친한나라당 성향'을 숨기지 않은 이번 외교부 관료들의 문제 발언들은 우리 공직사회의 단면을 드러내 준다. 노 대통령의 당선으로 행정권력은 교체되었지만 의회권력은 아직 수구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관료사회가 친미-친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적 사고에 얼마나 찌들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또 이번 사건은 권위주의 시대부터 기득권을 누려온 일부 관료의 의식이 개혁되기는커녕 최소한의 '관료적 양식'조차 갖추지 못한 '유아적인 것'임을 증명해주기도 한다.
따라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비롯한 몇몇 신문이 이번 사건을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부당한 '뒷조사'와 같은 것으로 몰고 가는 것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우리는 이들 신문이 본질을 호도하는 이유가 '문제의 외교부 관료'와 정치적 입장을 같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관료의 본분을 망각한 이들의 입을 빌어 입맛에 맞지 않은 참여정부의 대외 정책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묻고 싶다.

 


2004년 1월 14일


(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